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7일 수요일

국회의원 자격심사, 어떻게 행사되어야 하나?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3-27일자 기사 '국회의원 자격심사, 어떻게 행사되어야 하나?'를 퍼왔습니다.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고 정부조직법 개정과 관련하여 고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던 정치권이 협상을 타결하면서 부대적으로 몇 가지 안건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모양이다. 그중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이석기, 김재연에 대하여 자격심사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내용도 들어가 있다는 것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내 경선과정이 부정한 방법으로 진행되었다는 논란으로 그동안 수사가 진행되었고 상당수의 당원이 구속되거나 기소를 당하기도 하였다. 당시 통합진보당 지도부는 이석기, 김재연 두 국회의원이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여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거부당했고, 급기야 새누리당이 이들 의원의 전력을 문제 삼아 제명처분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헌법이나 국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명처분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게 되자 자격심사로 바꾸어 추진해 왔고, 이번 정부조직법 협상과정에서 또다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헌법상의 자격심사 방법으로 제명하는 것을 추진하도록 잠정적인 합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동시에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헌법에 따라 그 신분이 보장되는 헌법기관으로 여러 가지 특권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는 의원의 자격심사 및 징계, 체포·구금 등에 대한 동의 여부, 구속된 의원에 대한 석방요구, 의원의 청원 허가, 의원의 사임 허가, 제명을 비롯한 징계권과 자격심사에 대하여 국회가 스스로 자율권에 의해 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그중에서 제명과 자격심사는 본인의 의사에 의하지 않고 의원의 자격을 소멸시키는 방법이다. 

국회의원 자격심사는 헌법 제64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 자율권의 하나로 국회가 의원의 자격을 심사하고, 의원을 징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자격심사는 의원의 자격을 심사하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피선거권의 보유 여부, 겸직금지 의무에 위반하였는지의 여부, 적법한 당선인인지의 여부 등 자격요건을 심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사실상 거대 여당과 거대 야당이 합의해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지만)가 추진하려는 일부 정당소속 국회의원들의 자격심사는 그들이 적법한 당선인인지가 논의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격심사를 위해서는 국회의원 30인 이상의 연서로 자격심사를 의장에게 청구할 수 있고(국회법 제138조), 의원자격이 없다고 결의할 때에는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 제명처분과 마찬가지로 2/3 이상의 찬성을 요구함으로써 그 요건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제명처분과 마찬가지로 자격심사에 대해서는 법원에 제소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64조 제4항).

그렇다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추진하고 있는 자격심사는 타당한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자격심사의 요건을 결여한 것으로 일종의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그동안 통합진보당 내부의 비례대표 경선부정과 관련하여 검찰이 수사를 진행해 왔고, 일부 당원들이 구속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또한, 상당수의 사람이 기소를 당해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수사 결과 이석기, 김재연 두 사람의 공모 여부나 관여사실은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과정에서도 두 사람의 위법상태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국회에서 자격을 심사하고 의결을 한다면 과연 뭘 근거로 그러한 결정을 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자격심사를 위해서는 심사결과 위 두 사람이 의원자격을 상실할 정도의 위법성이 발견되어야 할 것인데 수사기관 이상으로 그 내용을 밝혀내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적법한 당선인인지에 대한 판단은 정치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법률적으로 어느 법률조항에 위반되어 당선인의 지위를 상실하느냐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막연히 당내의 민주적 절차를 위반했기 때문에 당선인의 지위를 상실한다고 해석하기에는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다른 정당은 모두 민주적 절차를 거쳐 당선된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국회의원들은 모두 법률과 당헌 당규가 정하고 있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공천을 받고 당선되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정당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재이다. 그만큼 절차적 정당성이 갖추어져야 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절차에 의해서 공천이 이루어져야 한다.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은 그러한 절차를 거쳐서 후보를 공천하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동료의원들의 자격을 심사하겠다는 국회의원들부터 자신들 스스로 민주적 정당성을 갖추어서 당선되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국회의원 자격심사는 제명처분과 마찬가지로 국회의원의 자격을 소멸시키는 방법이고,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며, 이들 결의에 대하여는 법원에 제소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 자율권으로써 주어지는 자격심사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입각한 권리이기는 하지만 헌법과 법률로서 통제받아야 하는 권리에 불과하다. 따라서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어 자격심사가 추진된다면, 더욱이 다수의 힘으로 소수파 의원 몇 사람을 이념적 성향을 이유로 퇴출하려 한다면 당연히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등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 입법기관으로서 폭넓은 자율권을 가지고 있고, 그 자율권은 권력분립의 원칙이나 국회의 지위, 기능에 비추어 존중되어야 하지만, 한편 법치주의의 원리상 모든 국가기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기속을 받는 것이므로 국회의 자율권도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되어야 하고 따라서 국회의 의사절차나 입법절차에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으면 국회가 자율권을 가진다고는 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 1997. 7. 16. 선고 96헌라2 결정)”라고 함으로써 국회의 자율권도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이 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민감정이나 여론을 핑계 삼아 제명처분이나 자격심사를 남용한다면 국회에 주어진 자율권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다수결의 힘을 이용하여 결의가 이루어지고, 법원에 제소할 수 없다는 헌법 규정을 악용하여 일부 소수파 국회의원들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입법부가 스스로 헌법을 파괴했다는 불명예를 떠안게 되는 셈이다.

권력분립의 원칙상 통제받지 않는 국가권력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국회의 자율권이 허용된다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 안에서만 행사되어야 하며 그 범위를 벗어나면 어떤 형태로든 통제받아야 하는 것이다.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로스쿨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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