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9일 금요일

‘상반기 재정 60% 집행’ 비율 더 늘리기로… 빚내서 경기 부양


이글은 경향신문 2013-03-28일자 기사 '‘상반기 재정 60% 집행’ 비율 더 늘리기로… 빚내서 경기 부양'을 퍼왔습니다.

ㆍ박근혜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

28일 발표된 ‘2013년 경제정책 방향’은 새 정부의 경제 청사진으로 볼 수 있다. 2013이라는 숫자가 붙어 있지만 향후 5년간 경제정책 방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내용의 상당 부분은 현재의 어려운 경제상황 평가로 채워졌다.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또 상반기 동안 가용 재원을 최대한 풀기로 했다. 당초 세운 상반기 재정 60% 집행 계획도 더 늘리기로 했다. 유럽 재정위기 지속으로 세계 수요가 둔화한 데다 경제심리도 위축됐기 때문에 특단의 노력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에서 세번째)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경제정책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참석자들과 웃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 성장률 낮춰 추경 명분 쌓기… 규모는 13조원 예상비관적 경제 전망…‘MB실정’ 의도적 부각 분석도

■ 경기부양 명분 쌓기 

정부의 경제 전망은 아주 비관적이다. 정부는 올 경제성장률을 2.3%로 전망했다. 지난해 말 정부 전망치(3.0%)를 불과 3개월 만에 0.7%포인트 낮춘 것이다. 이는 올 1월 한국은행 전망(2.8%)이나 2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3.2%)보다도 낮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 상황이 안 좋은 것은 인정하지만 성장률 전망치를 그렇게 내릴 정도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성장률 전망을 대폭 하향하고 추경 편성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정책 당국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가시화되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윤증현 장관은 취임 당일 성장 전망을 충격적일 만큼 대폭 내렸다. 3% 내외이던 2009년 전망치를 마이너스 2%로 5%포인트 낮춘 것이다. 당시 윤 장관은 “마이너스 2% 전망은 현 상황에서 전문가의견을 모은 것”이라며 “이를 플러스로 돌리려고 추경 등 정책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추경 규모는 13조원가량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성장률 하락에 따른 세금 수입 감소분 6조원과 이미 예산에 반영했지만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기업은행 매각대금 7조원을 현재로서는 추경 외에는 메울 방법이 없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추경의 구체적인 규모에 관해 “정부로서는 추경이나 정책 패키지가 시장에 경제회복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는 수준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4월 초 추경안을 마련해 같은 달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추경 편성과는 별도로 정부는 올 상반기 재정 투입을 최대한 늘리기로 했다. 이미 2월 말 현재 전체 재정집행관리대상 사업비(289조1000억원) 가운데 52조8000억원이 나가 당초 목표(50조원)를 초과 달성했다. 수출입은행이 기업에 지원하는 수출금융 집행도 속도를 낸다.

■ 이명박 정부와 ‘선긋기’

정부의 비관적인 경제성장률 전망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위기 책임을 전임 정부에 넘겨 공기업 사장들의 교체 명분도 쌓고, 인사 실패 등으로 새 정부에 쏟아지고 있는 비난을 분산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의 경제 상황도 아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7분기 연속 전기 대비 0%대 저성장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소위 ‘747’ 공약을 통해 7%대의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제시한 이전 정부를 겨눴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진도 지속되고, 단기간에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고 봤다. 민생의 어려움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중산층 비중이 줄고 소득분배도 뚜렷하게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대선 전 이명박 정부를 옹호하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정부는 전임 정부의 역점 사업이라 할 수 있는 ‘MB물가’ 관리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쌀·배추·밀가루 등 52개 품목에 정부 책임자를 둬 가격 인상을 강력하게 억제한 정책이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불과 3개월 사이에 경제 상황에 대한 경제부처 공무원들의 인식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놀랍다”며 “전임 정부를 최대한 깎아내려야 새 정부의 실적은 그만큼 높이 평가받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경제라는 것은 정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누구 잘못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올해 전망이 2.3%로 나온 건 외부적으로 경제위기가 닥치기도 했고, 정부가 구조적인 문제를 좀 더 빠른 속도로 해결하지 못한 탓도 있다”고 말했다.

오창민·박병률 기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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