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6일 금요일

'1등 신문' 조선일보가 시위를 말하는 방식의 '야만성'


이글은 미디어스 2012-11-16일자 기사 ''1등 신문' 조선일보가 시위를 말하는 방식의 '야만성''을 퍼왔습니다.
[분석]조선의 '보도투쟁', 가감없이 드러난 '조선일보 DNA'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은 ‘신년사’나 ‘창간기념사’를 할 때, ‘조선일보 DNA'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1등 신문으로서의 자부심을 강조하는 맥락으로 주로 쓰인다. 방 사장은 종편 출범을 앞두고 있던 때에는 “시대를 앞서가는 혁신의 조선일보 DNA로 방송 사업을 조기에 정착시키자”고 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TV조선은 종편 채널 가운데서도 ‘꼴찌’ 방송이다. 한 내부 관계자는 TV조선에서 ‘조선일보 DNA’가 발현된 유일한 순간은 “방 사장이 금연을 시작한 이후 사내 흡연실이 갑자기 사라졌을 때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선일보 DNA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것도 아주 강렬하게, 그리고 섬뜩할 정도로. 지난 13일부터 조선일보는 ‘덕수궁 앞 농성촌’을 속된 말로 ‘조지고’ 있는 중이다. 조선일보 DNA는 건수를 물면 옳고 그름의 사회적 가치 따위와는 상관없이, 물불 가리지 않고 일단 덤벼, 끝끝내 자신들의 의지대로 정책 결정권을 끌어내고야 마는 ‘근성’의 다른 이름이다. 덕수궁 농성촌을 둘러싼 조선일보의 ‘보도투쟁’은 조선일보 DNA의 현재진행형을 유감없이 과시 중이다.

▲ 조선일보는 13일 덕수궁 앞 천막 농성촌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인터넷 판에 올라온 기사(맨 아래)의 제목은 무려 "여친과 덕수궁 데이트 하다가 이걸 보곤 기겁...농성천막 더 는다"였다. 조선일보 지면, 인터넷판 화면 캡쳐.

지난 13일 조선일보는 1면 탑 기사로 ‘덕수궁 앞 ’불법 농성촌‘에 전국 시위단체 몰려든다’는 자극적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농성이 오래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제주해군기지에 반대하는 농성 천막이 세워지자 조선일보의 ‘촉수’가 극도로 예민하게 뻗친 것이었다. 이 기사의 인터넷판 제목은 무려 ‘여친과 덕수궁 데이트 하다가 이걸 보곤 기겁…농성천막 더 는다’였다. 이 제목의 기사는 꽤 오래 네이버 등 포털에 걸려있었는데, 스스로도 약간은 겸연쩍었는지 이후 제목을 다시 ‘당국과 경찰의 방임속에 덕수궁 앞 '불법 농성촌'에 전국 시위단체 몰려들다’로 바뀌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시위와 농성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정말 아무런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스스로 1등 신문임을 자부하는 조선일보가 헌법상에 보장된 권리와 자유를 깡그리 무시하고 나아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을 이처럼 공격적으로 드러낸단 것 자체가 한국 사회 공론장의 야만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여친과 데이트하다가 기겁했다’는 인터넷 판 제목을 뽑아낸 감각부터 그렇지만 기사의 표현을 보면 더욱 가관이다.
‘당국과 경찰의 방임’, ‘외국인 관광명소 옆에 불법’ 등의 일방적이고 선정적인 표현들은 물론 해당 문제의 책임을 박원순 시장과 야권 대선 후보들에게 돌리는 정치적 영민함까지. 이 기사야말로 대선 시기 조선일보 DNA가 시민들의 감수성을 어떻게 파고드는지를 ‘교본’처럼 보여준다. 13면으로 이어진 기사는 더욱 나아간다. 중구청이 천막을 철거해보고자 고군분투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선주자들 때문에 “여태껏 손도 못 댔다”는 절절한 사연은 담고 있다. 중구청이 천막을 철거하지 못한 상황을 ‘스토리텔링’ 수준으로 묘사했다.
이 기사의 반향은 컸다. 진보적인 시민들은 분노와 조소를 터뜨렸다. 한 마디로 조선일보답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더 몸이 단 것은 중구청, 경찰, 서울시 관계자와 같은 관리 책임자들이었다. 1등 신문에서 1면과 사회면 한 면을 털어 관리책임을 질책했으니, 어떻게라도 반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 14일자 조선일보는 3면을 통털어 덕수궁 농성촌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정부 당국의 방관을 문제삼은 기사였다.

