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30일 토요일

[사설] 재정절벽 피하려면 증세해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29일자 기사 '[사설] 재정절벽 피하려면 증세해야'를 퍼왔습니다.

정부가 어제 한국판 재정절벽을 경고하면서 국채 발행 뜻을 밝혔다. 경기 악화로 12조원까지 세수결손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하반기 국고가 거덜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엊그제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춰 잡았다. 새 정부 경제팀으로선 생각보다 어려운 현실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추경의 명분을 쌓고 싶은 뜻이 있는 듯하다. 그렇다 해도 청와대와 정부가 여야 정치권과 의논해 풀어나갈 일이지 바통을 넘겨받자마자 재정절벽을 입에 올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 가뜩이나 남북 사이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불안해하는 국민들에게 걱정거리를 얹어주는 격이다.세수결손이 예상되는 이유는 지난해 예산심의 당시 올해 경제 상황을 제대로 전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정부는 세입예산안을 성장률 4%로 잡고 짰으나 성장률을 2.3%로 낮출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경기 악화로 세수가 6조원 감소하고, 세외수입이 차질을 빚어 모두 12조원의 세수결손이 예상된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지난 정부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현 정부·여당은 지난 정부의 계승자로서 공동 책임이 있다.정부가 세입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하는 데는 추경의 당위성을 강조하려는 뜻이 있는 듯하다. 경기 부양이 아니라도 세수결손을 메우기 위한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세수결손 12조원을 메우고 경제 회복을 위해 5조원을 더 투입해야 한다면 최소 17조원의 추경이 필요하다. 지난해 세계잉여금은 3000억원에 불과하니 대규모 적자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채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대외신인도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추경 요건을 경기침체, 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돈 쓸 곳은 계속 늘어나는데 나라 살림을 이렇게 땜질 식으로 해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국채를 발행한다는데, 그렇다면 증세를 피할 까닭이 없다. 증세가 국채 발행보다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 더 나은 방안이다. 이명박 정부는 감세를 하면 경기가 활성화되고 세입도 늘어날 것이란 논리로 세금을 깎아줬다. 하지만 지난해 성장률은 2.0%로 일본 수준으로 떨어지고 양극화만 심화됐다. 경기 침체를 빌미로 단기 성과에 급급하다간 같은 상황이 재연되지 말란 법이 없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통해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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