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30일 토요일

정부 “재정절벽” 엄살…추경 편성 명분쌓기?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29일자 기사 '정부 “재정절벽” 엄살…추경 편성 명분쌓기?'를 퍼왔습니다.


조원동 경제수석이 29일 청와대 브리핑실에서 추경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추경 전액 국채발행 조달 논란
 성장률 낮춰 세수 결손 강조
민주 “증세없는 증액 불가능”

정부가 29일 ‘한국판 재정절벽’이란 표현을 동원하며 어려운 곳간 사정을 공개했다. 올해 성장률 감소로 세입에서만 12조원이 부족한 상태고, 여기에 새 정부의 복지 공약 등을 이행하려면 추가로 더 예산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정부의 다급함은 이날 오전 서울의 청와대와 세종시의 기획재정부에서 같은 시간에 동일한 내용의 기자회견을 한 것에서도 잘 나타난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의 기자회견은 ‘한국판 재정절벽’으로 시작해서 ‘12조원 이상의 추경’으로 똑같이 마무리됐다. 조 수석의 발언이 좀더 강경했다. 그는 “12조원의 세수 부족을 어떻게 메울지는 국회와 협의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다만 추경을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정부는 세입 부족의 가장 큰 원인을 성장률 감소로 꼽았다. 정부는 전날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말 전망치 3.0%를 2.3%로 대폭 낮췄다. 이에 따라 올해 법인세와 종합소득세 세입이 4조5000억원 감소하고, 경기에 민감한 부가가치세도 1조5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올해 초부터 2월까지의 세수 실적이 지난해보다 7조2000억원 적다. 또 산업은행·기업은행의 정부 지분 매각 계획을 철회·축소하면서 추가로 6조원의 세외수입이 줄어들게 됐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의 공약 이행에 투입될 추가 재원도 추경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 정부로서는 국회 동의가 필요한 추경 예산을 넉넉히 따내려면 유리한 여론이 절실한 상황이다.이 때문에 정부가 성장률을 대폭 낮춰 잡은 것은 추경 편성을 위한 알리바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예산을 짤 때 올해 성장률을 4.0%로, 12월 말에는 3.0%로 각각 예상했다가, 이번에 또다시 2.3%로 낮춰 잡았다. 불과 6개월 만에 전망치를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하향조정한 것이다. 정부의 수정 전망치는 한국은행(2.8%), 한국개발연구원(KDI·3.0%), 엘지경제연구원(3.4%) 등 국내 연구기관들 중 가장 낮은 것이다. 재정부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 초, 그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0%로 잡았지만 실제 성장률은 2.3%에 그쳤다. 이런 ‘고무줄 성장률’에 근거한 세입·세출 전망과 추경 예산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해 4% 성장률에 근거해 낙관적인 세입 예산안을 짠 책임자가 당시 예산실장이던 이 차관이다.



추경 재원을 모두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기로 한 점도 논란이다. 이석준 차관은 “세계잉여금이 3000억원에 불과해 국채 말고는 방법이 없다. 일각에서는 증세 이야기를 하는데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 증세를 하면 지출이 감소하므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정부 계획대로 추경을 편성할 경우, 애초 예산안 기준으로 7조8000억원이던 올해 적자 국채 발행액은 20조원을 훌쩍 넘어서고, 국가채무는 480조원대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증세 없는 예산증액’에 부정적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추경의 규모와 방식, 사용처 등을 두고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 정책위 위원장을 지낸 이용섭 의원은 “조세부담률 등 적절한 대책도 함께 내놔야 하는데 이런 내용을 찾아볼 수가 없다. 증세 없는 재원 마련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권은중 송호진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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