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3-18일자 기사 '위기 이후 금융 세계화의 전망'을 퍼왔습니다.
추천 보고서 (7) 2013년 글로벌 자본시장 맥킨지 보고서
[목 차]
1. 글로벌 금융시장의 현재
2. 위기에도 증가하는 글로벌 금융자산
3. 국경을 넘는 자본이동 얼마나 줄었나
4.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 전망
5. 글로벌 금융시장, 기본을 다시 세워야
[본 문]
1. 글로벌 금융시장의 현재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본격화된 것이 2007년이므로 6년이 넘어가고 있다. 미국 5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파산을 선고한 날이 2008년 3월 14일이니 그 시점으로부터 계산해도 5년이 되는 셈이다. 긴 시간이 지났지만 세계 경제위기는 지금도 한창 진행 중이다. 미국은 재정절벽 문제로 씨름하고 있고 유럽은 남유럽 채무위기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채 경기는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세계의 대부분 국가들의 실업률은 위기 이전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소득 회복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막상 이번 위기를 초래한 금융은 위기 이후 5년 동안 어떻게 되었을까. 현재 상황은 5년 전에 비해 무엇이 달라졌으며 앞으로 금융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위기 이전의 화려했던 시절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규제의 틀에서 움직였던 1970년대 이전으로 되돌아 갈 것인가? 많은 의문이 존재하지만 정작 위기 주범인 금융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해보는 연구나 자료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아직 위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인가?
그동안 주로 글로벌 금융기관 입장에서 금융 자유화와 금융 세계화에 동조해왔던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가 이와 관련해 최근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금융세계화: 쇠퇴할 것인가 부활할 것인가?(Financial globalization: Retreat or reset?)"가 그것이다. 맥킨지는 그 동안 독자적인 금융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상당한 통계자료를 정기적으로 공개해 왔는데 이 조사 보고서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맥킨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자본시장의 규모가 어떻게 후퇴했는지, 자본 이동의 세계화는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조망한 후, 금융의 미래에 대해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전망하고 있다. 금융화와 금융 세계화가 계속 위축되는 시나리오와 위기 이전의 속도는 아니더라도 일정한 규제아래 계속 성장하는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물론 이 보고서 역시 금융 자유화와 세계화에 대해 완곡하지만 시종일관 호의적인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체계적이고 폭 넒은 자료에 근거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진단하고 일목요연하게 금융시장의 실상을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이런 면에서 이 보고서는 관점 이전에 그 자료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 위기에도 증가하는 글로벌 금융자산
글로벌 금융자산은 2007년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에 줄었을까? 아니다. 물론 매년 1.9%라는 매우 느린 성장을 하기는 했으나 적어도 줄지는 않았다. 2012년 상반기 기준 세계 금융자산은 225조 달러에 달했는데 2007년에는 206조 달러였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인 이번 대침체(Great Recession)를 겪고도 금융자산 가치가 여전히 건재할 수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놀랍기만 하다.
물론 GDP대비 비중으로는 하락했다. 금융화(financial depth)를 통상 국내총생산(GDP)대비 금융자산의 비율로 표시했을 때, 신자유주의가 시작되던 1980년에 세계 GDP 대비 금융자산 비중은 약 120%정도였다. 실물경제나 금융자산이 비슷한 규모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10년 후인 1990년에 그 비중은 263%가 되었고 2000년에는 310%,그리고 금융위기가 시작되었던 2007년에 355%로 정점을 찍었다(선진국에서 그비중은 417%까지 올랐고 신흥국에서도 199%까지 올랐다). 그리고 지난 2012년 상반기에는 312%까지 내려왔던 것이다(GDP대비 비중이 크게 내려온 것은 사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들이 높은 경제성장을 구가했지만 이들 나라에서 금융자산도 크게 늘지 않은 영향 탓이 크다). ([그림 1] 참조)

한 가지 더 짚어볼 것은 금융자산의 각 구성 부분에서 일정한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정부채권의 증가세가 크다는 점이다. 2007년 32조 달러에서 2012년 47조 달러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각국 정부들이 치루고 있는 재정적자의 현실이 여기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반면 주식과 부채 담보 증권 자산의 규모는 지난 5년 동안 줄어들었다. 요약하면 위기 이후 금융자산은 절대 규모는 조금 늘었지만 GDP 대비 비중은 줄어들었다. 금융자산이 그나마 늘었던 것도 정부가 발행한 채권 때문이다.

