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9일 금요일

정수장학회, 사람만 바꿔 현 체제 유지 가능성… 사회환원도 불투명


이글은 경향신문 2013-03-28일자 기사 '정수장학회, 사람만 바꿔 현 체제 유지 가능성… 사회환원도 불투명'을 퍼왔습니다.

ㆍ박근혜 정부 내내 부담 될 수도ㆍ김재철 빠진 MBC 사장 자리 또 정권 친화적 인물 선임 전망

정수장학회가 사임한 최필립 전 이사장 후임으로 김삼천 전 상청회 회장(64)을 선임하며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김 이사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연결고리가 부각 되며 대선 기간 박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했던 불씨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정수장학회는 박 대통령에겐 ‘아픈 가시’ 같은 존재다. 시민사회는 정수장학회가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절 부산지역 기업인 고 김지태씨 소유의 부일장학회를 강탈해 만든 ‘장물’이기 때문에 유족에게 돌려주거나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요구해왔다. 당사자인 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지난 대선을 정점으로 꾸준히 나왔다.

그러나 김삼천 이사장도 박 대통령의 정수장학회 ‘대리 운영’ 논란을 부른 최필립 전 이사장과 다를 바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며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논란 종식에도 험로가 예상된다.

굳게 닫힌 문 28일 서울 중구 정동 정수장학회를 방문한 한 기자가 취재를 위해 인터폰 을 누르고 있다. | 김문석 기자

김 이사장의 이력만 놓고 보면 박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를 부정하기 어렵다. 김 이사장은 정수장학회 장학생 모임인 상청회 회장을 두 차례나 지내며 박 대통령에게 수천만원의 정치후원금 을 내왔다. 박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낸 한국문화 재단의 감사도 지냈다. 한국문화재 단은 영남대와 정수장학회, 상청회 등과 함께 박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운영에 간여해 사실상의 ‘소유물’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지난해 9월 김경협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강탈한 공익법인들을 마치 재벌 계열사처럼 운영하며 최측근들을 임원으로 포진시키고 사유물처럼 지배해온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김 이사장 선임에 대해 “제2의 최필립이 들어온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사람만 바뀌었을 뿐 문제의 본질은 하나도 변한 게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사회적으로 신망이 있는 제3의 인물을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해도 문제 해결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할 텐데 또다시 박 대통령과 긴밀하게 연결된 인물이 장학회를 책임지게 됐다”며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자신과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해명하겠지만 결국 이 문제는 박근혜 정부 내내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장학회의 사회 환원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사회적 논의기구를 마련해 중립적·독립적 인사 들로 이사회 를 새로 구성하고 정관과 명칭을 변경하는 등 정수장학회를 완전히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주문을 해왔다. 장학회의 규모와 위상을 고려해 정치권력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게 만든 뒤 공익적 장학재단의 역할에 전념할 수 있게 만들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수장학회는 이사진의 추가 교체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학회는 지난해 12월 임기가 끝난 김덕순·신성오 이사의 임기를 4년 연장 요청해 교육청으로부터 승인받았다. 최성홍 이사는 올해 10월, 송광용 이사는 2015년 10월까지 임기가 남은 상태다. 당초 박 대통령의 취임 에 맞춰 최필립 이사장이 사퇴를 발표했을 때도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야권과 시민사회로부터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받아온 최 전 이사장이 물러남으로써 이사회의 부담을 더는 대신 비슷한 성향의 인물이 자리를 대신하며 현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우려가 이번에 현실화된 것이다.

정수장학회가 보유 중인 MBC와 부산일보 등 언론사 지분의 처리 문제도 불투명해졌다. 언론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해 정수장학회가 보유 지분을 내놓거나 적절한 방법으로 공공성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김 이사장의 선임으로 힘을 잃게 됐다. 김재철 사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MBC 사장 자리에도 또다시 정권 친화적 인물이 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정수장학회에서 손을 떼겠다는 확실한 의사 표시가 MBC의 지배구조 개선 논의를 촉발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MBC의 독립성과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지키는 선에서 경영과 지분구조 등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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