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9일 토요일

손 놓은 방통위 고시출신들이 열중하는 일이란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08일자 기사 '손 놓은 방통위 고시출신들이 열중하는 일이란'을 퍼왔습니다.
미창부 자리 만들기 위해 협회·학회 성명서·기자회견 조직

방송통신위원회 공무원들이 '미래창조과학부로 헤쳐모여'를 추진하며 무리하게 유관 협회, 학회 등의 성명을 조직하는 등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방통위 공무원들은 ICT대연합이 설립된 지난해 9월부터 ICT대연합을 비롯한 관련 학회의 조직개편 성명, 입장을 기자들에게 전달하며 미창학부 이관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ICT대연합이 지난달 20일에 개최한 '차기정부 ICT정책 통합 촉구 긴급 기자회견' 사진. 이 사진과 보도자료는 방통위 대변인실이 배포했다.
이들 협회, 학회가 자발적으로 정부조직 개편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방통위 소속 공무원들이 조직하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방통위 내부 인사는 "요즘 넋 놓고 국회에 보고 있는 직원들이 있다"며 "(이들은) 오후만 되면 전화만 붙잡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방통위 공무원이 언론에 직접 기고문을 쓰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미창부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해 성명서를 조직하는 것은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협회나 학회에 관료들이 청탁을 하면 인간적인 관계나 명분 때문에 들어주는 경우도 있지만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면 '민원'과 바꿔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면서 "이럴 경우 향후 업무처리 과정에 이들 협회, 학회의 로비를 무시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 방통위가 직접 보네거나 조직해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메일들. 주파수, 개인정보보호, 방송광고 정책의 미창부 이관 주장이 담겨있다. ⓒ미디어스
산하 기관, 단체, 유관 협회이나 학회 등에 직접 전화를 걸어 성명서를 조직한다는 증언은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문자, 메일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 7일 방통위 대변인실은 출입 기자들에게 "인터넷관련 학회에서 개인정보․정보윤리 미래부 이관축구 성명서 메일 송부 예정"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 문자가 수신된 직후 출입기자들에게는 '개인정보보호협회'와 '인터넷 관련 16개 학회 및 단체'가 발표한 공동성명서 보도 자료가 메일로 전달됐다. 방통위가 개인정보보호협회와 인터넷 관련 학회의 홍보를 대행해 준 셈이다.

방통위 관료 기획하고 기자 받아쓰고 

▲ 방통위 대변인실이 출입기자들에게 '개인정보호', '주파수 관리'의 미창부 이관을 촉구하는 성명서와 기자회견 보도자료를 보낸다는 문자화면 ⓒ미디어스

문제는 방통위 관료들이 기획하고 기자들이 받아쓴 것을 다시 방통위가 이용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일자 파이낸셜뉴스는 '단독'이라는 타이틀로 여야가 문안작성까지 마쳤으나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의 거부로 무산된 합의문을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서 파이낸셜뉴스는 주파수와 개인정보보호 기능의 방통위 존치와 주파수위원회 설치를 문제 삼으며 "미창부는 주파수 관리도 못하는 절름발이, 없는 게 낫다"고 비판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방통위 출입기자로, 입수한 문건을 바탕으로 미창부로 자리를 옮기려는 방통위 관료들의 시각을 기사에 반영했다. 해당 기사가 보도된 직후 방통위 관료들은 주파수 관리와 개인정보보호 미창부 이관을 주장하는 성명서와 기자회견 조직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한국전자파학회 등 12개 학회는 주파수 정책의 분리와 신규 주파수에 대한 주파수위원회 설치를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 같은 날 개인정보보호 협회는 개인정보보호 미창부 이관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모두 방통위 관료들의 의도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출입기자들에게 기삿거리를 제공해 기사를 만들고, 기사가 제기하는 문제를 바탕으로 다시 여론 플레이를 하는 모양은 여느 기업이나, 정치권 못지않다.

“남아있는 사람 생각해 자중해야”

한 방통위 관계자는 "미창부 이관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일부 고시출신들에 한정된다"며 "그런 사람들이 발 벗고 뛰는 것을 조직 안에서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고시출신들이 대부분 높은 직급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들이 움직이기 때문에 아래 있는 사람들은 가만히 있어도 욕을 먹는 모양새"라며 "아랫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자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방통위 위원은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다"면서 "남아있는 사람들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녹을 먹는 관료들이 기자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방통위가 둘로 나뉘는 문제에서 한 편만 든다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상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형래 기자 | media@mediaus.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