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결국 사퇴한 김병관 후보자 논란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13일 지명될 당시 국방부는 프로필을 내면서 “안보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미래지향적 국방태세를 확립함으로써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표현했다. 육사 수석입학·졸업 이력에 손자병법을 300번 읽은 ‘병법의 대가’라고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이튿날부터 혹독한 검증공세에 시달렸다. 이런 그가 38일이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청와대가 그를 비호하고 여당이 침묵을 지킨 덕분이다. 김 후보자는 이런 지지를 등에 업고 국회 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야당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했고, 지난 12일에는 느닷없이 대국민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방부 장관 후보직을 자진 사퇴한 김병관 후보자가 지난 8일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의혹을 추궁하는 의원들의 질의에 입을 꼭 다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 의혹 눈덩이인데 당선인 행사 동행
여당도 “인격 살인” 운운 지원 급급
KMDC 주식 보유 은폐가 결정타
김 후보자는 지명 직후부터 숱한 의혹이 제기돼 낙마 1순위로 꼽혔다. 한동안은 여권 내에서도 사퇴론이 나와 그쪽으로 정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낙마 위기에 몰렸던 김 후보자는 지난달 22일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를 차례로 방문하면서 김 후보자를 배석시킨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이날 배석은 김 후보자에 대한 변함없는 박 대통령의 신임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후 그에 대한 사퇴론은 여당 내에서 사라졌다.
청와대의 김 후보자 옹호도 지나쳤다. 국회 청문회에서 난타를 당했지만 청와대는 “원래 청문회 결과에 관계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것”이라며 방향을 틀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안보 위기 상황인데 여론이 좋지 않다고 당장 버릴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라며 김 후보자 임명을 기정사실화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김 후보자 감싸기는 그의 KMDC 주식 보유 은폐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지난 20일 전까지 이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해당 주식의 현재 가치가 거의 없다”고 옹호하기는 했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침묵으로 당혹감을 시사했다.

새누리당 역시 김 후보자 감싸기에 급급해 제 역할을 못했다. 원내지도부는 표적을 인사청문회 제도의 문제로 돌리기도 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청문회 전 김 후보자 등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이번에도 (수준 높은 청문회가) 잘 안되면 인사청문회법도 다시 바꿔서 인격 살인이 일어나지 않는 청문회가 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도 야당 국방위원들을 겨냥해 “신상털기 혹은 막무가내식의 흠집내기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했다.
여당 소속 국회 국방위원들은 청문회에서 도덕적 흠결을 인정하면서도 장관직 업무수행 능력은 갖췄다는 평가를 내놨다. 입장을 유보했던 의원 일부도 ‘의혹이 해소됐다’는 평가를 했다. 청와대에서 임명 강행 기류가 흘러나오는 데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은 여야 간 이견으로 결국 무산됐다.
새누리당은 김 후보자에 대한 추가 의혹이 불거진 후에야 임명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지난 20일 “당 소속 국방위원들의 의견을 모아 청와대에 전달하겠다”며 여당 측의 경과보고서 초안을 전달받았다. 이미 청문보고서 초안이 마련된 지 10일이 지난 후였다.
홍진수·임지선·유정인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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