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6일 화요일

방통위에 ‘사이트 폐쇄’ 칼자루 쥐어 준 법원 판결 나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1-05일자 기사 '방통위에 ‘사이트 폐쇄’ 칼자루 쥐어 준 법원 판결 나와'를 퍼왔습니다.
한총련 홈페이지 폐쇄 취소 행정소송 패소… “국보법 위반, 시정 안 돼 폐쇄는 위법하지 않아”

법원이 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대학생총연합회(한총련) 홈페이지 폐쇄 명령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려 주목된다. 방통위가 단순히 게시물 삭제를 넘어 사이트 폐쇄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사법부 판단 없이 내린 데 대해 법원이 이를 문제 없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조용호)는 진보네트워크가 한총련 홈페이지 폐쇄는 부당하다며 방통위를 상대로 낸 취급거부명령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이트에 게재된 정보의 대다수가 국가보안법상 금지 되는 내용에 해당한다”면서 “삭제 요청을 했음에도 전혀 시정되지 않는 데다 이 같은 정보가 지속적으로 게재됐기 때문에 폐쇄 명령은 위법하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진보네트워크는 회원들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홈페이지를 개설해주는 등 용역을 공급했다”면서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익을 추구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카이브(www.archive.org)에 남아있는 한총련 홈페이지. 2000년 이후 활동이 거의 뜸한 사이트지만 국가보안법 위반을 이유로 폐쇄됐다. 진보네트워크 등은 역사적 자료 보존 차원에서라도 폐쇄는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가 게재됐을 경우 방통위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6월 한총련 홈페이지에 웹호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진보네트워크에 한총련을 이용해지하라고 권고했다. 경찰청의 요청에 따라 홈페이지를 심의한 결과, 한총련의 행위가 사실상 모두 불법이고, 홈페이지에 이적표현물을 게재하고 있어,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불법정보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이어 지난해 8월 방통위는 해당 사이트의 이용해지를 통보했고 진보네트워크는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진보네트워크는 소장에서 “최근 활동은 뜸해졌지만 한총련 홈페이지는 2000년 12월 개설된 이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왔다”면서 “인터넷 이용자의 신원이나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된 내용을 이유로 행정기관이 인터넷 호스팅을 제공하는 기관이나 회사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은 헌법적 측면에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진보네트워크는 “북한관련 게시물과 한총련 사이트는 북한 정치 지도자들과 외교, 국방 정책에 대한 주관적 평가, 평화적 남북관계에 대한 주장을 담고 있을 뿐”이라며 공적 공간에서 북한에 대한 논의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패소했다.

진보네트워크 오병일 활동가는 “불법유해정보 규제라는 명목으로 행정기관인 방통심의위가 사실상 사법기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제사회로부터 폐지를 권고 받고 있는 대표적인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남용해 사이트를 통째로 폐쇄한 것은 심각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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