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2-11-08일자 기사 '박근혜,양문석,상임위원 사퇴,청와대,MBC 몰락,'을 퍼왔습니다.
MBC 몰락 즐기다, 계속 표류하도록 개입한 청와대와 박근혜 후보

▲ 8일 오전 MBC 방문진 이사회가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부결시키자, 예고한 대로 양문석 상임위원이 기자회견장에 나와 사퇴를 표명했다.ⓒ미디어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전격 사퇴했다. 양 상임위원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김재철 해임이 청와대 하금렬 실장과 박근혜 캠프·김무성 본부장 전화 한 통에 무산됐다”고 밝혔다. “9부 능선을 넘었던 김채철 해임안 통과가 청와대와 박 후보 측의 개입으로 스테이(stay)됐다”고 폭로했다.
양 위원의 폭로는 충격적이다. 그간 청와대와 새누리당 측은 수차례 ‘MBC 사태는 개별 회사의 문제이므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해왔다. MBC 파업이 장기화되고, 김재철 사장의 각종 배임 혐의와 몰염치 행각으로 벼랑 끝으로 몰렸지만 정부와 여당의 입장은 복지부동이었다. 심지어 김 사장과 그 수하들이 정수장학회 지분을 매각해 박근혜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려던 시도까지 발각됐지만, 이때도 정부와 여당은 방송사의 문제에 함부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명분 만을 금과옥조로 앞세웠다.
하지만 양 위원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정부와 여당은 사실 MBC 사태에 가장 깊숙이 개입해있던 당사자였고, 사태의 해결을 막아온 주범 그 자체였던 셈이다.
양 위원은 사퇴의 변을 밝히며, MBC가 회복 불능의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의 지적대로 MBC는 공영방송으로서의 기본적인 신뢰성은 물론이고, 경영 지표도 유례가 없는 바닥세를 보이고 있다. ‘날씨 보도도 안 믿는다’는 말이 공공연할 정도다. ‘무한도전’ 정도를 제외하면 완전히 시청자의 관심을 잃었다. 한 마디로 전파를 쏘던 관성에 따라 방송이 편성되고 있을 뿐, ‘공론의 장’으로서의 기본적 기능은 아예 정지된 상태다.
MBC 사태에 정부와 여당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했다. 멀쩡하던 MBC가 이렇게 망가진 건 전적으로 이명박 정부 체제의 실패였다. 하지만 그동안 계속 방기해왔다. 이 방기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뻔뻔하게도 ‘권력이 방송사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왔다. 이 상황은 방송통신위원장이 최시중에서 이계철로 바뀌며 방통위가 급격하게 왜소화되는 과정과 맞물려 사실상 정부 여당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이상한 상황 논리로 전개됐다.
하지만 그럴 리 없는 일이었다. 생각해보라. 이 정부는 방송사의 부장급 인사까지도 관여할 정도로 깨알 같은 언론 장악을 해왔다. 뿌릴 수 있는 최대치의 낙하산을 투여한 정권이다. 그런 정부가 더욱이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MBC의 문제를 그냥 방치한다. 오히려 너무나 중요한 과제여서 도저히 그냥 놔둘 수 없는 사안이다. 이 정부는 계속 개입해왔다. 당연히 정부와 여당은 MBC의 표류를 즐겼고, 나아가 계속 표류하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해왔다.
그래서 한때, ‘마봉춘’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방송을 불신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장직 유지가 최대 관건인 김재철 사장은 제가 하는 일이 뭔지도 모르고 정부와 여당에 충실한 ‘종’으로 기능했다. ‘저널리즘의 별’이라 불리며 가장 예리한 ‘공론의 장’으로 존재하던 방송이란 평가가 무색하게, 혐오하고 냉소 받도록 만들었다. 모든 것은 그게 정부와 여당의 미래 도모에 유리하단 정략적 판단에 기인했다.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뉴스1
양 위원이 사퇴하며 지적한 것은 결국, 그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MBC를 ‘코마’ 상태에 두고 대선을 치루기 위해 지금껏 적극적 방관을 자행하고, 결정적일 때 개입해 김재철 사장이 해임되지 않도록 조치했단 것이다. 이미 언론 환경을 완벽하게 장악한 입장에서 전화 한 통화로 해결되는 별로 어렵지도 않은 일이었다.
박근혜 후보가 막 출마 선언을 하고 ‘국민대통합’을 외치며 전태일 다리도 방문하고 했을 때, 시중에 ‘박 후보가 MBC 사태를 해결하고 쌍용차 문제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발표하면 야권은 별로 할 게 없는 끔찍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실제, 박 후보가 그런 행보를 보였다면 야권 입장에선 정치적으로 각을 세우기가 참 난망했을 것이다. 박 후보의 ‘국민대통합’론은 완전히 탄력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박 후보는 그런 행보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점점 더 우경화에 집착하며 합리성을 잃어가고 있다. 쇄신은 어제의 이야기가 된지 오래 이고, 그나마 선거전을 의식하던 행보 역시 이번 사태를 통해 완전히 ‘민낯’을 드러냈다.
양 위원의 사퇴는 박근혜 대통령 시대의 모습이 어떠할 지에 대한 예고편을 보여준다. 박근혜의 시대는 이명박 시대의 판박이를 넘어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하의 저열함을 보여주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예민하고 무조건 고개를 숙여야 하는 후보자 시절에도 이런 식의 발상과 패악을 벌이는 박 후보와 그 주변의 사람들이 진짜 권력을 쥐게 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생각하면 사뭇 끔찍하기까지 하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민생과 경제는 얘기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역시 말을 아끼고 있는 중이다. 김재철 사장의 문제는 이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대답일지 모른다. 박 후보는 상식과 소통할 의지가 없다. 민주주의를 최우선하는 가치관에 기반하고 있지 않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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