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11-23일자 기사 '“투자자소송 절차 투명”하다던 정부, 론스타 일 내자 ‘쉬쉬’'를 퍼왔습니다.
ㆍFTA 규정과도 배치… 민변, 국제중재신청서 정보 공개 촉구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했지만, 한국 정부는 관련 정보의 공개를 꺼리고 있다. 중재 결정에 따라서는 수조원에 달하는 국민 세금을 물어줘야 할 상황이 예상되는데도 정부는 “중재 판정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부의 ‘고집’은 중재신청서, 분쟁 당사자가 중재판정부에 제출한 변론서·이유서, 중재판정부의 심리 의사록·속기록을 일반에 공개하도록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규정한 투명성 조항(11.21조)과도 배치된다.
전문가들은 “정부는 정보 공개를 통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여론과 다양한 지혜를 모으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23일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론스타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출한 국제중재신청서의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민변은 “론스타의 중재신청서가 공개된다면 활발한 여론 형성을 통해 국익에 도움이 됐으면 됐지 국익을 해할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국제중재신청서의 비공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중재신청서는 한국 정부가 작성한 문서가 아니고 상대방인 론스타가 작성한 문서이기 때문에 우리가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공개할 경우 중재에 불리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로부터 중재신청서를 전달받진 못했지만 다른 경로를 통해 중재신청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그러나 지난해 11월 발간한 ‘투자자-국가소송제, 공정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소책자에서 “한·미 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는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2004년 미국 모델 투자협정상의 실체적·절차적 요소를 대폭 개선해 공정성과 투명성이 향상됐다”고 홍보했다. 개정협상을 거쳐 지난해 3월 발효된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BIT)에는 한·미 FTA와 달리 투명성 조항이 포함돼 있진 않다. 하지만 투명성 조항이 없다는 것이 비공개의 이유는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의원은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에서 ‘관련 서류 공개 금지’를 규정하고 있지 않은 이상 한·미 FTA의 성과라고 얘기했던 투명성 강화를 국내적 기준으로 삼아 투자자-국가소송과 관련된 문서들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통상정보의 공개를 꺼린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론스타가 지난 5월 주벨기에 한국대사관에 전달한 중재의향서 역시 “공개할 경우 국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민변은 “한국은 역사상 최초로 투자자-국가소송 사태를 겪게 됐다. 관련 지식과 경험이 전무한 가운데 수조원을 배상해야 될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을 맞이한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국민들에 의한 공정한 행정 감시가 더욱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또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국민들로부터 다양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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