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3-20일자 기사 '국정원 정치개입 드러나자 또다시 ‘종북’ 타령'을 퍼왔습니다.
“정치개입 vs 종북세력 제재” 분위기로 갈 가능성 높아
국가정보원 직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이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하고 여론이 잠잠해지면서 잊혀지는 듯 했지만 여야가 국정조사를 벌이기로 합의하면서 사건의 실체를 밝힐 수 있을지 여론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더욱이 여야가 지난 17일 국정조사에 합의하고 하루 뒤 18일 원세훈 국정원장이 ‘원장 지시’라는 명목으로 확대간부회의에서 조직적 정치 개입 의혹을 살 수 있는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단순히 여직원 개인 차원에서 저지른 일이 아니라 대북심리전단이라는 국정원 조직에서 정치에 개입했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었는데 국정원 수장이 직접 정치 개입을 지시한 결정적 증거라고 할 만한 내용들이 폭로된 것이다. 실제 원세훈 원장의 지시 내용을 그대로 설파하는 트위터 계정 65개가 발견되면서 국정원 여직원 이외에도 집단적으로 인터넷에서 여론 조작을 일삼은 것이라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정원은 당초 여직원의 행위에 대해 개인적인 일이라고 해명했다가 대북심리전의 일환이라고 말을 바꿨고, 이번에도 원세훈 원장이 직접 지시한 발언 내용이 폭로되자 국정원은 “북한 선전 IP 추적 등 대북심리전 활동을 하던 직원이 북의 선동 및 종북세력의 추종실태에 대응하여 올린 글인데 이를 원장 지시와 결부시켜 ‘조직적 정치개입’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종북이라는 단어와 전혀 상관없는 국내 정치 사항에 대한 업무 지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0년 3월 19일 “4월 국회에서는 주요개혁입법들이 모두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지시한 대목과 2011년 11월 18일 “한미FTA 처리문제도 정부 여당에 대한 온갖 비난 기사가 실려 여론 악화되고 난 후 수습하려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이므로 치밀한 사전 홍보대책을 수립, 시행하는 업무자세가 필요”하다고 적시한 내용이 대표적이다.
특히 2011년 2월 18일 “북한과 싸우는 것보다 민노총, 전교조 등 국내 내부의 적과 싸우는 것이 더 어려우므로 확실한 징계를 위해 직원에게 맡기기보다 지부장들이 유관 기관장에게 직접 업무를 협조하기 바람”이라고 지시한 사례가 있는데 엄연한 합법단체를 물밑에서 탄압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전교조와 민노총은 국정원으로부터 명예를 훼손 당했다며 고발을 준비 중이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이미 내부에서 법률자문을 받아 명예훼손 고소 조건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을 구했다”면서 “지난 국정원 종북교육에서 국정원이 전교조를 폄훼한 책을 교육참가자들에게 나눠준 것과 합쳐 고소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조사에서는 김씨가 소속된 대북심리전단의 실체와 활동 내용, 선거에 개입된 구체적인 정황과 법률 위반 내용 등에 관해 대대적인 조사를 바탕으로 추궁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정원에서는 지금까지 밝혔던 해명처럼 정치 개입 의혹을 ‘종북세력에 맞선’ 정상적인 업무의 일환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국정조사에서도 ‘종북’에 대한 개념과 행위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제제를 하기 위한 국정원의 역할이 정당한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주민 변호사는 “국정원과 새누리당에서는 종북 세력에 맞서 적정한 대응을 한 것이라고 정면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며 “국정조사에서는 법률 위반 사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정당성에 대해서도 종북이 정치적 탄압 수단으로 일삼았던 역사적 사례를 들어 인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강력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일을 기회로 해서 불분명한 추상성과 역사적으로 위험성을 보여준 종북 개념에 대해 대대적인 점검을 해봐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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