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9일 화요일

정부조직법 타결안에 왜 통합진보당이 나오나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18일자 기사 '정부조직법 타결안에  왜 통합진보당이 나오나'를 퍼왔습니다.
이석기·김재연 자격심사, 무엇을 의미하나

▲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왼쪽)과 이석기 의원이 18일 오후 서초 서울중앙지검으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두 의원의 자격심사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양당 원내대표를 고소하는 고소장을 가지고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정부조직법 타결안을 보면 긴 목록의 부속합의라는 것들이 존재한다. 생활인들은 직관적으로 볼 때 이것이 정부조직 개편안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정부조직 개편안 문제에서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에 대해 거의 원안을 지켜낸 점을 고려하면, 이 부속합의들이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제안을 받는 대가로 정치적으로 요구한 것들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부속합의들에서 민주당이 얻어낸 성과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4대강 문제에 대해 감사원 조사가 끝난 후 이것이 미흡할 경우 국정조사를 하기로 했고, 국정원 직원 선거개입에 대한 검찰조사가 끝난 후 국정조사를 하기를 했으며, 방송공정성특위라는 것을 만들어 운영하게 되었다. 그런데 엉뚱한 것이 하나 있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과 관련하여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를 하겠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이 자격심사안은 민주당의 성과라기보다는 새누리당의 요구였을 것이다. 민주당이 이런저런 정치적 제안들을 하는 와중에서 새누리당 측 역시 ‘역제안’을 하나 들고 온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문제 등 노동현안에 대해선 민주당이 거의 손을 놓은 상황에서, 이 정도 제안을 얻어내기 위해 굳이 저 제안을 받아들여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 광범위한 부정이 있었다는 것은 진상조사위 보고서는 물론 검찰조사 결과로도 확인된다. 통합진보당 측은 참여계 후보는 구속기소된 반면 이석기와 김재연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몇몇 측면만 부각시켜 해당 사태가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사기극’이었다는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하지만 검찰조사 결과 총 기소자의 숫자에서는 이석기 측이 제일 많았고 통합진보당이 ‘무죄’라고 거듭 주장한 ‘민중의 소리’ 기자 중에도 기소자가 있다. 참여계 후보 중 오옥만 후보는 구속기소되었지만 노항래 후보의 경우 기소자가 한 명도 없는 유일한 선본이기도 했다.
또 진상조사위 결과 발표 이후 통합진보당 당권파는 계속해서 참여계가 자신들을 그릇되게 중상한다 주장했지만, 그들의 ‘앵무새 소리’ 바깥으로 나오면 당시 비당권파의 요구는 한 정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비례대표 경선 자체가 문제가 있었으니 그 선거를 통해 뽑힌 사람들은 모두 사퇴하자”는 논리에 근거한 것이었다. 김재연 의원이냐 청년비례대표 선거를 통해 별도로 뽑힌 이이니 논리적으로나마 무관함을 주장할 수 있더라도, 이석기 의원이 그 요구를 ‘특정 정파 죽이기’라 비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말이 되든 안 되든 일단 ‘우기기’ 모드로 일관했다.
그들은 비당권파의 결의가 당적 결정으로 내려진 후에도 그것에 대해 불복했다. 그 결과 비례대표 의원 위주의 그 정당에서 자신들에 대한 제명안에 대해 다수 국회의원들이 찬성하여 의원직을 지키며 탈당하는 ‘셀프 제명’이라는 다소 민망한 방법을 통해 진보정의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현재의 통합진보당의 상황이 그렇기에, 타정당에서 ‘비례대표 경선의 건’으로 그들의 자격을 심사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자격심사에 들어가면 2/3 의원의 찬성을 통해 그 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다. 사실 다른 정당의 비례대표 경선 문제를 ‘자격심사’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간단한 일이 아니다. 만약 진보정의당 창당 전이었다면 통합진보당의 당적 결의를 따르지 않는 의원에 대한 국회차원의 징계라는 맥락이라도 만들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석기 의원과 김재연 의원의 당선에 문제가 있었음을 저널리스트가 확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의원직 박탈을 수반하는 제도적 선택은 저널리스트의 판단보다는 사법적 판단의 절차에 가까워야 한다는 의견이 합리적이다. 이왕 검찰조사에 들어갔고 기소자들에 대한 1심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다른 정당이 ‘의원직 박탈’이라는 결론을 내리려는 것은 성급하다.
더구나 2/3의 찬성을 받아야 의원직 박탈이 가능한 현행 제도에선 군소정당 후보의 잘못은 크게 부풀려지고 거대정당 후보의 잘못은 지적된다 하더라도 묻혀버릴 가능성이 크다. 제도가 오히려 군소정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 문제가 심각했기는 했지만 진성당원제 정당에 대해 경선 부정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매우 쉽다.
보수정당의 비례대표 공천은 ‘계파 공천’이나 ‘돈 공천’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런 문제들을 법으로 잡아내는 것보다는 제1당과 제2당이 협력한다는 전제하에 진성당원제 정당의 경선 부정을 여론으로 지적하고 자격심사로 의원직을 박탈하는 것이 훨씬 쉬운 것이다. 이는 이번 합의가 앞으로 악용될 수 있을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물론 자격심사가 사법적 판단을 따라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견해가 가능하고 제1당과 제2당이 협력하는 상황이 자주 오지 않을 것이기에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더 클 거란 식의 논리도 구성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논리를 만든다 하더라도 대체 이 제안을 민주당이 부속합의로 받아들인 저의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설득력 있는 가설은 민주당 역시 이미 통합진보당과는 야권연대를 파기했음에도 지난 대선 ‘이정희 토론 쇼크’ 등으로 ‘방사피해’를 입는 입장에서 통합진보당과 선을 확실히 긋는 제스쳐가 필요했을 거라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그간에도 종종 새누리당의 자격심사 요구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인 적이 있다. 이는 야권 전체에 덧씌워진 ‘종북 논란’을 피해보려는 필사적 노력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논리적으로 무리한 일을 이익이 된다고 숫자를 앞세워 처리하는 태도를 취한 후, 나중에 다수 여당의 탄압에 맞서고 있다는 주장을 하면 멋쩍지 않을까.
한 기자는 “이 협상은 민주당 입장에선 향후 6개월 혹은 1년치 협상을 다한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들 입장으론 잘했다고 판단할 것이다. 일 년에 시험을 고르게 네 번 치면 망쳐도 네 번 혼나는데, 일년치 시험을 다 치고 한번에 혼나면 남은 일년 마음이 편할 거라고 생각하는 격이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협상의 질이 아닌 부속합의의 길이에 만족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한윤형 기자  |  a_hrima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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