14일자 조선일보는 ‘타깃’을 명확히 세워 덕수궁 농성촌을 다시 조진다. 가장 가독성이 높은 면인 3면이 통째로 할애됐다. 불법인 줄 알면서 서울시, 중구, 경찰이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쏘아 붙였다. 14일자 조선일보는 시위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조선일보 DNA’의 정수를 보여준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물론이고, 날조에 가까운 창작까지도 그대로 활자화해 시위하는 시민들을 ‘괴물’로 묘사한다. 하긴, ‘괴물’이란 전제가 있어야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다가 ‘기겁’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조선일보는 농성촌의 사람들을 ‘전문 시위꾼들’로 규정짓는다. 경찰과 공무원이 철거하려하면 “자기들 목에 칼 대며 ‘자살협박’”을 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에 시위와 그 농성촌이란 그저 ‘스피커의 소움’, ‘농성자의 담배꽁초’, ‘불법주차’의 문제이다. 결국, 조선일보는 넘지 말아야 할 어떤 선을 넘는다. 시위대를 덕수궁 돌담길을 파먹는 ‘쥐’에 비유했다.

▲ 조선일보의 의도는 15일자에서 빛을 발했다. 정부 당국이 농성촌을 철거하기로 했단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기사를 자세히 보면 서울시는 여전히 ‘강제철거는 최후의 수단’이란 입장이다. 조선의 의도는 자신들의 보도로 정부 당국이 움직였단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그렇게 되지 않을 경우의 책임을 박원순 시장에게 돌릴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조선일보가 이렇게까지 나오자, 사태의 심란함을 깨달았는지 ‘덕수궁 농성촌’ 철거 방침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이를 15일자 1면으로 받아주었다. 15일 안에 자진철거를 하지 않으면 강제철거하겠다는 중구청의 방침이 상세히 전해진다. 자신들의 보도로 인해 철거된다는 점을 기정사실화하는 구성적 배치다. 하지만 11면으로 이어진 기사를 보면, 상황은 좀 다르다. 서울시는 여전히 ‘강제철거는 최후의 수단’이란 입장이다. 자진철거를 위해 협조하겠다 정도가 조선일보 기사에 대한 반응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박원순 시장에겐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별로 진행된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철거를 기정사실화하는 조선일보의 문법은 2가지 덫을 깔고 있다. 첫째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스스로 대단하단 점을 홍보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행여 철거가 되지 않으면 이를 박원순 시장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도록 상황을 다져 놓는 것이다.

▲ 도심 시위에 몸서리치는 조선일보지만, 어떤 경우엔 시위를 홍보해주기도 한다. 서울 도심에서 릴레이로 '종북좌파 척결' 릴레이 시위 같은 것이 벌어지면 그렇다. 딱 하루만에 입장을 바꿀 수 있는 '몰염치'야 말로 조선일보DNA의 실체다

이처럼 시위에 대해 극단적인 알레르기 반응과 농성에 대한 공격적 혐오감을 갖고 있는 조선일보 DNA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16일자 조선일보 16면에 보면 ‘종북 척결 릴레이 1인 시위’를 친절하게 ‘홍보’해주는 박스 기사가 있다. ‘서울 도심에서의 릴레이 시위’는 조선일보가 며칠째 몸서리치며 저주해마지 않던 바로 그 행위다. 하지만 ‘종북좌파 척결’은 다르다. 딱 하루 만에 어제 썼던 기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낯을 바꿀 수 있는 ‘몰염치’, 그게 바로 조선일보 DNA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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