이글은 미디어스 2012-11-05일자 기사 '뻔히 보이는 TV토론 무산 책임, 애써 눈감는 언론'을 퍼왔습니다.
[뉴스브리핑] 원인은 '박근혜 후보 거부'…대부분 신문, 후보 간 ‘신경전’ ‘공방’ 처리
오늘자 신문에선 대선후보들의 TV토론 무산을 다룬 기사들이 눈길을 끈다. ‘신문 읽기’의 좋은 사례가 될 거 같다. 이거 하나만 갖고 얘기해보자. 먼저 관련기사 배치와 제목들. TV토론 문제를 1면 톱으로 다룬 신문은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검증 토론·인터뷰는 실종 / 소통 외치는 세 후보, 일방통행 대선) (조선일보)
(박근혜 안나온다고…KBS, 다른 후보 개별토론도 취소) (한겨레신문) 다른 신문들은 대부분 이 문제를 비슷비슷한 지면에 배치했다. 기사 분량은 세계일보가 좀 많다.
(대선 후보 TV토론 신경전 / 문·안 “박근혜 불참 통보”…박 “방송사서 연기” 반박) (경향신문 6면)
(文·安 “TV토론 하자” 朴 “단일화 먼저” / 세 후보 신경전 치열) (국민일보 5면)
(토론 잇단 무산 놓고 朴-文-安 공방 / “朴, 불참통보” “방송사 사정”) (동아일보 8면)
(文·安 vs 朴, TV토론 무산 “네탓” 공방) (서울신문 6면)
(정치적 득실만 따져 기피…후보검증 없는 ‘깜깜이 선거’ 되나 / 대선 TV토론 실종…朴·文·安 서로 책임 공방> (세계일보 5면)
(세 후보 개별 TV토론 취소 “네 탓” 떠넘기기 공방전 / 文·安 "朴 불참 때문에" 朴" 文·安단일화 후 토론") (한국일보 6면)
기사는 KBS에서 기획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의 거부로 무산됐다는 것을 계기 삼았는데 내용은 한겨레신문이 가장 풍부하고 구체적이다. 그러니 한겨레신문 기사를 우선 참고하자. 기사에 따르면, KBS가 13~15일 방송하려고 했던 대선후보 초청 개별 토론회가 박근혜 후보 쪽의 불참 때문에 무산됐고 앞서 MBC, SBS 토론도 같은 이유로 모두 취소됐다.

TV토론 무산에 대한 두 가지 비판
애초엔 세 후보를 한꺼번에 부르는 3자 토론회를 검토했으나 새누리당이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정리되기 전에는 3자 토론에 일절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함에 따라 개별 토론으로 바꿨다고 한다. 이어 지난달 29일 세 후보 캠프에 ‘개별 토론은 순서도 중요한 만큼 추첨으로 정하며, 불참 후보가 있을 경우 참여 후보만으로 진행한다’는 공문을 보냈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수용의사를 밝혔다. 반면 박 후보 쪽은 ‘토론 순서를 문재인·안철수 후보 토론이 끝난 후 이틀 뒤나 최소한 마지막 날로 정해 달라. 그러지 않으면 참석하기 어렵다’고 밝혀왔다. 결국 KBS 선거방송기획단과 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회의 끝에 참가 의사를 밝힌 두 후보만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진행한다고 결론 내렸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초청에 응하지 않는 후보는 빼고 토론을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이화섭 보도본부장 등 고위 간부들에 의해 뒤집혀져 결국 개별 토론회까지 취소됐다는 것이다. TV토론 무산에 따른 문 후보와 안 후보 측의 브리핑, 박 후보 측의 반박 혹은 해명이 이어졌다. 두 가지 비판이 가능하다. TV토론을 무산시킨 후보에 대한 비판, 그리고 개별 토론 진행 방침을 뒤집고 아예 토론회 자체를 취소시킨 KBS 간부진들에 대한 비판. 근데 다른 대부분의 신문들에선 이런 지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앞서 일별한 제목에서 보듯 하나같이 ‘공방’, ‘신경전’으로 뭉뚱그리고 ‘대통령하겠다는 사람들이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면서 토론 없는 대선을 만들고 있다’며 윽박지르고 있다. 한겨레신문과 같이 1면 톱으로 올린 조선일보를 보자. 기사는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올해 대선이 유력 대선 후보 3명이 자기주장만 전달하는 일방통행식 선거로 흘러가고 있다”고 시작한다.

