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3일 토요일

고위직 도덕성 몰락 ‘공직기강’ 붕괴… 검경 암투설에 경찰 상하 내분설도


이글은 경향신문 2013-03-22일자 기사 '고위직 도덕성 몰락 ‘공직기강’ 붕괴… 검경 암투설에 경찰 상하 내분설도'를 퍼왔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동영상 의혹은 공직사회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고위 공직자들의 상식을 벗어난 일탈과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검증 시스템, 오히려 검증을 가로막은 권력기관 간 권력 암투 조짐 등 하나같이 충격적이다. 국가관은커녕 공직자로서 자부심과 도덕심을 거론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으로 공직사회가 몰락한 것이다. 전례 없는 공직기강 해이 사례에 “이명박 정부 이후 공직기강이 더 후퇴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성 접대 동영상 파문의 경우 김 전 차관 이외에도 여러 전·현직 고위 공무원들 이름이 거론된다. 당사자들은 모두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성 접대 의혹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이들이 일개 건설업자에게 쥐락펴락 당한 점에서 그 자체로 부적절한 처신은 물론 공직기강이 사실상 해체상황이었음을 보여준다. 이 건설업자는 공사 수주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과 사회지도층 인사들과 부정의 결탁을 맺은 사실이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특히 김 전 차관 의혹은 그가 대전고검장 재직 중일 때의 일이다. 사정기관 고위 공직자가 전과 기록도 상당한 건설업자와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추문에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공직자 자격에 의문이 제기된다.

동시에 성 접대 동영상 파문 이면에선 검찰과 경찰의 갈등설도 흘러나온다. 경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의식하고 검찰을 공격하기 위한 ‘실탄’으로 준비해뒀다는 설이다.

또 일각에서는 김 전 차관 임명 직전 청와대가 경찰로부터 ‘문제없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점에서 경찰 고위층과 일선 수사 라인에서 내분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설도 나온다. 경찰 고위층에서는 일찌감치 이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지만 일선에서 반발하며 내사를 확대한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청와대는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증 책임론이 불거지자 “민정 라인에서는 군대를 갔는지,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이런 영역을 조사하는 것이지 사람의 뒷조사까지 하고 다닐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그러나 지난 1월 말부터 김학의 당시 대전고검장이 등장하는 동영상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즈음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김 전 차관을 총장 후보 3인에서 배제했을 때에도, 한 고검장 출신 인사는 “추천위원들 논의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이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할 만한 개인적인 문제가 나와서 제외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에서 제외되고, 경찰에 첩보가 입수돼 내사가 진행 중인데도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민정 라인의 책임이 큰 이유다.

임지선·조미덥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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