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8일 목요일

불통의 수첩인사 '안 통해도 너무 안 통해!'


이글은 대자보 2013-03-27일자 기사 '불통의 수첩인사 '안 통해도 너무 안 통해!''를 퍼왔습니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박근혜 정부는 현실과 미래 바로 보라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박근혜 정부의 출범 1개월, 갈팡질팡하는 고위 공직자 인사가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따지고 보면 조직개편과 고위공직자 인사 말고는 아직 시작한 일이 없다. 그런데 그것이 엉망이라면 된 것 없는 출범 한 달이다. 

고위 공직 인사의 혼선은 국정의 공백을 가져온다. 국민 대통합의 기반을 무너뜨린다. 총리 후보자,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법무차관, 국방장관후보자, 중소기업청장 내정자에 청와대 비서관 인사 실패까지 손가락을 꼽아보면 10이 넘고 사퇴하거나 사퇴시켜야 하는 게 마땅해 보이는데 그냥 버티고 있는 사람까지 치면 두 발을 얹어 세어야 한다. 

총리·장관급 등 최고 핵심요직의 내정자·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 때보다 문제가 심각하다. 

◇ 나는 독선을 꿈꾸지 않았다? 

부실한 인사검증팀부터 검증하고 대통령만 쳐다보는 일방통행식 의사결정구조도 다시 검토할 일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 장차관 인사가 당분간 계속되어야 하는데 어디까지 가려는지 걱정이다. 박근혜의 정치 여정을 그려나간 (나는 독신을 꿈꾸지 않았다) 라는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박 대표는 문제점이 있더라도 한번 임명한 사람은 함부로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박 대표 주변에는 친절한 사람이 거의 없다. 과거의 경험 때문에 용인(用人)의 문제를 어려워하는지 모른다. 어떤 사람이든 각별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 한다. 주변에서는 다가오는 사람들을 받아들이라고 충고를 한다. 그런데 굳이 세인의 비판에 일희일비 않으려는 고집이 있다. 세력을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도 좋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사람을 쓰는데 옥석을 가릴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도 높다. 아무래도 인재를 가리고 뽑아 쓴 경험이 부족하지 않은가. 상대방의 마음이 떠난 뒤에 다가설 수도 있고 간과 쓸개를 빼줄 것 같은 인물들이 박 대표를 수렁으로 밀어 넣을 수도 있다." (천영식 저 / 2005년 / 북포스)

통치자가 자질과 능력에서 미흡해도 인재를 잘 골라 쓰면 국정이 자리를 잡아가지만 통치자가 뛰어나도 인재를 잘못 쓰면 국정은 흔들리게 마련이다. 통치자의 용인을 논한 옛 가르침으로는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의 충고가 잘 알려져 있다. 

"나라가 흥하려면 상서로운 징조가 나타나는데 군자가 기용되고 소인이 쫓겨난다. 나라가 망하려면 어진 사람은 숨어 버리고 난신들이 귀한 몸이 된다. 나라의 안위는 군주가 어떤 명령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고 나라의 존망은 인재의 등용에 달려 있다."

◇ 인재는 하늘같은 국민을 떠받치는 기둥 

철학과 가치관부터 점검해 보자. 대통령, 장관, 차관, 장군, 회장, 사장 등이 가치를 창조하며 역사를 발전시켜 왔고, 그래서 이런 자리에 앉아 본 사람들이 훌륭한 인재일까? 

그것은 과거 봉건시대의 통치자들이 갖고 있던 생각의 한계이다. 민주주의는 그 한계를 넘어 발전해 온 정치체제인데 아직도 그런 관념에 묶여 있다면 벗어나야 한다. '용인'(用人)의 시작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서민의 복지와 양극화의 축소이다. 이것이 국가의 가장 튼튼한 기초이고, 농민·노동자의 땀이 국가발전의 동력이라는 점을 지나쳐서는 사람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그 가르침이 용인지상(用人至上)이다. '사람이 곧 하늘이고 인재는 그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이니 국민을 섬기고 떠받들 사람으로 고르는 것이 첫째'라는 것이다. 그의 경력과 학식은 그 다음이다.   공자도 '뜻은 어리석은데 지식만 가득한 신하는 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불문과거, 납용적인'(不問過去 納容敵人)이라 했다. 과거를 따지지 말고 적이었다해도 훌륭하면 받아들이라는 충고이다. 자기의 좁은 틀을 벗어나서 사람을 쓸 수 있어야 한다. 

나라에는 축적된 사회적 자본이 있다. 이것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미래를 위해 채워나가는 것이 국가발전을 보장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아시아 아프리카의 식민지였던 나라에 서방선진국들이 여기저기 원조를 했다. 

그 가운데 고도성장과 민주주의를 신속히 이뤄낸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교육수준, 교육열, 국민의 도덕적 수준과 문화라는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쪼개고 흐트러 놓은 것이 지역주의이고 군사독재이다. 사회적 자본을 갖췄으나 쓰지 않는다면 불통과 실망만 남게 된다. 

그런데 민주화되고 국민 다수가 대학교육을 받고 지식이 넘치면 사회적 자본이 넘쳐나는 걸까? 아니다. 다양한 가치관과 개인주의적 발상으로 국민통합과 상호신뢰가 더 어려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통합과 신뢰증진에 적합한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그리고 시대의 변화를 인정하고 쫓아야 한다. 

굳이 나이를 따질 건 아니지만 새로운 시대 새로운 가치를 추구할 시점에 경험 없는 과거의 사람을 수소문해 앉히는 건 불안하기만 하다. 정부는 현실과 미래를 바로 보고, 방향을 올바로 제시하고, 이끌어갈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구성해야 한다. 이러지 못하면 사회는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하고 파벌을 짓고 정책을 오도한다. 

국민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기 시작하면 정부와 정치권은 포퓰리즘에 빠져 과대광고와 단기효과에 매달린다. 그러면 미래창조발전은 멀어진다.

변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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