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3-03-15일자 기사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하는 '멋진 신세계'(상)'을 왔습니다.
[기고]SO 이관 문제의 본질과 이용자 편익이라는 환상
어떤 이들은 여전히 “방송 장악”이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대통령의 “고집” 때문이라고 한다. 하여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로 다시 ‘원대 복귀’한 정부조직 개편안은 대통령의 결단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정부조직 개편안의 최대 쟁점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의 역할 구분은 정치적 협의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 5년 간 급격히 달라진 국내 미디어 산업 지형이라는 자본 관계의 문제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8일째인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조속한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야당의 협조와 국민의 이해를 거듭 요청했다ⓒ뉴스1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경제적 선의(?)가 “정치적 쟁점”에 발목이 잡혔다는 박 대통령 대국민 담화의 핵심은 절반만 옳다. 정부 부처 하나의 신설이 마치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기에 그 담화의 절반은 거짓이다. 하지만 적어도 ICT산업의 진흥이 과연 무엇이고, 누구를 위한 진흥인지는 묻지 않은 채, ‘방송 장악’이라는 문제만을 제기하는 것은 ‘정치적 이슈’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토록 통렬했던 대통령 담화에 화답하여 ‘정치’에 관련된 모든 것은 말끔히 제거한 채 이 문제를 들여다보기로 한다.
SO가 방송사업자?
미래창조과학부 ICT 진흥의 가장 큰 밑그림은 작년부터 ICT대연합이 주장했던 것처럼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단말기)라는 모든 가치사슬의 통합에 있다. 네트워크(망)의 경우, 현행 관련법이 규정하고 있는 유선, 위성신호와 같은 물리적 속성의 경계가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IP전송방식을 어떤 망에서라도 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미 오래 전 기간통신사업자의 지위를 획득한 SO들은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처럼 이동통신사업자의 역무 또한 수행 중에 있다. 결국 현재 통신사업자나 방송사업자 모두 시장 지배력에 차이가 있을 뿐 동일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 사업자들인 셈이다.
그러나 모든 사업자들의 망이 IP로 수렴되었다고 해도, 이윤을 창출할 만큼의 충분한 안정적 가입자 확보 여부가 문제가 된다. 흔히 말하는 플랫폼(platform) 경쟁이 여기서 비롯된다. 미디어 시장에서 플랫폼이란 간단히 말해 콘텐츠나 서비스 사업자들에게 그것을 이용하거나 구매할 이용자들을 제공해 주는 ‘유통과 배급 시스템’이다. 따라서 플랫폼 경쟁이란 전국 2,400만 유료방송 가입가구를 놓고 사업자 간에 벌어지는 가입자 쟁탈전에 다름 아니다.
미디어 플랫폼의 가장 익숙한 예는 바로 카카오톡이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시장을 선점한 카카오톡은 7,000만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확보해 놓고, ‘애니팡’과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소위 “좌판”을 허락해 줌으로써 수익을 내는 전형적인 플랫폼 사업자다. 통신사들로서는 자신들이 애써 모아 놓은 가입자들을 카카오톡이 다시 모아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높은 수익을 올리는 모습은 결코 눈뜨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논란이 되었던 SO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 플랫폼 경쟁에 있다. 가입자 점유율 제한에 묶여 있는 IPTV 통신사업자들은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보다 독임제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규제완화라는 진흥책(!)을 요구하기에 더 수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유료방송가입 가구의 규모는 더 이상 늘어날 기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이전처럼 월정액의 수신료 수익만으로는 사업자들의 이윤 증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한계에서 한 줄기 빛과도 같은 탈출구는 바로 유료방송 가입자 중 디지털 방송과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들이다.
이미 알다시피 아날로그 방송에 비해 디지털 방송과 인터넷의 부가수익 창출 경로는 실로 다양하다. 유료 VOD는 말할 것도 없고, 홈쇼핑 채널의 실시간 구매 기능이 방송 서비스에 국한되었다면,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한 애플리케이션과 관련 서비스와의 연동은 무궁무진한 수익 창출 경로를 약속한다.
