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일 금요일

재계 "박근혜 정권의 메시지가 헷갈린다"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2-28일자 기사 '재계 "박근혜 정권의 메시지가 헷갈린다"'를 퍼왔습니다.
국세청 '전방위 세무조사' 움직임, 강성기류 부활에 긴장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중 누가 더 힘이 셀까."

최근 경제계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질문이다. 대다수 참석자는 '국세청'을 꼽았다.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발언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복지 재원 논란이 일자, "증세는 없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대신 지하경제 등의 탈루세금 추징과 지출 조정 등을 통해 조달하겠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세금 추징은 국세청 몫이고, 지출 조정은 기재부 몫이다.

이렇게 해서 조달해야 하는 복지 재원이 5년간 135조, 연 평균 27조원이다. 4대강사업을 하는 데 들어가는 돈보다 많은 돈을 해마다 조달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예산구조의 경직성 때문에 지출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SOC 토목투자 등을 줄이는 길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이미 SOC투자가 과도하다는 비판을 한 바 있다. 더 크게 줄이려면 국방비를 손대야 하나 북핵 위기 등으로 엄두로 못낼 판이다. 가장 쉬운 길은 세법을 고쳐 세수를 크게 늘리는 것이나 박 대통령이 "증세는 없다"고 선언한만큼 기재부로선 난망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무게 중심이 국세청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국세청은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체납징수 분야 100여명, 세무조사 분야 400여명을 증원했다. 새로 인력을 뽑는 게 아니라, 기존의 업무를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조사인력을 대폭 확충했다. 세무조사 분야 400명은 기존 조사인력 4천명의 10%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대기업들은 긴장했다. 박 대통령이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한만큼 대상은 자신들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직감한 것. 불법석유 등 지하경제를 추적한다고 하나 여기서 거둘 수 있는 세수는 1조~2조원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게 일반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새로 늘어난 조사인력 400명이 손놓고 있겠나. 곧 재계 전반에 대대적 세무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마른 행주도 짜면 10조원 정도는 거뜬히 거둘 수 있다는 국세청 아닌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2월 이후 국세청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롯데호텔에 국세청 요원들이 들이닥쳤다. 코오롱그룹 건설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과, 제약업계 1위인 동아제약, LG그룹 주력사인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세무조사도 시작됐다.

이미 장기간 세무조사가 진행중인 GS칼텍스에 이어, 또다른 에너지기업인 E1에 대해서도 3월초부터 세무조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외국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르노삼성에 대해 세무조사 끝에 700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데 이어, 영국계 SC은행에 대한 세무조사도 착수했다.

국세청과 해당기업은 모두 '정기세무조사'일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으나, 재계는 때가 때인만큼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오너가 고령인 굴지의 대기업들은 유고시 수조원대 증여세 납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거같은 편법 탈세는 더이상 통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또한 내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적 증여세 탈루에 대한 감시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재계에선 "박근혜 정부의 메시지가 헷갈린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들은 대선후 인수위와 경제팀 구성때 김종인 등 재벌개혁론자들이 빠지고 인수위가 아예 '경제민주화'란 단어를 삭제했을 때만 해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거센 비판여론이 일면서 박 대통령이 취임식때 '경제민주화'란 단어를 부활시키자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계속 전면에 내세우면 국세청, 공정위, 검찰, 감사원 등 관련기관들은 앞으로 전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가 평소 아무리 이들과 친분을 다져놨어도 큰 의미가 없다.

또한 법원도 계속 오너들을 법정구속시키는 강도높은 판결을 쏟아낼 공산이 크다. 현재 수사가 진행되면서 법정에 서야 할 오너들도 한둘이 아닌 상황이다.

한 재계 인사는 "박 대통령이 취임초 정치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할수록, 민생과 복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재계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초조한 속내를 숨기지 못했다. 재계는 지금 비상상황이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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