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일 금요일

'발목 잡기 프레임'으로 돌진한 민주당, "그러니 정권을 못 잡았지"


이글은 미디어스 2013-02-28일자 기사 ''발목 잡기 프레임'으로 돌진한 민주당, "그러니 정권을 못 잡았지"'를 퍼왔습니다.
[분석]국정공백 사태의 책임 뒤집어 쓰게 된 민주당의 한계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면, 코끼리를 생각해야 한다는 유명한 역설은 ‘프레임’의 진수를 보여주는 문장이다. 어떤 상황을 파악하는데 있어 한 번 ‘프레임’이 설정되면 이를 벗어나기가 정말 힘들다. 프레임은 상황을 더 간명한 방식으로 형상화한다. 그 자체로 옳고 그름을 말할 순 없으나 사고와 인식의 제약을 가져온단 점에서 프레임은 매우 강력한 것이다.
정부조직 협상과 관련해 민주당은 지금 전형적으로 이 프레임의 함정에 걸려든 것처럼 보인다. 물론, 민주당의 잘못은 아니다. 이 프레임을 짠 언론의 문제가 크다. 박근혜 정부의 초기 국정 공백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정부조직과 관련한 구체적 직제표가 야당에 넘어간 것이 지난 22일이었다.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인수위는 부처의 이름만 발표했을 뿐, 이후 50여 일이 지나도록 세부적인 정부 구성안을 확정짓지 못했다.

국정공백 불가피한 시간표 제시했던 박근혜, 비판 간과했던 언론

1차적으론 이때 비판이 있었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인수위 관계자들은 “문제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고, 언론은 이 약속을 순정하게 믿었던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권력과의 ‘허니문’에 취했던 것인지 간과했다. 물론, 정부 구성 세부안만 늦었던 건 아니다. 내각 인선도 한참 늦었다. 김용준 총리 낙마 이후 정홍원 총리가 지명된 것이 지난 7일이다. 장관 후보자 인선은 그보다 더 늦었다. 7일은 취임식 17일 전이었고, 대다수의 장관 후보자들은 취임을 채 2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 되어서야 후보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참고로 국회 인사청문회법이 보장한 법정 검증 기간은 20일인데, ‘원칙’의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깡그리 무시한 시간표를 제시했다.
국정공백의 인과관계를 따지면,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원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제공 했고, 대통령직 인수위의 늑장과 눈치 보기가 배경이 됐다. 하지만 언론은 이도 비판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시기 야당조차 이 부분을 정면으로 비판하는데 주저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부 출범에 협조하는 야당”을 말했고, “성숙한 야당의 모습”을 강조하며 “새 정부의 발목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대위워장과 박기춘 원내대표 ⓒ뉴스1

야당이 발목잡아 '국정 공백'이라는 박 대통령의 적반하장

비극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언론이 비판적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야당이 제대로 된 포지션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 겹쳐지며 예고된 국정 공백의 상황은 ‘프레임’ 밖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대통령 취임 이후 이틀 만에 불쑥 정국이 ‘발목잡기 프레임’으로 전환됐다. 27일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주재한 대통령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 내정자의 회의 불참을 거론하며 현 상황이 ‘비정상적인 상황’이며 “하루빨리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즉, 제대로 된 정부가 출범하지 못한 것은 국회가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켜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대놓고 말한 것이다. ‘국민 대통합’을 말한 대통령의 첫 공식 회의 발언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정파적인 발언이고, ‘신뢰’와 ‘원칙’의 아이콘이 말하기엔 너무 무책임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 발언 이후 언론은 일사분란하게 박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리고 있다. 민주당 역시 ‘움찔’한 모습이 역력하다. 이 발언을 기점으로 SBS 뉴스와 연합뉴스 등 그동안 예견된 국정 공백 사태를 관망하던 언론이 일제히 정치권의 ‘발목잡기’가 새 정부의 출발을 훼방 놓고 있다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언론의 비판이 수위를 높이자, 민주당 역시 뭐가 급해졌는지 이미 양보한 협상안에서 더 양보를 하겠다고 나섰다. 물론, 언론은 민주당의 이런 양보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양비론으로 위장된 정치권 비판을 통해 교묘하게 민주당만 일점 타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 민주당은 정말 곤혹스러운 것일까? 그렇다면 이 곤혹은 왜 찾아온 것일까? 28일자 조선일보 3면.