규제완화 시, 통신사업자들에게 현재 SO가 점유하고 있는 약 400만의 디지털 가입가구가 일차적인 목표라면, 아직 디지털로 전환하지 않은 1,000만 아날로그 가구는 그야말로 신개척지에 다름없다. 케이블 사업자들보다 막대한 자본력과 영업력을 지닌 이들이 미래창조부 아래에서 소유/겸영 규제가 풀린다면 이들 아날로그 가입가구들을 둘러싼 저가 디지털 전환 공세가 대대적으로 펼쳐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이런 전략에는 이미 SO들이 방송사업자가 아니라 자신들과 동일한 망과 IP전송방식을 수행하고 있는 경쟁 사업자라는 달라진 상황이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독자적인 스마트TV 셋톱박스까지 출시한 SO들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규제완화와 통신사업자들의 진출은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
통신사업자와의 인수나 합병으로 수익을 챙기지 못할지라도, 현재 확보한 가입자 가구를 담보로 다양한 사업영역의 제휴를 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화상태에 이른 가입자 가구를 서로 쟁탈하는 대신, SO들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스마트 미디어와 콘텐츠를 제휴하고 통신사업자들은 SO의 인터넷망에 진입하는 ‘상생’의 모습이야 말로 사업자 모두가 바라는 “All-IP” 환경일 것이다.
ICT 진흥 = 이용자 편익 증대?
미래창조과학부의 진흥 덕에 방송통신의 망과 플랫폼 사업자들의 합종연횡이 가능해 진다면 이용자들에게는 어떤 혜택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이다. PP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들에게는 조금 다르겠지만 적어도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가입자들이란 ‘월정액’과 ARPU(가입자 1인당 평균 매출액)로만 환산되는 숫자에 불과하다. MSO들의 경우 다른 권역의 SO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 금액을 권역 내 가입자 가구 당 얼마로 산정하여 협상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실제 SO사업자들은 자신들이 공공성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진 “방송사업자”라는 지위마저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 현실이다.
나아가 달라진 디지털 환경은 월정액과 같은 단순한 수신료 수익원으로의 가입자라는 한계를 넘어서게 해준다. 2,400만이라는 유료방송 가입가구의 한계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라는 또 다른 정체성에 의해 극복가능하다. 모든 사업자들이 방송과 함께 결합상품으로 다양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 망을 이용한 수익 창출 과정에서 이용자들은 ‘시청가구’가 아니라 티빙(Tving), 호핀(Hoppin)과 같은 서비스에 가입한 “아이디(ID)”나 “트래픽”으로 환원된다. 아이디로 환원된 가입자는 전체 인구수를 훌쩍 넘는 규모이며, 인터넷 서비스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창출되는 이용자 시장은 어떤 규제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시장이 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렇게 양화(quantification)된 이용자들이 외부효과를 낳음으로써 본격적인 이윤창출의 자원이 된다는 점이다. 통신사업자가 규제완화를 통해 SO들의 통신망을 인수할 수 있다면 ICT 대연합이 그토록 바라는 “빅데이터”의 확보가 용이해 진다.
아직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지 않지만, 단순한 아이디를 넘어 빅데이터의 생산요소로 이용자들이 거대 통신사업자들에게 포섭되리라는 전망은 충분히 가능하다. 철저히 양화된 이용자라는 불길한 전망이 과도한 반응이 아닌 것은 ICT대연합이 개인정보보호정책마저 방통위에 맡길 수 없다는 강력한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거대통신사업자 진흥책이 이용자들에게 보다 저렴한 방송통신융합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한 가구의 모든 방송통신서비스가 한 사업자에 의해 제공되면서 가격이 저렴해 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디지털 환경에서 TV와 통신수단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아니라 소비수단이 되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한 가구 당 월 평균 15만원이 넘는 통신비 지출의 증가도 문제지만, 홈쇼핑이나 유료 콘텐츠 구매, 그리고 결재 수수료 등의 전체 소비 지출 규모의 ‘자발적’ 증가는 제대로 파악조차 되고 있지 못하다.
김동원(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 |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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