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6일 월요일

차기 대통령이 행정관료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이글은미디어오늘 2012-11-26일자 기사 '차기 대통령이 행정관료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을 퍼왔습니다.
[바심마당] ‘재정 민주주의’와 대통령 직속 예산처

이번 대선의 공통된 의제는 사회보장 확대다. 이를 뒷받침할 재원조달 방법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조세감면 혜택 축소 등 조세부담률을 높여서 해결한다고 한다. 문재인 후보는 법인세와 부자대상 소득세율 인상 등 증세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무소속 안철수 후보도 증세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나 구체적 공약이 없다. 아무튼 정부의 복지지출을 확대하려면 기존 세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결국 세금을 더 거두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 과제는 국민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이를 행정부 관리들에게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공무원이 된 경우는 드물다. 신분보장에 의한 안정된 고용과 노후 보장 등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공무원 고시에 매달리는 것이다. 고위 공무원의 지위까지 오르고 정년퇴직하는 경우에는 퇴직 후에도 해당 부처 산하단체에 임원으로 갈 기회가 열려 있다.
이러한 공직자의 지대추구행위를 막는 것도 대통령의 과제다. 힘은 인사권과 재정권에서 나온다. 대통령의 뜻을 구현할 수 있는 정치인들을 각 부처의 장관으로 임명하여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인사권만으로는 부족하다. 재정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는 기획재정부가 예산 편성과 세금 징수, 지출 집행을 독점하고 있다. 재무부(재정경제원, 기획재정부로 명칭 변경)의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업계 연합회 등 산하단체는 예산 확보에 유리한 점을 감안하여 자발적으로 재무부 출신 관료를 영입하려고 한다.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따라 국정을 운영하려면 재정권을 가져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12월에 선출될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정부조직 개편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기능을 떼어내어 대통령 직속으로 예산처를 설치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관리예산처(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재정운영과 정부관리를 총괄한다. 세입, 세출, 경제전망 등 3가지 기능을 통해 대통령 예산을 마련하고 때로는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여 의회 예산편성권을 견제한다.
예산편성권은 과거에 경제기획원이 가지고 있었다가 1994년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이 통합되어 재정경제원이 가지게 되었다. 외환위기 후 재정경제원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가진다는 비판 때문에 1999년의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대통령 직속 기획예산위원회와 재정경제부 예산청을 통합하여 국무총리 산하로 기획예산처를 설치했다. 물론 재정경제부 관료들이 이동하여 내용적으로 장악했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2008년 2월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알짜배기 부서인 기획예산처를 재정경제부가 통합하여 기획재정부로 개편되었다.
여기서 재정경제부의 꼼수가 작동했다. 예산기능을 가져가는 대신에 금융정책기능을 내놓고 금융감독위원회와 통합해 금융위원회를 설치한 것이다. 물론 금융위는 실질적으로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들이 지배했다. 그러나 금융산업 발전을 추구하는 금융정책 기능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위한 규제 감독기능을 한 기구 내에 두는 것은 맞지 않았다.
그 결과 저축은행 부실대출, 약탈적 대출로 예금자들이 큰 피해를 입히는 사태가 발생했고, 결국 대선 후보들이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정책기능을 분리시켜 기획재정부로 돌려주고 금융감독기능을 강화하는 안을 내놓게 되었다. 기획재정부는 금융정책기능을 도로 가져가는 대신에 예산편성권을 내놓아야 한다. 
대통령 직속으로 예산처를 두면 재무부 관료들이 예산 편성을 지배하는 것을 막아서 모피아의 힘을 뺄 수 있다. 예산 편성은 단순한 행정이 아니다. 정치의 일종이다. 대통령 직속으로 두면 기획재정부의 부처 이기주의가 아니라 국민들의 요구에 기반하여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 또한 재정민주주의를 촉진해 복지분야 예산을 늘릴 수 있다.
지자체에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많은 예산이 배정되는 데는 예산을 따내기 위해 기획재정부를 대상으로 로비를 하기 때문이다. 지자체 예산안 편성과 각 부처별 예산요구안 편성에 노동조합, 농민회, 여성회, 장애인회, 환경단체 등의 의견 수렴을 의무화하면 복지 예산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장상환·경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changsh@g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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