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8일 목요일

[사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자는 사이버위기관리법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27일자 사설 '[사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자는 사이버위기관리법'을 퍼왔습니다.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 통신비밀보호법, 테러방지법 등의 제·개정은 국가정보원의 오랜 숙원 사항이다. 그래서 기회 있을 때마다 이 법들을 통과시키려고 안간힘을 써왔다. 최근 발생한 언론사·금융기관 전산망 마비 사태는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 제정을 위한 좋은 구실로 등장했다. 총대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메고 나섰다. 황우여 대표는 엊그제 “해킹에 대비해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구축을 위한 관련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고, 같은 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국정원에 사이버안보 총괄 업무를 맡기는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을 대표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 법의 내용은 2008년 공성진 의원이 발의했다가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밀려 폐기된 법안의 판박이다. 국정원 산하에 국가사이버안전센터를 설치해 국정원장이 국가사이버위기관리 종합계획 및 지침을 수립·배포하도록 하는 것 등이 주요 뼈대다. 이 법을 두고는 예전에도 ‘사이버 국가보안법’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오히려 국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 실추 등으로 법을 추진할 명분은 더욱 약해졌다.이 법의 최대 문제점은 국정원에 과도한 힘을 실어준다는 데 있다. 한 기관에 권력이 너무 집중되면 병폐가 생긴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게다가 국정원은 이런 민감한 임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 만큼의 정직성이나 신뢰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는 정치개입과 여론조작 등 국정원의 일탈행위를 보면 이 법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아도 힘이 센 국정원이 사이버안보까지 총괄하면 결국 무소불위의 괴물 기관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개입 문제를 제기했던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의 이메일 해킹 사건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진 의원은 국정원 인트라넷에 게시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공개한 직후 의원실 이메일이 해킹당한 사실을 밝히며 국정원 쪽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물론 국정원의 소행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당시 국정원이 대대적인 정보유출자 색출 작업을 벌였다는 점 등에 비춰보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임은 분명하다.날이 갈수록 고도화·지능화하고 있는 사이버테러에 맞서 사이버 안전을 확보할 대응태세를 강화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정부와 민간, 그리고 정부 부처끼리의 유기적인 협조 시스템 구축을 통해 대응 능력의 시너지를 높여야 할 당위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국정원에 모든 권한을 몰아주는 것은 결코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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