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30일 토요일

<연세춘추> 1면 백지로 낸 까닭


이글은 시사IN 2013-03-28일자 기사 '(연세춘추) 1면 백지로 낸 까닭'을 퍼왔습니다.

야전 침대와 신입생 모집 포스터, 벽 가득 붙어 있는 기사계획표는 여느 대학신문 편집국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지난 겨울방학 동안 짜놓은 계획표에는 3월 ‘ROCT 사망 군문제’, 5월 ‘위안부 할머니 르포’ 등과 같은 취재 일정이 빼곡하게 차 있다. 다만, 취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는 3월11일 호외로 1면을 백지 발행하면서 제작을 무기한 중단했다. 정세윤 편집국장(20)은 “학교가 일방적으로 올 예산의 30%를 깎았다. 이런 식으로 내년 내후년에도 30%씩 깎이면 공공재인 학보가 아예 없어질까 걱정이 되어 백지 발행을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윤무영

지난해 교과부가 등록금과 잡부금을 분리해서 받으라는 공문을 내려보내고, 연세대가 이를 따르며 생긴 일이었다. 연세대는 (연세춘추) 구독료를 잡부금에 포함시켰다. 그 결과 2013년 1학기 서울 신촌캠퍼스 등록 학생 중 17.9%만 구독료를 냈다. 지난해 7억3300만원이던 한 해 예산이 올해 5억원으로 줄었다([연세춘추]와 연대 영자신문 [The Yonsei Annals] 공동예산). 정 편집국장은 “현재 학보 구독료를 잡부금에 포함시키는 곳은 우리 학교가 유일하다”라고 말했다.

백지 발행의 부담도 컸다. 신문사 생활은 그녀의 대학생활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매주 12면 발행을 위해 동고동락하는 동료·후배 기자 30명과 고심 끝에 한 선택이다. “신문을 못 내는 게, 마감으로 매주 밤을 새우는 일보다 더 힘들다. 학교가 얼른 문제 해결에 나서 다시 학보를 제작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김은지 기자  |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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