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9일 금요일

국민연금 기금 고갈? 아직 40년이나 남았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3-28일자 기사 '국민연금 기금 고갈? 아직 40년이나 남았다'를 퍼왔습니다.
[주장] 불안하다 해도 폐지가 아닌 개선 운동을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인상안으로부터 시작된 국민연금에 대한 논란이 그치질 않는다. 기초연금을 늘리긴 하지만,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에게는 기초연금을 적게 지급한다고 하니 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낸 사람 입장에서는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올해가 5년마다 돌아오는 국민연금 추계(推計)의 해이다 보니 연기금 고갈 시점 또는 연금액 인상 가능성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수시로 흘러나온다. 거기에 용산 투자 등으로 인해 국민연금의 투자 손실에 관한 이야기까지 더해져 국민연금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된다.

국민연금에 대한 실망은 국민연금의 가입을 선택할 수 있는 임의가입자들의 탈퇴로 이어졌다. 지난 2월 한 달 동안만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1만2122명이 탈퇴했다고 한다. 여기에 납세자 연맹이 국민연금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에 나서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서명에 참여한 인원은 불과 두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8만7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처럼 국민연금 폐지에 많은 사람이 호응하는 것은 그만큼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대신에 개인연금을 가입한다면? 

▲ 국민연금공단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현재 운영되고 있는 우리나라 제도 중에서 국민연금만큼 도입 이후부터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는 제도도 없을 것이다. 매달 내 월급에서 꾸준히 돈을 빼 가는데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은 없고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언론에서는 국민연금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가 넘쳐나고 노후준비를 위한 상담을 받아보아도 국민연금 고갈론을 이야기하면서 개인연금 가입을 부추긴다.

자! 그렇다면 국민연금이 폐지된다면 어떨까? 어찌 됐든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살아야 하니 이는 국민연금 없이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200만 원을 버는 30세 직장인이 국민연금에 불입할 금액 18만 원(소득의 9%)을 20년간 S사의 개인연금에 납입한다면 65세부터 매월 48만 원을 받게 된다. (공시이율 4%, 종신연금형 20회 보증 가정) 그런데 이는 현재 공시이율이 앞으로 그대로 간다는 가정이며 금리가 0.5%만 하락해도 10만 원이 줄어든다. 

보험사가 제시하는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하면 연금수령액은 반 토막이 나서 월 2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만약 가입시기가 늦어져 40세에 개인연금에 가입한다면 연금수령액은 공시이율 기준으로 33만 원으로 줄어든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물가가 올라가더라도 개인연금은 가입 시점에 나온 가입설계서에 나온 수준의 금액을 지급할 뿐이다. 

같은 기간 18만 원을 국민연금에 납입한다면 물가상승률이 0%일 때 65세부터 42만 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물가상승을 반영하게 된다. 물가상승률이 2.5%만 되어도 65세부터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은 139만 원이 된다. 그리고 65세 이후에도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서 국민연금 수령액은 올라가게 된다. 같은 금액을 같은 기간 불입해도 물가상승에 대한 안전장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연금 수령시기에 엄청나게 큰 차이를 가져온다. 

앞으로 평균수명이 100세가 된다고 하면 65세부터 연금을 수령하는 시기만 35년이다. 이 기간 동안도 물가가 2.5%씩만 올라도 두 배 이상 오르게 된다. 앞으로 제도가 바뀌어서 국민연금 수령액이 조금 줄어든다 하더라도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개인연금보다 국민연금이 훨씬 유리하다. 

기금 고갈돼도 연금수령은 법적으로 보장된다 

물가상승이 반영된다 하더라도 기금이 고갈돼서 받지 못하게 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많은 전문가들이 2060년 경이면 국민연금이 고갈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내용이 언론을 통해 수차례 보도되면서 기금고갈에 대한 불안감이 많은 사람에게 확산되었다. 많은 사람이 국민연금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것이 이유다. 이는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오해해서 비롯된 일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처음 설계할 때부터 낸 모든 사람이 자신이 낸 돈보다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거기에 물가상승까지 반영해서 지급하니 처음부터 기금고갈을 전제로 설계했다고 봐야 한다. 다만 기금을 적립하지 않고 지금의 기초연금형태로 세금으로만 모든 계층에게 연금을 지급하면 연금액수도 크지 않은데다가 특정세대에게 부담이 몰리기 때문에 초반에는 연금을 적립해서 노인부양의 부담을 나누고자 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내가 낸 돈 안에서만, 또는 기금범위 안에서만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지급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기금고갈과 상관없이 법에 의해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국민연금 지급을 중지하려면 국회에서 법을 바꿔야 한다. 만약 국회의원들이 기금이 고갈됐으니 연금 지급을 하지 않겠다고 법을 바꾼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치 논리상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규모이며 GDP 대비로 규모로 보면 사실상 가장 큰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빨리 진행돼서 노인인구 비율이 높은 나라들도 우리보다 연기금 규모가 작지만, 연금을 충분히 지급하고 있다. 

금융회사보다는 국민연금이 낫다

물론 지금의 국민연금이 방만하게 운영되는 부분도 일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일반 금융회사가 더 낫다고 볼 수는 없다. 적어도 국민연금은 금융회사보다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했다가 손실이라도 보면 그런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서 순식간에 확산되는 것이다. 

금융회사는 민간회사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이해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변액보험 수익률 논란이나 사업비에 논란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입자들조차도 자신의 상품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금융회사는 투자손실을 보면 개인이 상품을 잘못 이해하고 선택했다고 책임을 전가할 뿐이다. 더구나 현재 금융회사들 역시 2060년에 망하지 않고 살아있는다는 보장 또한 없다. 저축은행 사태처럼 평생을 모아온 돈을 순식간에 허공으로 날려버리는 일이 다시 생기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매년 운용현황에 대해서 투명하게 공개를 하고 있고 연금 운용에 대해서 국민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공공기관 직원들이나 임원들의 연봉이 높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일반 금융회사의 CEO나 직원들보다 많이 받지는 않는다. 국민연금을 폐지한다면 결국 노후생활비를 전적으로 개인이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결국 금융회사의 배만 불려줄 확률이 높다. 

국민연금이 불안하다면 국민연금 폐지를 외칠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 개선을 외쳐야 한다. 국민연금이 고갈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이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안이 미흡하다면 충분한 연구를 통해서 더 나은 개선책이 나올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서 지금의 젊은 세대들 역시 노후에 충분한 연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지금은 400조 원이나 되는 돈을 활용할 수 있고 국민연금 기금고갈 예정시기까지는 아직 40년 이상 남아있다. 

박종호(joy2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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