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30일 토요일

경기 침체 우려 강조해 ‘12조원 + α추경’ 못박기


이글은 경향신문 2013-03-29일자 기사 '경기 침체 우려 강조해 ‘12조원 + α추경’ 못박기'를 퍼왔습니다.

ㆍ정부 ‘재정절벽’ 얘기 왜 나왔나ㆍ2009년 마이너스 성장때 ‘슈퍼추경’ㆍ지난해 0%대지만 플러스 성장 유지ㆍ한은은 경제 낙관 금리 동결 ‘엇박자’

정부는 29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재정절벽’을 언급했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추경 규모는 12조원 플러스 알파가 될 것이며 추경이 없으면 한국판 ‘재정절벽’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추경 편성이 이뤄지지 않으면 올 하반기쯤 정부의 재정 지출이 뚝 끊기게 되고, 그 결과 한국 경제가 절벽에서 추락하듯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정부는 추경이 아니면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재의 경제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지표상으로 나타나는 한국 경제는 분명 좋은 상태라고 할 수 없다. 이날 통계청이 내놓은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2월 광공업 생산은 제조업(-1.2%) 하락세의 영향으로 전달보다 0.8% 감소했다. 지난해 9~12월 오름세를 타다 올해 1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무역수지 흑자폭이 확대됐지만 수출이 늘어서라기보다는 수입이 더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정부는 올 경제성장률이 2.3%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말만 해도 올 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했지만 3개월 새 0.7%포인트 낮췄다.

그러나 한국 최고 권위의 경기 예측기관인 한국은행의 경기 인식은 다르다. 한은은 경제 상황을 다소 낙관적으로 보고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의 ‘최근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를 보면 미국은 2월 취업자 수가 전월보다 늘고 주택가격 상승률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 또한 수출 증가율이 두 달째 20%대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중국 경제가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어 금리를 낮춰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추경 부담은 결국 국민이 져야 한다. 국가재정법은 추경의 편성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석준 재정부 2차관이 이날 한목소리로 재정절벽을 언급한 것은 현재의 경제 상황이 국가재정법에서 언급한 경기침체·대량실업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통상 경기침체라고 하면 2분기 연속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경우를 말한다. 2009년 ‘슈퍼 추경(28조4000억원)’ 당시 2008년 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4.6%로 급락해 추경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이번 추경의 배경이 되는 지난해 분기 성장률이 0.9%, 0.3%, 0.1%, 0.3% 등으로 저조한 수준이지만 플러스를 유지했다.

재정 지출 감소 규모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올해 예산 중에 12조원 결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를 인용해 미국의 재정절벽을 설명한 자료를 보면 ‘미국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4% 이상의 재정 감축이 이뤄질 경우’라는 전제를 달았다. 한국의 GDP가 약 1200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처럼 재정절벽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50조원가량의 재정 감축이 발생해야 한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나쁜 것은 맞지만 정부가 추경을 밀어붙이기 위해 다소 과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도 “추경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주 틀린 정책은 아니지만 정부 인식이 이례적으로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오창민·박병률 기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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