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11-15일자 사설 '[사설]방송사 찾아와 ‘편파보도’ 항의한 새누리당'을 퍼왔습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는 것 같다. 새누리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의원들이 엊그제 KBS, MBC, SBS 등 방송 3사 보도국을 차례로 찾아가 자신들이 편파보도를 당하고 있다고 항의했다고 한다. 이 당 문방위 간사인 조해진 의원 등 문방위원 5명은 KBS에 가서는 보도본부장 등을 만나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회동 제안 이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보도가 부족하다며 향후 ‘협조’를 요구했다고 한다. MBC에 가서도 불공정하게 느껴진 방송보도를 공정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SBS에서도 편파보도를 하지 말라고 했다.
새누리당한테서 편파보도의 피해자라며 공정보도를 해달라는 말을 듣게 되니 몹시 당혹스럽다. 최소한의 균형감각이라도 갖춘 사람이라면 작금의 방송, 특히 공영방송이라는 KBS, MBC가 얼마나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편파보도’를 일삼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가령 엊그제 MBC 는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협상을 당분간 중단했다는 뉴스의 앞에 박 후보의 여성정책을 소개한 “셋째 대학 등록금 전액 지원” 뉴스를 배치했다. 지난 6일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처음 단일화 회동을 했을 때 KBS는 둘의 회동 자체보다 이를 사기극이라고 비난한 새누리당 소식에 더 많은 시간을 썼다. 이런 것은 전문성을 떠나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편집이다. 새누리당은 그런 우호적인 방송이 편파적이라며 불평하고 있다.
방송 보도에 관한 이 같은 새누리당의 ‘인지부조화’는 이게 처음이 아니다. 이 당의 권영세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며칠 전 “지난 5~10일 방송 3사 저녁뉴스를 분석하니 박 후보보다 다른 후보 보도 내용이 2배 이상이었다”며 ‘불공정 보도현상’이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현 방송들의 고질적 친여 편향성은 별개로, 이것은 뉴스에 대한 기본적 이해의 문제다. 지난 5일 단일화 회동 제안이 나온 이래 얼마간 단일화는 정치권 최대 뉴스였다. 이를 무시한 채 박 후보도 똑같은 비중으로 보도해 달라는 건 애들 투정이거나 방송을 마음대로 좌우할 수 있다는 오만의 소산이다.
이런 모습이 너무 어이없어 ‘소가 웃을 일’이란 생각마저 들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그런 가벼움을 넘어선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집권당 문방위원들이 방송사를 찾아와 편파보도라며 항의했다. 이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방송사에는 강한 압박이 될 것이다. 독재 시절의 보도지침 못지않은 중압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 결과는 더욱더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방송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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