변화구만 던지던 민주당, 끝내 끌려다니더니만...


국정공백을 생각하려면 그 이유와 원인을 따져야 하는데, 이제 어느새 ‘발목잡기’만 떠오르게 되는 그런 상황이 됐다. 스멀스멀 형성되기 시작한 이 프레임은 27일 박 대통령의 발언을 기점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프레임으로 자리 잡았다. 앞서 말했듯 한번 형성 된 프레임은 사고와 인식의 제약을 가져온단 점에서 매우 치명적이다. 이제 민주당은 이 덫에서 헤어나기 힘들게 됐다. 2월 임시국회 개원 당시 민주당은 ‘방망이가 나오지 않는 상대를 유인하기 위해 강력한 직구가 있지만, 일단 변화구를 던진다’고 말했는데 계속 변화구를 던져도 상대가 방망이는커녕 미동조차 않으니 이제 아예 상대를 걸어 내보내야겠다고 생각을 고쳐 먹은 듯도 보인다.


정부조직 협상의 ‘파국’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책임, 인수위의 무능, 새누리당의 권한 없음에서 비롯된 문제다. 민주당은 15개의 협상 쟁점을 9개로 줄이고 다시 6개로 줄이고 또 그 가운데 세부적 내용 2가지를 어제 양보해버렸다. 이게 옳은 것인지 불가피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 사이 새누리당은 꿈쩍도 안 했고, 박 대통령 역시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버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목잡기 프레임’에 걸려 버렸다. 이걸 무능력의 극치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제 발로 덫에 들어가는 만용이라고 해야 할지 것도 아니면 성인군자의 정치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해야 하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


뚜벅뚜벅 '발목 잡기 프레임'으로 걸어간 민주당의 무능


잘못의 인과 관계가 명백한 그래서 조중동 등 보수 언론조차 ‘야당의 책임만을 탓할 순 없다’고 지적했던 국정 공백 사태가 단 이틀 만에 ‘발목 잡기 프레임’으로 형질전환 된 상황에 대해 민주당은 겸허하게 반성해보아야 한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당수였다면 ‘방송 공공성 사수 장외투쟁’으로 결전의 의지를 보이곤 국회에 돌아와서도 부적격 인사들의 철회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 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단 결전의 자세로 협상에 임했을 것‘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지금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그런 전략적 판단도, 전술적 결연함도 없이 이리저리 끌려 다니기만 한단 비판이다.  


대선 패배의 원인을 두고 탁상공론을 벌이던 인수위 시절의 민주당은 ‘새 정부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선뜻 먼저 하는 것으로 ‘수권정당’ 혹은 ‘중도 전향’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인수위는 그 ‘약속’에 협조할 생각이 별로 없었다. 박 대통령과 인수위는 내내 ‘마이웨이’를 외치는 ‘불통’속에 야당에 인색했지만 이때도 민주당은 우물쭈물하며 자세를 고쳐 잡지 못했다. 결국, 대통령이 취임하고도 제대로 임명 절차를 밟은 장관 한 명 나오지 못한 대책 없는 상황의 책임을 옴팡 뒤집어쓰고 있다. 민주당의 어수룩함과 무능력을 보는 지지자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그러니 네들이 정권을 못 잡았지’라는 조롱만 하늘을 찌르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민주당은 손을 내밀었는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발목을 잡는다고 우긴다"고 말했다. 100% 공감한다. 그러나 늦었고, 이제와 새삼스럽다. 박 의원의 말대로 민주당은 '손'을 내밀었는데, 박 대통령과 인수위는 '발'을 내밀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덥석 잡은 민주당은 결국 '발목 잡기 세력'이 되고 말았다. 언론이 발을 내민 이를 탓하지 않는다고 억울해하기 전에 그게 발이라면 먼저 손으로 잡지 말았어야 했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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