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3-03-25일자 기사 '성접대 김학의 차관, 누구 '의지'였나?'를 퍼왔습니다.
[분석]'성접대' 인지 논란은 박근혜 정부의 5년이다
‘성접대 의혹’으로 사퇴한 김학의 법무차관의 문제는 생각 이상으로 중요한 그래서 복잡한 쟁점을 던지는 문제로 보인다. 대중은 고위층의 집단 성접대 문제라는 언론의 호명에서 ‘집단 난교’를 떠올리며 반응하고 있지만, 이런 선정적 관심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은 ‘추정’으로만 제기되고 있는 ‘박근혜 인사 스타일’의 진짜 문제를 폭로하며, 권력의 의지가 어떻게 시스템을 무용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박근혜 정부 5년을 내다보는 열쇠 구멍이 될 것이다.

▲ 성접대 의혹으로 사퇴한 김학의 법무차관ⓒ뉴스1
김학의는 누구인가?
우선, 김학의가 누구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대전고검장 김학의가 법무부 차관에 임명된 것은 지난 13일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이틀 뒤였다. 다른 차관 인사들과 함께 발표됐지만, 김학의는 가장 주목받은 인물이었다.
이 인사를 두고 법조계에선 상당한 술렁임이 있었다. 대개의 언론이 장관과 차관이 모두 ‘공안통’이라는데 비판의 날을 세웠지만 법조계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고 한다. 우선, 김 전 차관이 황 법무장관의 경기고 1년 선배다. 사법연수원 기수는 1년 늦지만 한국 사회의 특성상 차관이 장관의 고교 선배라는 점은 간과하기 힘든 ‘역전’ 현상이었다. 그 어느 집단보다 서열을 중시하는 질서를 갖고 있는 법조계의 특성상 이 부분은 상당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인사는 김 전 차관을 “반드시 써야하기 때문에 쓴다는 것으로 이해했다”며 “법무 인선의 특성 상 반드시 검토됐을 부분이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명됐다는 것은 장관에 버금가는 실세 차관, 검찰을 사실상 지휘하는 법무부 총장 이런 시각들이 우세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각은 임명 시점을 봐도 입증된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통상적으로 법무부 차관은 검찰 총장이 임명된 이후에 이하 검찰 고위직 인사와 함께 발표되는 것이 관례였다. 물론, 이 관례가 항상 지켜졌던 것은 아니지만 법조계 풍토와 관례를 깬 인선의 ‘배경’과 ‘배후’에 대한 설왕설래는 곧 김 전 차관의 ‘위상’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관례는 서열과 함께 한국사회 법조계 전체를 지탱하는 질서”의 다름 아닌데 굳이 대통령이 첫 번째 인선에서 이를 ‘파괴’한 것은 그만큼 “김 전 차관의 존재감이 크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왜 청와대는 김학의 중용했나?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김 전 차관을 중용한 상황을 두고는 몇 가지 설이 있었다. 우선, 이야기되는 것이 차기 검찰총장 내정설이다. 애초, 청와대에서 김 전 차관을 검찰총장으로 밀었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검찰총장 추천위의 3배수에 김 전 차관이 들지 못하자 이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차관으로 선 임명했단 소문이다. 이 소문은 검찰총장 최종 후보 3배수에 든 이 중에 누가 지명되더라도 김 전 차관과 동기 혹은 후배가 될 수밖에 없단 점에서 꽤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결국, 김 전 차관을 몹시 아꼈던 청와대가 법무장관과 차관 모두가 ‘공안통’이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김 전 차관을 보란 듯이 ‘중용’했단 분석이다.

