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30일 토요일

“담배도 술도…오르지 않는 건 월급 뿐”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3-28일자 기사 '“담배도 술도…오르지 않는 건 월급 뿐”'을 퍼왔습니다.
[뉴스와 SNS] 박근혜 정부 인사 줄줄이 낙마…“축구팀 만들 수도”

같은 뉴스라도 어디에서 소비되느냐에 따라 반응이 서로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신문 1면에 소개됐던 뉴스라도 SNS에서는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신문 구석이나 방송뉴스 끄트머리에서 ‘단신’으로 언급됐던 뉴스가 SNS에서 큰 화제를 모으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언론 보도가 SNS를 타고 더 널리 확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 한 주간 신문·방송 등 언론에서 화제가 됐던 뉴스와 SNS에서 관심을 모았던 뉴스를 비교 해보는 (뉴스와 SNS) 코너를 신설합니다. (편집자 주)

-술값이 인상된다는 소식이네요?
지난주에 담뱃값 인상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이번에는 술값 인상입니다. 정부 일각에서 담배에 이어 술도 가격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논의에 불이 붙었고요, 정치권이 음주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술값을 인상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확대됐습니다.  

-어떻게 보도가 됐죠?22일 MBC는 “새 정부는 술값을 올려 소비를 줄이자는데 적극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도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찬성”이라고 말했다고 하고요.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어 25일 SBS는 ‘정치권이 술값을 올리는 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인데요. 알콜 도수 30도 이상의 술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건강증진부담금을 늘리자는 건데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소비자 가격은 4~5% 인상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30도 이상의 술이면 맥주나 소주는 해당이 안 되나봐요?
네 그렇죠. 위스키 같은 독주가 해당됩니다. 독한 술을 주로 소비하는 계층이 아무래도 고소득층이라고 보고, 중산층 이상 계층에게서 돈을 거둬 모든 국민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법안 취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정부가 새로 거두게 될 금액은 연간 360억원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이 돈은 금주 교육이나 알콜 중독자 치료 등 제한된 목적으로만 쓰일 예정이라 담뱃값 인상과는 차이가 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 SBS <뉴스8> 3월25일 방송 화면.

-그래도 논란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담뱃값 인상과 마찬가지로 역시 논란이 적지 않은데요. 서민 생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애주가들의 ‘탄식’도 이어졌습니다. SNS에서의 반응이 재밌는데요. ‘담배에 술에... 안 오르는 건 월급 뿐이구나’, 이것저것 다 오르고 연봉은 그대로구나!‘ 하는 트윗이 인상적입니다. ’건강에 안 좋은 패스트푸드, 밀가루, 설탕 가격도 다 올리자‘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간접세 올려 서민 돈 뺏을 생각 말고 부자들한테서 세금 제대로 걷어라’, 이런 트윗도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시민들의 심리적 거부감이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한 이용자는 ’왜 술을 먹을 수밖에 없는지 국민들은 안다‘는 트윗을 남겼고, 다른 트위터리안은 ‘이상한 짓 좀 하지말고 담배,술 없이도 살아갈 수 있게 정치 좀 해주면 안되겠니?’라고 트윗했네요.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정치인들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결국 사퇴했네요?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 공직자들이 잇따라 낙마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됐던 한만수 후보자가 25일 사퇴했죠.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된 게 결정타였다는 분석입니다. 대형 로펌 근무 경력도 공정위원장 자리와 맞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인수위 시절부터 따지면 벌써 12명째 낙마인데요.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이 ‘데쓰노트’ 아니냐, 이런 우스개도 나옵니다. 

-신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신문들도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 ‘계속되는 인사 실패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청와대는 말이 없다’는 이야깁니다. 보수성향 신문들도 비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조선일보 3월26일자 1면

-왜 이런 일이 계속 이어지는지, 신문들의 분석이 조금씩 달랐다면서요?
문제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조금씩 다른데요, 우선 인사 검증 시스템이 문제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성접대 관련 논란에 휘말린 뒤 자진해서 사표를 냈던 김학의 법무부차관의 경우, 청와대는 ‘본인이 아니라고 하는데 뭘 어떻게 더 하겠나’면서 임명을 강행했다고 하죠. 한편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좀 더 강조하는 분석도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평소에 눈여겨 보던 인사를 지목하고, 검증을 그 뒤에 하다 보니 계속 이런 ‘사고’가 반복된다는 이야깁니다. 

표현들이 재밌는데요, 한겨레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내 사람이 아니라 국민 위한 사람 써야 한다”는 제목을 뽑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 철학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인데요, 한국일보는 ‘3불 인선’이라는 평가했습니다. ‘불통’ ‘불량’ ‘불감’ 인사라는 건데요. “협소한 인재 풀에 기반한 ‘불통 인선’과 아마추어 검증라인의 ‘불량 검증’”, 그리고 각계의 비판 여론을 감안하지 않는 ‘불감 인선’이라고 분석했네요.