제호만 다른 ‘판박이 기사’ 나열
KBS TV토론 무산에 대해서는, 문·안 후보 측은 "박 후보 측이 KBS 측에 불참 통보를 한 탓에 토론회가 취소됐다"며 "결국 모든 귀책사유는 박 후보에게 있다"고 했다면서 박 후보 측의 해명은 길게 달았다. KBS 관계자도 본지와 통화에서 "박 후보 측이 토론회 참여 동의서를 안 보내온 것은 맞는다"고 했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은 "순서상 아직 누가 본선에 나갈지 결정이 안 된 문·안 후보가 먼저 토론회에 나가고 박 후보는 맨 뒤에 나가는 게 당연한데도, 추첨으로 순서를 정하자고 해 동의서를 안 보낸 것"이라며 "순서를 놓고 이견이 있었을 뿐이지 우리가 토론을 피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뒤이은 대목에선 “세 후보가 말로는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쌍방향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싸잡아 문제 삼았다. 토론을 외면하는 박 후보에 대한 비판도, 자체 방침까지 뒤집으며 토론회 자체를 취소한 KBS에 대한 비판도 찾아볼 수 없다. 면피성 1면 톱이다. 유감스럽게도 다른 신문 역시 마찬가지다.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 TV토론을 두고 진영 간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경향신문),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측이 4일 지상파 TV 토론과 대담이 잇달아 무산된 원인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동아일보) 식의 리드로 시작해서 “민주통합당 선대위 김현미 소통2본부장은(혹은 ”신경민 미디어본부장은“) … 안철수 후보 측 정연순 대변인은 …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은…” 식으로 흘러간다. 판박이다. 좀 다른 기사는 세계일보였다. “새누리당 박근혜,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국민이 납득하기 힘든 이유를 대며 정책과 자질 검증을 위한 TV토론을 기피하고 있어 40여일밖에 남지 않은 18대 대선이 ‘깜깜이 선거’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문 후보와 양자 토론을 기피하고 있다는 점을 같이 문제 삼았다. 끝으로 사설을 보자. 경향신문,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등 세 신문이 사설로 다뤘다. 길게 인용할 필요 없이 “이처럼 공방만 벌이고 있는 후보들의 모습은 정책선거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는 중앙일보 사설 (대선 후보들, 언제 토론회에 나설 것인가)는 다른 신문 기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기사에선 ‘신경전’으로 처리한 경향신문의 (대선 후보 TV토론 기피할 명분 없다) 사설은 세계일보 기사와 비슷하다. 경향신문은 “박 후보 측 속내는 삼척동자도 짐작할 만하다”며 “상대 후보가 누가 되든 박 후보는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서 국가비전과 철학, 정책을 국민 앞에 밝힐 책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후보도 토론 실종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면서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문 후보와 나란히 검증대에 서서 경쟁력을 보여주는 게 정정당당한 자세”라고 주문했다.

15년 전보다 못한 상황, 왜 비판 없나
한겨레신문은 기사와 사설이 같은 기조로 갔다. (실망스런 박근혜 후보의 TV토론 기피증) 사설은 “아무리 집권여당 후보라지만 공영방송이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정한 방식을 문제 삼아 토론회 자체를 무산시키는 것은 볼썽사납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공영방송이 집권여당 후보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며 KBS의 토론회 취소 조치를 함께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가 해당 기사에서 인용한 민주당 집계치에 따르면 대선후보 간 TV토론회는 1997년 54회, 2002년 27회, 2007년 11회라고 한다. 올해는 0회다. TV토론 없는 대선은 물론 말도 안 된다. 신문의 우려가 옳다. 그렇다면, 어쩌다 15년 전보다도 한참 못한 상황이 됐는지에 대해서도 바로 말해야 옳다. 뻔히 보이는 이유를 굳이 ‘공방’이니 ‘신경전’이니 뭉뚱그린 오늘자 대부분의 신문들을 보면 이런 언론사들이 대선후보 토론을 주관한다한들 제대로 된 토론이 될까도 싶다. 모쪼록 별 걱정을 다하는 걸로, 노파심으로 그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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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리핑팀 / 김상철 |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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