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3-03-22일자 기사 'KBS 운송노동자, 휴일 없이 일해도 최저임금 못 받아'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이향복 언론노조 방송사 비정규직지부 KBS분회장
KBS의 방송 시스템을 움직이는 ‘발’인 운송노동자들이 20일 KBS 본관 앞에 모였다. 바로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사 비정규지부 KBS분회(분회장 이향복, 이하 KBS분회)의 조합원들이다. 해를 넘겼는데도 아직 지난해 임금협상도 마치지 못해 통상 최저임금(2013년 기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더 이상 못 참겠다며 회사와의 투쟁에 나섰다.

▲ 20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한 KBS분회의 요구 사항은 △근속수당 평균 4만원 △당일 출장비 18,170원으로 복구 △통신비 1만원 인상 △숙박비 5천원 인상 등 임금을 5.4% 정도 올려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는 ‘동결’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KBS분회
KBS분회는 보도, 제작, 중계차 등을 운전하며 KBS의 ‘이동’을 위해 일하지만, KBS와 직접 고용 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다. 이들이 소속돼 있는 ‘방송차량서비스’는 KBS의 자회사인 KBS비즈니스가 100% 출자한 기업이다. 방송차량서비스 측은 ‘인력 도급’으로 인한 도급액만을 제시한 채, 임금 인상은커녕 매년 ‘동결’ 혹은 ‘삭감’을 내세우고 임금 협상에 임하고 있다. 하청업체는 원청업체가 주는 돈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임금 인상은 불가하다는 논리다.
지난 2006년에도 KBS분회는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임금을 올려달라는 요구를 하며 파업에 참가했다. 당시 보건복지부가 내 놓은 4인 가구 평균 최저생계비는 117만원이었는데, KBS분회의 임금은 95만원 남짓이었다.
7년이 지난 지금, 임금조건은 여전히 열악하다. △근속수당 평균 4만원 △당일 출장비 18,170원으로 복구 △통신비 1만원 인상 △숙박비 5천원 인상 등 최저생계비 정도만이라도 맞춰달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기본급과 각종 수당이 너무 낮아, 휴일 근무 등 추가 근무를 하지 않으면 생계를 꾸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상황은 예전이 낫다. 2006년 당시 회사는 기본급 3만원 인상, 업무수당 55,000원 책정 등을 제시해 KBS분회의 요구를 수렴하려는 노력은 했으니 말이다. 임금 인상 투쟁을 하는데도 회사는 ‘동결’ 카드 하나로 꿋꿋이 버티고 있다. 사실상 원청회사인 KBS는 임금 협상 당사자가 아니라며 발을 뺀다.
꿈쩍 않는 회사에 맞서 KBS분회는 94.6%(투표수 185명/찬성수 175명)라는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시작했다. 흡사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처럼 보이는 이 싸움의 한가운데에 이향복 분회장이 있다. 미디어스는 22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내 KBS분회실에서 이향복 분회장에게 ‘무기한 전면파업’에 들어가게 된 사연을 들어 보았다.

▲ 이향복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사 비정규직지부 KBS분회장
- ‘최저임금 극빈생활 탈출’을 내걸고 20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18일부터 KBS분회 집행부 대의원들이 파업을 시작했고, 20일부터 서울 조합원이 총파업에 들어갔다. 현재 60여명 저도 된다. 4월 1일부터는 지역 지회와 함께 전국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다. 합의 여부를 알 수 없으니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다.
- 파업 찬성률이 95%에 가까웠다. 찬성률이 이렇게 높은 것은 그만큼 조합원들의 문제의식도 크다는 것 아닌가.
2009년에는 최저임금도 못 받고 일했다. 2010년에는 식대를 절감하더라. 2011년에야 식대가 복원이 됐고 2012년 임금협상은 아직도 못 끝냈다. 회사 측은 동결한다는 입장인데, 그게 지난해 기준이니 지금은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다. 두 달째.
- 7년 전 기사를 보니 당시 KBS분회가 요구하던 임금이 지금 받는 임금 정도던데.
지금은 157만원 정도를 받는다. 기본급, 식대, 근속수당, 직무수당, 상여금 등 모든 것을 합한 게 이 정도다. KBS는 지난해 적자를 냈는데도 전 계열사의 임금을 3.2% 인상해줬다. 우리는 자회사가 아니라 KBS비즈니스까지 거친 ‘손자회사’라서 빠졌다. 더구나 CD를 파는 미디어 쪽이나 88체육관 운영 수익을 얻는 비즈니스 쪽과 달리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100% 인건비니까.
근속년수에 따라 임금 차이도 크지 않다. 근속수당이 워낙 적기 때문이다. 3년차 4,000원대, 4년차 8,000원대, 5년차 이상부터 13,720원이다. ‘근속수당’의 의미가 없다.
- 운수노동자들의 평균 나이가 40대 중반 정도여서 추가근무를 하지 않고는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들었다. 평소 노동 강도가 어느 정도 되는지.
