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31일 일요일

공천 폐지 약속, 기득권 담장 넘지 못하나


이글은 진실의 길 2013-03-31일자 기사 '공천 폐지 약속, 기득권 담장 넘지 못하나'를 퍼왔습니다.
[분석]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민주당은 법개정 핑계


4월 24일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 경기 가평군과 경남 함양군 등 두 곳에서는 기초단체장을, 서울 서대문 마, 경기 고양시 마, 경남 양산시 등 세 곳에서는 기초의원을 선출한다. 여야는 지난 대선 때 기초단위 선거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한 바 있다.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 철석같이 약속하더니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배제하겠다는 게 지난 대선 당시 정치쇄신 공약 중 하나였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 “지방이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폐해를 줄이겠다”며 이를 위해 기초단위 선거만큼은 정당공천이 배제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민주당도 비슷한 공약을 내걸었다. 문재인 후보도 “기초의원 공천제를 반드시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공천제 폐지는 정당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은 걸 의미한다. 국민은 과연 여야가 구태를 털어내고 이 약속을 지킬 것인지 관심있게 지켜봐 왔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는 정당의 책임정치 구현과 공직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을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더 컸던 게 사실이다. 공천권이 중앙에서 활동하는 지역구의원에게 있다 보니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이 중앙당에 예속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정당공천제 역기능...‘정당기득권’만 강화돼
지역주민에게 헌신해야 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이 중앙당과 지역구의원의 눈치를 봐야하는 구조다. 선거 때가 되면 공천을 받기 위해 뇌물을 주고받는 등 부정부패가 만연했다. 당선이 된 뒤에는 공천헌납금’을 벌충하기 위해 이권에 개입하거나 비리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았다. 총선 때가 되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은 지역구의원의 ‘선거운동원’으로 뛰어야 했다.
가장 부패한 선거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가 도입된 건 2006년 지방선거 때. 이때 당선된 230명의 기초단체장의 절반(119명)이 기소됐으며, 이중 45명이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았다. 당선된 단체장의 20%가 감옥에 가거나 직에서 물러났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지방정치가 실종됐다. 아무리 유능하다 해도 정당을 통하지 않고는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가 돼 버렸다. 구태정당의 ‘고질병’이 지방에까지 내려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오염시키게 되 것도 공천제도 때문이다.
민주당은 오리발, 새누리당은 “우리만 손해”
공천제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들은 지방토호세력이 지방행정과 지역의회를 장악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토호세력이 거대정당과 결탁하는 폐단이 만들어져 정치적 소수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거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들도 현형 공천제를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부터 그간 누려온 기득권을 포기할까? 세간의 관심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쏠려 있다. 그러나 여야의 모습은 실망뿐이다. 기득권 정치의 구태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말을 바꾸는 중이고, 민주당은 일찌감치 공약 파기를 선언한 상태다. 지난 19일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공심위)가 이번 재보궐선거부터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공심위의 발표는 당 최고위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민주당은 법개정 핑계
새누리당은 민주당 핑계를 댄다. 야당이 후보를 내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무공천할 경우 새누리당 출신 후보가 ‘무소속’이 돼 뒷번호로 밀릴 수밖에 없어 패배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이유다. “공천하지 않는다면 우리만 손해”라는 기류가 강해지면서 ‘공천 폐지’ 공약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민주당은 법 개정 문제를 약속 파기의 구실로 삼는다. 박용진 대변인은 “선거법 개정 전에는 기초의원 등에 대한 공천을 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군색한 변명이다. 여야간 정치적 합의를 통해 이번 재보선부터 무공천하기로 한 뒤 나중에 선거법 개정 절차를 밟아도 될 일이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민주당은 법개정 문제를 핑계삼아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 한다. 공천권을 내세워 중앙당은 지역의원을, 지역의원은 기초단체장을 장악해 얻어지는 기득권을 내려놓기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박 대통령이 직접 응답해야 한다
지난해 9월 정몽준·이재오 의원에 의해 ‘기초단체장 및 기초·광역의원 후보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여야의 행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침묵이 더 큰 문제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 폐지’ 등의 정치쇄신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대통령 아닌가. 여야가 ‘기득권 수호’에 여념 없어도 이에 대해 말 한마디도 없다. 자신의 공약을 자신의 당이 깨려하는 걸 지켜만 보고 있을 텐가.

그 누구도 아닌 ‘박근혜 후보’의 입에서 나온 약속이었다. 이번 재보선과 관련된 정당공천 논란에 대해 직접 응답해야 한다. 새누리당부터 솔선수범한다면 민주당도 따라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육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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