또 하나 살펴볼 것은 위기 이전에 금융화가 급격히 진행된 요인 가운데 의외로 가계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1995년에서 2007년 사이 금융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은행 간 거래나 은행채 등 은행의 증권 발행이었는데 그 비중이 37%나 되었고, 그 다음이 주가 가치 평가가 급격히 올라간 것으로 25%를 차지했다.([그림 2] 참조) 이 대목은 금융화가 실제로 실물경제의 반영으로 커지기보다는 금융 시스템 내부에서 자가발전으로 팽창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일 수 있다. 또한 이런 측면에서 보면 위기 이후 금융자산 축소는 주가 평가 절하와 금융회사들 사이의 거래 축소 등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3. 국경을 넘는 자본 이동은 얼마나 줄었나
글로벌 금융자산의 성장을 추적하는 것이 금융화(financial depth) 정도를 확인해 보는 것이라면, 금융의 세계화(global financialization)를 모니터링 해볼 수 있는 지표는 국가 사이의 자본 유출입이다. 국경을 넘는 자본 유출입은 외국인 직접투자(FDI)와 은행들의 대출과 차입, 그리고 외국인의 증권과 채권투자를 포함한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 시작 이후 금융 세계화 또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통합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유화와 개방의 슬로건 아래 엄청난 속도로 팽창했고, 그것은 세계 GDP 성장률이나 상품 서비스 무역 증가율을 압도하는 것이었다.

신자유주의가 시작되던 1980년까지만 해도 세계 GDP의 4%에 불과하던 국경간 자본이동이, 위기가 터지던 2007년에 이르면 무려 5배나 늘어나서 20%에 이르게 되고 그 규모는 11조 8천억 달러로 커지게 된 것이다.([그림 3] 참조) 이는 세계 자본주의 역사에서 첫 번째 금융세계화 시대였던 1860~1915년 보다 훨씬 더 급격한 것이었다. 그러나 총괄적으로 볼 때 국가 사이의 자본이동은 위기 이후 무려 61%나 추락했다. 금융자산 가치의 추락보다 글로벌 자본 이동의 축소가 훨씬 더 컸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우선 2007년 글로벌 자본 이동 확대의 50% 이상은 유럽 국가들 사이의 자본 이동에 의해 생겨난 것이고, 또한 2007년 이후 자본이동 축소의 2/3 이상이 유럽 국가들 사이의 대출 축소와 채권거래 축소로부터 발생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결국 유로화의 탄생이라고 하는 통화동맹은 유럽 국가들 사이의 엄청난 자본이동을 촉발시키면서 금융 세계화를 심화시켰고, 반대로 금융위기 이후 자본 이동의 급격한 축소의 핵심 진원지가 되었다. 특히 지난 3년 동안 남유럽 5개 국가(그리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로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 순 금액은 9000억 달러를 넘을 정도로 사적 자본은 말라버렸고, 지금 유럽중앙은행 등 공적 조직이 지원한 자금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신흥국가들이나 개발도상국은 선진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2008, 2009년 자본이동이 일시적으로 축소되었지만 2012년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본은 1조 5000억 달러에 이르는데 이는 거의 2007년 수준에 육박할 정도다. 또한 글로벌 자본유입의 32%에 해당하는 규모다. 더욱이 신흥국으로의 자본 유입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신흥국들이 해외로 유출한 자본은 유입된 규모보다 더 크게 증가하여 2012년 상반기에 는 1조 8000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물론 신흥국들의 대외투자 자산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5%는 중앙은행의 계정으로 잡혀있는 외환보유고라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4.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 전망
10% 이상의 지분투자를 포함하는 해외직접투자(FDI)는 은행 차입, 증권과 채권 등 포트폴리오 투자와 함께 지난 30년 동안 국경을 넘는 자본이동의 한 요소였다. 그런데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증권과 채권 등 포트폴리오 해외투자는 상당히 축소된 반면, 직접투자는 꾸준히 유지되었고 중간에 유럽의 위축으로 다소 줄었지만 앞으로 가장 많이 늘어날 부분으로 전망되고 있다.([그림 4] 참조)
해외 직접투자는 현재 주로 다국적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중이다. 그들은 전 세계 차원에서 자원개발을 찾고 있고 공급망을 구축하려 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을 넘어 개발도상국으로 시장을 확장하려는 것이다. 선진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현재 상당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이들이 구축하고 있는 세계적인 공급망 구조 범위 내에서 향후 상당기간 국경을 넘는 자본이동을 다국적 기업들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일부 신흥국에서 국부펀드나 국영기업들의 영향력이 확장되면서 이들의 해외투자가 늘어난 결과도 반영하고 있다.