휴일 근무를 해서 시간 외 수당으로 채운다. 참고로 운송노동자들 조합도 1노조와 2노조가 있다. 2노조는 회사 쪽에서 만든 어용 노조다. 회사는 추가 수당이 높은 ‘질 좋은’ 일감을 2노조에 몰아주고 남은 걸 우리에게 준다. 그래서 임금 상황이 더 열악하다.
우리의 요구는 현재 임금에서 5.4% 정도 올려달라는 거다. 157만원을 받으니 그 정도 오르면 160만원대가 된다. 일은 많이 한다. 보통 직장인들이 주 40시간 근무를 하는데 우리 쪽을 따져 보면, 주 62시간 정도 된다.
- 사정이 이런데도 사측은 임금 동결을 고수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도급액 이야기를 한다. KBS의 자회사인 KBS비즈니스가 100% 출자한 회사가 방송차량서비스다. 자기들은 도급 업무를 맡았고, 원청(KBS)에서 도급액을 이만큼밖에 안 주니, 더 이상 올려줄 수 없다는 거다. 원청 회사가 나서지 않으니 제대로 된 협상이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다.
- KBS의 운송노동자들이 KBS에 직접 고용되지 않고 하청에 하청으로 고용된 시점은 언제부터인지 궁금하다.
2003년까지는 KBS 파견직으로 있었다. 2004년 7월 1일 방송차량서비스라는 회사가 만들어졌고, 기존 파견직들이 옮겨 갔다. 그게 지금까지 굳어진 것이다. KBS에서 파견직으로 근무하는 게 하청보다는 낫지만, 파견직은 2년마다 해고되기 때문에 계속 근로를 원해서 방송차량서비스 소속이 됐다. 임금 인상도 중요하지만 고용 안정 역시 중요했기 때문에. 2006년까지는 KBS와 분회가 직접 계약을 했는데, KBS는 이후 그 권한을 위임했다. 예전 같으면 이렇게 파업을 하면 교섭 당사자가 KBS였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는 비즈니스에게 하청 줬으니 그 쪽에 따져라’ 이렇게 하니 교섭이 더 어려워졌다.
- 최근 KBS분회 집행부 4명에 대한 사측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중노위 판정이 나왔다. 새 사장이 취임한 이후 노조에 대한 사측의 태도가 더 강경해진 것인가? 그 이유는?
지난해 박은열 사장이 들어오면서 노조에 대한 태도가 더 세졌다. 예전에는 지각 정도로 인사위가 열리지는 않았다. 취임 3개월 내에 인사위에 회부된 게 4건이었다. 걸린 사람들은 전 분회장 감사, 대의원 등이었다. 어찌 보면 표적 징계라고 볼 수도 있겠다.
운송노동자들도 노조가 2개가 있다. 2노조는 복수노조가 시행되며 만들어졌는데 회사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어용 노조(KBS분회는 1노조)다. 회사는 ‘1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징계하겠다’며 1노조 탈퇴나 2노조로의 이동을 부추긴다. 또, 징계 받았던 우리 조합원들에 대해 ‘이렇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거의 인권침해에 가까운 표현을 써서 대외에 공표한다. 그래서 조합원들이 심리적 압박을 많이 받는다.
- 지난해 임금 협상이 결렬되고 이제 파업까지 나섰는데 사측의 반응은.
어제(21일) 박은열 사장이 면담을 요청해 왔다. “파업을 접고 26일까지 회사 답변을 기다려달라”고 하더라. 회사는 지난해 12월부터 계속 입장을 주겠다고 하면서 입장 표명을 미뤄 우리를 속여 왔다. 26일까지 파업 계속할 테니까 답을 갖고 오라고 답했다. 파업하기 전에는 나 몰라라 하다가 파업을 하니 이제 좀 입질이 오는 것 같다.
- KBS분회의 전면 파업으로 차량 운행에 차질이 생길 것 같은데. 빈자리를 누가 메우고 있는 것인가.
아마 차질이 없을 거다. 우리가 모는 차들은 KBS 소속이다. 운전하는 ‘업무’만 도급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차량을 가지고 KBS에서 직접 대체인력을 쓰면 그걸 우리가 막을 수가 없다.
- 사실상 원청은 KBS다. KBS는 어떻게 나오고 있나.
KBS는 ‘도급사가 알아서 해라’라는 식이다. 하청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지고 싶지 않으니까.
- 방송차량서비스도, KBS도 고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합의가 잘 될 것 같나.
사실 노사 간에 감정이 좋지 않다. 회사는 도급액 핑계를 대면서 돈이 없다고 하는데, 신임 사장은 자기 밑으로 새 직원도 두고 차도 뽑아 다니더라. 당연히 추가 비용이 들지 않겠나. 그렇다고 운송노동자 인력이 보충된 것도 아니다. 회사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믿지 않을 만한 행동을 한다. 그래도 합의를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
김수정 기자 | girlspeac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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