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30일 토요일

대국민사과도 부실? 대통령 아닌 비서실장 명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3-30일자 기사 '대국민사과도 부실? 대통령 아닌 비서실장 명의'를 퍼왔습니다.
청와대 낙마사태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야, “하나마나한 사과”

잇따른 장·차관 등 낙마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가 30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인수위 시절부터 모두 12명(청와대 비서관 포함)이 ‘낙마’한 이후 처음이다. 청와대는 인사 검증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야당은 “하나마나한 사과였다”고 혹평했다.

청와대는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해 “새 정부 인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인사위원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과문은 이날 오전 청와대 김행 대변인이 대독했다.

허태열 실장은 “앞으로 인사 검증 체계를 강화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청와대는 일련의 인사 실패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사과는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단행한 장·차관급 인사 중 낙마한 인물은 6명에 달한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에 이어 최근에는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줄줄이 ‘낙마’했다.

야당은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인사 참사’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이 사퇴한 지난 25일 “이 정도 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수습해야 한다, 부실인사 책임은 최종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며 “박 대통령이 인사 참사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실패한 인사라인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으로 국정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는 것과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듭되는 인사 실패에 대해 새누리당은 ‘관계자 문책’을 주장해왔다. 이상일 대변인은 같은 날 “대통령의 인사에 자꾸 흠결이 생기는 것에 대해 여당도 책임을 느끼며 국민께 죄송하다”며 “인사시스템을 강화하고 부실 검증 책임이 있는 관계자에 대해서도 문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언론들의 거듭된 질문에도 ‘유감 표명을 낼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희일비하지 말고 국민만 보고 가자”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일이 생길 때마다 대통령이 사과를 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을 언론에 해왔다. 

일각에서는 이날 오후로 예정돼 있는 당·정·청 회의에서 새누리당 인사들이 인사 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할 것으로 예견됨에 따라 청와대가 ‘선수’를 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통합당은 논평을 내어 “사과의 주체와 형식도 잘못됐고 알맹이도 없는 하나마나한 사과였다”고 비판했다. 김정현 부대변인은 “비서실장 명의의 종이 한 장을 달랑 대변인이 읽는 것으로 때울 것이 아니라 대통령 본인이 해야 한다”며 “또 검증체계를 강화한다고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했지만 우선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했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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