▲ 한겨레 3월27일자 5면

-관계자에 대한 문책이나 청와대의 사과, 기대하기 어려울까요? 
인사 검증 실무자들에 대한 문책이나 사과가 당장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신문들의 분석이 조금씩 다르긴 한데요, 경향신문은 27일자 기사에서 “청와대가 ‘대국민 사과’와 ‘검증 보완론’을 놓고 저울질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여론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나왔고, 그 해법 중 하나로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반면 동아일보를 비롯한 나머지 신문들은 ‘문책이나 사과 없이 그대로 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26일이죠,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가 있었는데, 인사 문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정치권이 부실검증의 실무 책임자로 지목했던 곽상도 민정수석도 임명장을 수여받았죠.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분위깁니다. 

▲ 서울신문 3월26일자 3면

-SNS에서도 화제가 됐을 것 같은데요?
‘낙마한 사람을 모아서 축구팀을 만들 수도 있겠다’는 트윗이 재밌네요. 낙마한 이들의 숫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일텐요. 민주통합당 원혜영 의원은 “ 이같은 기록적인 인사실패로는 단 하루의 미래도 창조할 수 없습니다. 제가 발의한 ‘후보자 인사검증 법제화’가 시급합니다.”라는 트윗을 남겼네요. 이와 비슷한 트윗이 하나 더 있었는데요, 한 이용자는 “이번에 인사시스템 제대로 구축하는건 어떨까? 미국에선 240여 항목으로 철저 검증하고, 허위증언하면 징역형까지 간다는데”라는 트윗을 남겼습니다.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이 또 있었죠?
네. ‘낙마’는 아니지만 자리에서 물러난 인사가 또 있었죠. 김재철 MBC 사장입니다. 26일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임시이사회를 열었는데요,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표결에 부쳐서 찬성 5, 반대 4표로 해임을 의결했습니다. 3년 1개월 만에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겁니다. 

▲ 중앙일보 3월27일자 2면

-‘사임’이 아니라 ‘해임’된 방송사 사장, 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김재철 사장은 1988년 방문진이 설립된 이래 처음으로 ‘사임’이 아닌 ‘해임’된 첫 사장이 됐습니다. 방문진은 정부와 여당 추천 이사가 6명, 야당 추천이 3명입니다. 그동안 총 네 차례나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상정됐는데, 모두 부결됐죠. 

-해임 사유가 뭔지도 궁금한데요?
일단 표면적인 해임 사유는 ‘김재철 사장이 방문진을 무시했다’, ‘규정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건데요. 김재철 사장은 얼마 전 지방사를 비롯한 계열사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사내망에 내정자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대주주인 방문진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는 문젭니다. 김 사장은 “지침을 어긴 건 잘못이지만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는데요, 이번 사건만으로 해임된 건 아니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독단적 경영’ 스타일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요? 
MBC는 김재철 사장이 부임한 이래 크고 작은 논란에 시달려왔습니다. 임기 초반 불거진 ‘낙하산 사장’ 논란 때문에 노조가 39일동안 파업을 벌였는데요, 김 사장은 당시 노조위원장을 해고하고 41명을 징계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노조가 공정방송을 요구하면서 170일 동안 장기 파업을 벌였는데요, 파업 전후로 징계자가 200여명에 달했습니다. 파업에 참가하거나 경영진을 비판하는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100여명에게 교육명령을 내려 업무에서 배제시키기도 했죠.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유명 기자나 PD, 아나운서들이 업무를 하지 못하고 ‘샌드위치 만드는 법’ 등을 교육받았다고 하죠.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배임 혐의로 고발당해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뉴스나 시사프로그램 등은 번번이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크고 작은 방송사고도 잇따랐고요. 시청률도 하락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고요. 이상돈 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위원도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면서 "무엇보다 후임 사장을 잘 뽑는 것이 중요하고 망가진 조직을 추스르는 등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경향신문 3월27일자 4면

-그렇군요. SNS에서도 이 소식이 화제였다면서요?
MBC 구성원의 트윗을 소개해드릴까 하는데요. 정성후 PD는 “너무 기쁘면 저절로 소리를 지르게 된다는 것을 깨달은 하루! 김재철 해임소식에 후배와 함께 식당에서 밥을 기다리다가 괴성을 질렀습니다.”라는 트윗을 남겼네요.

SNS에서는 대체로 ‘늦었지만 다행이다’라는 트윗이 많았고요, ‘누가 오더라도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인사가 와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누가 후임 사장으로 올지도 뜨거운 관심이었다고요?
네. 변희재 주간 미디어워치 대표(@pyein2)가 MBC 사장 공모에 응할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었죠. 한편 민주통합당 한명숙 의원(@HanMyeongSook)은 한 트위터리안이 올린 트윗을 리트윗하며 “텔레비전에 손석희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MBC사장으로 나온다면 완전 좋겠네. ^^”라는 트윗을 남겼습니다.   



*위 내용은 3월20일 tbs(교통방송, 95.1㎒) FM (월~금 20:00~21:00) 수요일 코너 ‘뉴스 vs 뉴스’에서 방송된 원고를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프로그램 홈페이지 바로가기)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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