▲ 25일자 동아일보 4면.
실제, 김 전 차관 임명 당시 보수, 진보 언론 가릴 것 없이 이 대목을 주목했다. 경향은 검찰 중견 간부의 발언을 인용해 “(김 전 차관을) 검찰총장에 앉히려 했단 소문이 맞는 얘기였다”며 “다음에 장관이나 총장에 앉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동아 역시 “(김 전 차관이) 총장 후보에서 떨어지자 차기 총장 자리를 염두에 두고 법무차관에 임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게 14일 상황인데, 아직 성접대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던 때였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미 김 전 차관의 임명을 자연스러운 인선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권력의 의지가 관철된 일종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음은 주목할 대목이다. 원하는 사정당국 구성이 이뤄지지 않자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일종의 ‘무리수’를 둔 것이란 분석이 있었던 셈이다.
실명 보도 당일 사퇴, 복잡해진 보도 지형
상황이 급변한 것은 20일이었다. 조중동을 위시로 한 대다수의 언론들이 ‘고위층 별장 성접대 사건’이란 선정적 제목으로 “현직 고위 관료가 건설업자에게 성접대를 받았다”며 “경찰이 이미 상당한 자료와 진술을 확보해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을 키워갈 것’이라는 일종의 예고와도 같았는데, 경찰이 내사 중인 사건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흘려준 상황이었다. 언론의 보도 이후 증권가 정보지를 비롯한 ‘재야 매체’들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방점은 당연히 ‘그 현직 고위 관료가 누구냐’에 쏠렸다.

▲ 25일자 경향신문 1면.
그리고 다음 날인 21일, 조선과 동아가 그 현직 고위 관료의 실명을 깠다. 아시다시피 놀랍게도 그 현직 고위 관료는 바로 김학의 법무차관이었다. 김 전 차관의 이름이 나오기 전에 이미 사건을 이해하기 충분한 ‘개요’가 먼저 드러났던 상황에서 사건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져갔다. 청와대와 경찰 사이에 ‘혼선’이 있었다는 것이 기정사실화 됐고, 김 전 차관을 임명하기 위해 청와대가 면피성 ‘검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곧바로 따라 붙었다.
이후 언론의 보도는 지금까지 그야말로 ‘백가쟁명’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위층의 ‘집단 난교’라고 하는 선정적 자극에 주력하는 매체도 있고, 경찰을 비롯한 사정당국의 ‘파워게임’에 주목하는 언론도 있다. 모두 기본 맥락에 청와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 부실을 깔고 있긴 하지만 주목점이 어디냐에 따라 사건의 부각 지점은 조금씩 다른 양상이다.
사퇴 이후 진짜 중요한 문제는

▲ 박근혜 대통령이 수첩을 들고 있는 모습의 조각상 ⓒ뉴스1
어찌되었거나 김학의는 떠났고, 이제 경찰의 수사를 피할 수 없는 대상이 됐다. 청와대는 내심 이 정도에서 사건을 덮었으면 하는 분위기지만 이번 사건은 절대 그럴 수 없는 문제다. 김 전 차관이 성접대를 받고 이권을 챙겨줬는가의 여부는 김 전 차관 개인의 범죄 행위로 개인적 차원에서 책임지면 될 일이다. 하지만 만약, 청와대가 이런 범죄 혐의에 대한 의혹을 사전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밀어붙였다면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심란한 기강 문란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예컨대, 청와대 내에서 인사 검증의 책임을 지는 민정수석실이 김 전 차관의 문제를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윗선의 임명 의지가 강해 이를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면 정상적인 시스템이 작동하는 국가라고 보기 힘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사건을 제대로 보고 받지 못했다면 그것도 문제이며 행여 보고 받고도 ‘무시’했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김학의 사퇴 이후 주목해야할 진짜 문제는 이것이다. 현재까지의 정황을 놓고 보면 청와대는 알면서도 인선을 강행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경찰 내부의 파워게임이나 보고 체계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심각한 결함을 인지한 채 인선이 강행됐단 사실 그 자체이다. 이 강행의 힘이, 누구의 의지인지 어떤 수준의 권력이 개입해 발생한 것인지를 따져 물어야 할 책임이 언론에게 있다. 단언컨대, 아직 뭣도 해보지 않은 박근혜 정부의 성패는 어쩜 아주 어이없게도 바로 이 문제에서 결정 될지도 모른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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