5. 글로벌 금융시장, 기본을 다시 세워야
현재 글로벌 금융은 국내자본 형성에 크게 의존하는 더 구획된 금융 시스템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맥킨지는 평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 인프라와 주택 투자, 혁신이나 연구개발 투자, 교육과 인적자본에 대한 개발 투자에 필요한 금융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를 한다. 심지어 전 세계에서 은행에 접근하지 못하는 25억 명의 인구가 있다는 것까지 거론한다.
그러면서 “금융 세계화의 더 균형 잡힌 모델”의 길도 있다고 끈질기게 매달린다. 물론 견고한 글로벌 규제 틀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고 지적한다. 지금 시대에 아무리 맥킨지라도 공개적으로 금융 규제완화를 말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선진국에서의 금융화가 위기 이전 수준까지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금융화는 주로 신흥국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신흥국에서는 GDP대비 금융자산의 비중이 현재의 157%에서 2020년까지 237% 정도는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금융 세계화에 대해서는 위기 이전의 국경 간 단기 대출이나 은행 간 거래들이 심각하게 과잉되어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복원시키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대신 해외의 주식과 채권투자, 그리고 해외직접투자가 향후 국제적 자본이동의 주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 역시 신흥국에서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이것이 각국 금융 시스템의 효율성과 유동성, 그리고 안정성을 개선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자본 이동’이며, ‘지속 가능한 금융 세계화’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것이 실제로 어떻게 가능한지를 논증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보고서는 후반부에 자신들의 주장을 다시 짧게 요약한다. 첫째, 금융시장에서 엄청난 속도의 성장과 수익률의 시대는 끝났다. 둘째, 선진국에서 주식이나 대출시장이 경제 성장률보다 빠르게 성장할 여지는 거의 없다. 셋째, 신흥국에서 건강한 금융화를 위한 여지는 엄청난데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중요한 제도적 발전과 강력한 감독과 집행 능력 등이 있어야 한다. 넷째, 새로운 규제환경의 변화로 인해 글로벌 은행 거래 흐름이 갑자기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국제적 자본이동은 해외직접 투자와 증권과 채권 투자 방향으로 기울 것이다. 다섯째, 국내 저축이 부족한 일부 신흥국들에서 중소기업과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한 금융조달이 부족할 수 있다.
위의 지적들은 일부 타당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화나 금융 세계화가 더 진전될 것인가 아닌가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타당한지가 사실 더 문제다. 접근법이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진정한 문제는 전체 경제 시스템에서 금융의 위치가 어디인가, 진정 금융의 역할이 무엇이며 실물경제와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해답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명해진 루비니 교수의 다음과 같은 주장이 사실 이 보고서의 결론보다 더 설득력이 있는 이유다.
“우리가 설명하는 금융 시스템은 서로의 영역이 구분되고 살균처리까지 된, 그래서 재미없는 시스템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은행은 엄밀한 의미의 진정한 은행이 되어 예금으로 받은 돈을 안전하게 단기로 투자하는 더 재미없고 지루한 곳이 되어야 한다.”(누리엘 루비니,2010,『위기 경제학(Crisis Economics)』)

김병권 / 새사연 부원장
2005년까지 IT업계에서 엔지니어로 살아왔다. 새사연 창립을 함께 하면서 지금은 새사연 부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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