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9일 금요일

특검하자 쏟아진 ‘검찰 부실수사’ 증거들


이글은 경향신문 2012-11-09일자 기사 '특검하자 쏟아진 ‘검찰 부실수사’ 증거들'을 퍼왔습니다.

ㆍ경호처 자료조작 정황·시형씨 당일 알리바이 등 어물쩍

이광범 특별검사팀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수사가 종반을 향해 가면서 앞선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증거가 쏟아지고 있다.

검찰은 대필된 진술서, 위·변조됐을 가능성이 있는 각종 계약서 및 서류, 사실과 다른 진술 등을 아무런 확인 없이 받아들인 뒤 이를 근거로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34) 등 사건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사저 매입 의혹이 불거진 뒤 청와대 경호처 시설부장 심모씨 등 경호처 직원 3명이 위법 사실을 감추기 위해 관련 자료를 조작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들을 9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경호처가 검찰에 제출한 각종 서류가 위·변조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런 가능성에 대해 전혀 조사하지 않고 사건을 처리했다.

검찰은 시형씨를 서면으로 조사한 뒤 무혐의 처분했다. 그런데 시형씨가 검찰에 제출한 ‘서면답변서’는 청와대 행정관이 ‘대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을 특검팀에 밝힌 사람은 시형씨 자신이다. 검찰은 이런 사실도 파악하지 못하고 “앞뒤가 맞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의 주요 의혹 중 하나는 시형씨의 사저부지 매입자금 12억원의 출처다. 

특히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79)에게서 빌렸다는 6억원의 출처가 핵심이다. 시형씨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해 5월23일 점심 무렵 서울 구의동에 있는 이 회장의 자택으로 찾아가 현금다발 6억원을 받았다고 했다. 시형씨는 차용증을 검찰에 증빙자료로 제출했다.

시형씨 주장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서는 당일 그의 행적과 차용증 원본파일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돈을 빌렸다고 주장한 당일 시형씨의 카드 사용이나 휴대전화 기지국 사용 내역만 확인해도 행적은 나온다. 차용증 원본파일을 검증해야 문서가 문제가 불거진 뒤 짜맞춰진 것이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형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시형씨는 특검팀에 출석해 현금 6억원을 빌린 날은 지난해 5월24일이라고 말을 바꿨다. 핵심 주장이 흔들린 것이다. 그나마 이날 행적도 수상하긴 마찬가지다. 그는 이날 점심쯤 이 회장 자택에서 큰어머니인 박모씨로부터 6억원을 받아 청와대로 가 김세욱 당시 선임행정관에게 돈을 전달한 뒤 오후에 KTX를 타고 경주로 내려갔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다. 

그러나 특검팀의 추적 결과 박씨는 당일 점심 청담동에 있는 고급 중국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형씨가 6억원을 빌렸다는 시간대의 알리바이와 어긋나는 정황이다. 특검팀이 8일 박씨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줄 것을 공식 통보한 것은 이를 확인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시형씨의 주장과 달리 당일 저녁 그가 서울 강남에 있는 가라오케에서 현금카드를 결제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시형씨의 당일 행적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형씨의 알리바이가 깨질 경우 현금다발 6억원의 출처는 이 회장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특검의 수사로 금방 드러난 검찰의 부실 수사는 ‘실력’이 아니라 ‘의지’가 문제였다는 지적이 많다.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의도된 부실수사’를 벌였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의혹과 관련해 야당의 고발장이 지난해 접수됐지만 올 초에야 미적미적 수사가 시작됐고, 핵심 피의자 대부분이 소환이 아닌 서면조사만 받는 등 절차상 하자가 컸다”며 “현재 다수의 파견검사가 특검팀과 어울려 수사를 잘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검찰 수사는 ‘실력부족’보다 ‘의지박약’이 문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제혁·백인성·구교형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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