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8일 목요일

“오세훈·허준영 허황된 꿈만 꿨다”


이글은 시사IN 2013-03-28일자 기사 '“오세훈·허준영 허황된 꿈만 꿨다”'를 퍼왔습니다.
‘용산의 꿈’은 부도로 끝났다. 서울시의 용산 개발 확장 계획에 반대한 김진애 전 의원을 만났다. 김 전 의원은 100층 이상 빌딩을 짓고 서부이촌동까지 확대하는 등 탐욕과 환상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불리던 31조원 규모의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용산개발사업)이 이자 52억원 때문에 부도 위기를 만났다. 이 사업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부터 사업성을 무시한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파국이 예상됐던 터였다. 그래서 놀라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김진애 전 민주당 의원도 그랬다. 김 전 의원은 도시계획학 박사 출신으로 2000년대 중반에는 용산개발사업 자문위원을 맡아 서울시의 사업 확장 압력에 강력히 맞선 바 있다. 18대 국회의원 시절에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용산개발사업에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3월15일 오후 (시사IN) 기자를 만난 김 전 의원은 용산개발사업의 파국은 결국 탐욕과 환상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시사IN 조남진 김진애 전 의원(위)은 서울시의 무리한 개발 계획을 비판했다.

용산개발사업의 문제점이 결국 표면화되었다. 그뿐 아니라 다른 토건 재앙들도 터지고 있다. 4대강 재앙, 뉴타운 재앙, 한강 르네상스 재앙에 용산 재앙까지…. 결국 탐욕과 허황된 환상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세계적인 개발 거품의 절정이었던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신기루에 영향을 받은 사람이 많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서울시가 큰 영향을 미친) 용산국제업무지구 조감도를 보면 그림 자체가 마치 두바이 같다.

2007년 용산개발사업의 자문위원을 했으니 당시 내막을 잘 알지 않나?
용산은 서울의 중심에 해당되지만 아직 개발이 안 된 지역이다. 그래서 서울의 마지막 프런티어(개척지)라고 불리기도 했다. 한마디로 용산은 요지(要地)이므로 어떤 개발을 하든 실패하기가 오히려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참여정부 당시 코레일이 용산을 개발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당시 코레일은 적자로 찌들어 있었는데, 개발이익으로 (공기업인 코레일의) 재무상태를 개선하려는 방안이기도 했다. 괜찮은 계획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2006년 오세훈씨가 서울시장에 취임한 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용산 개발과 연결시키면서 문제가 생겼다. 2007년, 용산개발사업에 서부이촌동을 포함시키며 사업 규모를 엄청나게 키워버린 거다.

그때 강력히 반대한 것으로 안다.
이유는 간단하다. 리스크가 너무 커진다. 도시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을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다. (오 전 시장이 개입하기 이전) 당초 개발 규모도 십수만 평이니 리스크가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 때 사업을 서부이촌동으로까지 확대했다. 더욱이 이촌동엔 수많은 주민이 살고 있으니 이들에 대한 보상 등 다양한 민원이 걸려 있다. 이렇게 되면 어떤 개발사업이든 당초 예측·계획한 대로 풀릴 수 없다. 더욱이 서부이촌동에는 세운 지 겨우 2∼3년 된 아파트도 있었는데 재개발이라니, 도덕적으로 말이 되는가. 2007년 코레일(개발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의 1대 주주)에 조언할 때 당시 이철 사장에게 “(서부이촌동까지 확장하는 건) 절대 안 된다. 버텨라”라고 했다. 그런데 용산개발사업은 서울시가 승인해야 가능한 사업이었다. 사실상 서울시가 사업 인가권을 가지고 ‘서부이촌동도 개발하라’고 압력을 넣은 거다. 결국 이철 사장은 버티지 못했다. 코레일은 서울시에 걸려든 거다.

오세훈 전 시장은 용산에 두바이를 만들고 싶었나 보다.
 당시 서울시는 심지어 용산에 100층 이상 빌딩을 지어야 한다는 조건을 코레일에 제시했다. 원래 개발이란 것은 사업성을 따지면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가 각종 억지 조건을 집어넣어 (코레일을) 묶어버린 거다. 결국 관리가 안 될 정도로 리스크가 커졌고….

ⓒ뉴시스 서울 광화문 드림허브 본사에 설치된 용산국제업무지구 모형. 초고층 빌딩이 즐비하다.

원래 도시개발엔 거품이 필요한 것 아닌가?
 그렇다. (거품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당장 주민들부터 앞으로 가격이 오를 거라는 기대가 있어야 집을 사지 않나. 그러나 (서울시 같은) 공공기관은 가운데서 지긋이 중심을 잡으며 당근과 채찍으로 업계를 잘 조율해야 한다. 그런데 자신들이 흥분해서 사업에 뛰어들어 ‘너무나 안전한 사업’을 망쳐놓은 것이다.

‘용산 개발’이 당초엔 안전한 사업이었나?
 원래 개발사업에서 가장 힘든 것이 땅을 확보하는 것이다. 용산의 개발 지역은 원래 코레일의 땅이었다. 그러므로 땅을 확보할 필요가 없었다. 또한 코레일은 공공기관이므로 사업기간을 조정할 수도 있고, 일부 매각 등으로 리스크를 분산할 수도 있었다. 한마디로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해 리스크를 키웠는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거품이 꺼지고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진 거다.

국회의원 재직 시 국정감사에서도 용산개발사업에 대해 많은 지적을 했다.
 2010년 국감부터였는데, 서울시와 코레일에 차근차근 얘기했다. “(당신들) 계획은 실현 가능하지 않다. 단계적으로 안전하게 바꿔라. 안 그러면 다 같이 무너진다.” 그러나 허준영 당시 코레일 사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마이동풍이었다.

그들의 당시 계획이 어땠는가?
 허무맹랑했다. 23만 평에 이르는 용산개발사업 전체를 2017년까지 완료하겠다는 것이었다. 불가능한 계획이었다. 엄청난 물량이 분양되어야 하는데, 경기가 하강하고 있는 2010년에 그런 투자를 기대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심지어 오세훈 전 시장이 퇴임하기 직전인 2011년에도 용산에 세울 100층 넘는 빌딩의 그림이 나왔다. 그래서 오세훈 전 시장이 갑자기 그만둔다고 했을 때 ‘그동안 펼쳐놓은 일들 뒷감당하기 겁나서 저러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서울시에 도시개발 관련 심의위원회가 있고 거기에는 전문가도 많이 들어간다. 
 국정감사 당시 위원회 회의록을 열람한 적이 있다. (서울시 측의 계획에) 반대한 전문가도 있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단군 이래 훌륭한 사업’이니 ‘오세훈 시장의 역작’이니 하면서, 말도 안 되는 바람잡이 노릇을 했더라.

아무튼 그동안 예상하던 사태가 터진 셈인데, 문제 해결의 원칙이 있다면?
 지금까지의 용산개발사업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대로 추진하면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매몰비용(이미 투입해서 사업을 중단하면 손해 보게 되는 돈)’이 아깝지만, 부동산 거품도 다 꺼진 상태에서 허무맹랑한 계획을 추진하면 비용만 계속 커진다. 따라서 계획을 철회하고 한 30년 정도 보면서 단계적으로 다시 개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책임 있는 사람들, 오세훈 전 시장, (서울시 계획을 막무가내로 추진한) 허준영 코레일 전 사장, 용산 개발 관련 서울시 위원회에서 들러리 구실을 한 전문가들, 개발업계 인사 등에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종태 기자  |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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