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8일 목요일

[여의도칼럼]인터넷을 통한 농산물 유통 혁신


이글은 이데일리 2013-03-28일자 기사 '[여의도칼럼]인터넷을 통한 농산물 유통 혁신'을 퍼왔습니다.

[박주만 이베이코리아 대표] 한국 농산물의 인터넷 거래 비중은 해외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식품 거래는 전체 온라인 쇼핑 중 약 1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 전자상거래에서는 보기 힘들 정도로 비중이 높다.

박주만 이베이코리아 대표

온라인시장 대표격인 오픈마켓의 경우 10년 전부터 식품 판매가 시작됐는데 가장 먼저 판매된 식품은 라면이나 생수 등 흔히 유통되는 가공식품이 아니라 놀랍게도 과일, 김치 등의 신선식품 및 1차가공식품이었다. 농장에서 직접 수확하는 광경을 사진에 담아 올린 ‘깨어 있는 농부’들의 노력과, 다른 구매자들의 상품평을 볼 수 있는 오픈마켓의 특성이 신선식품의 거래를 더욱 활성화했다. 

신선식품의 경우 처음 구입할 때에는 많이 망설이지만 일단 한번 구매해서 믿음이 간다고 생각하면 단골이 되는 비중도 다른 공산품에 비해 높았다. 특히 클릭 한번으로 팔도 농수축산물을 한번에 비교할 수 있어 구매 고객들에게는 가격과 상품평을 두루 볼 수 있다는 잇점이 있었다. 오프라인과 비교해 판매 진입장벽이 낮은 오픈마켓의 특성은 특히 사과, 배, 감귤처럼 계절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어민들에게 도움이 됐다. 

특히 천재지변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거나 과잉생산된 경우, 또 기존 유통시장에서 외면받는 농수축산물의 경우 이러한 오픈마켓의 장점이 빛을 발했다. 기존 유통시장이 해결해 줄 수 없는 경우에 오픈마켓은 매우 유용한 유통 채널이 돼 왔다. 태풍으로 인한 낙과를 농장 직송으로 온라인으로 판매한 것은 2002년 옥션이 처음이었다. 배추가 인터넷으로 팔리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당시 배추작황이 너무 좋아 배추값이 폭락해 밭뙈기로 넘겨야 했던 주민들이 부녀회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인 절임배추를 만들어 전국배송을 했던 것이 시초였다. 기존 농어민들로부터 중간도매상들이 헐값에 사 가는 아이템의 경우 오픈마켓과의 ‘콤비 플레이’가 돋보였다. 못생겨서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주스용 과일이 알음알음 판매된 것은 3~4년 전부터였는데, 못생겨도 실속있는 상품을 찾는 구매자들의 수요가 늘자 작년 옥션에서 아예 ‘못난이 농산물 기획전’을 열어 못난이 과일, 채소, 건어물 등을 판매해 큰 호응을 얻은 것이다. 

식품 온라인쇼핑이 시작된지 10여년, 인터넷은 이제 단순히 농수축산물 대안 유통채널이 아닌, 농수축산물 생산자와 유통업체들이 진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높아진 위상만큼 업체들도 관련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기울여가고 있다. 각 온라인몰들은 1~2인가족으로 재편되는 생활패턴에 맞게 새로운 산지직거래 형식으로 농수산물을 개발하고 있다. 지자체별로는 농특산물 인터넷 판매에 대한 다양한 교육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지자체 정부나 우정사업본부 등 다양한 지역 기반 조직과 연계된 위탁판매가 활성화되고 있어 이를 통한 농어민들의 인터넷 판매 참여가 확대되고 있으며, 행정안전부의 ‘정보화마을’사업에 참여하거나 지역 기반의 사회적 기업을 통해서도 농산물 인터넷 판로는 열려 있다. 

최근 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시장에서 농축산물 유통비용은 평균 소비자가의 4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농수축산물을 구입하는 한편 판매 농가들에게도 좀더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유통단계를 혁신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유통 혁신을 위해서는 기존 오프라인 유통의 좋은 점은 살리고 불완전한 부분을 극복해 가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건전한 경쟁이 존재하는 한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에서 손쉽게 가격 비교가 가능하고 많은 구매자들의 평가를 접할 수 있으며 전국적인 수요-공급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온라인 시장은 농수축산물 유통구조 혁신에 한 가지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통 5일장에서나 볼수 있었던 지리산 건나물이나, 통영 수산시장의 생굴과 오만둥이를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하루만에 택배로 받아볼 수 있는 세상이다. 농수축산물의 온라인 판매 활성화는 유통 혁신의 일환일 뿐 아니라 경쟁력 있는 우리 먹거리를 전국적으로 알리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장영은 기자 blue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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