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9일 화요일

모래가 흐르는 강, 자연과 우정을 회복하기 위한 낮은 발걸음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3-03-19일자 기사 '모래가 흐르는 강, 자연과 우정을 회복하기 위한 낮은 발걸음'을 퍼왔습니다.
지율 스님 4대강 다큐멘터리, “포기하지 말아 달라”

모래가 흐르는 강ⓒ모래가 흐르는 강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치적이라고 자평하고 있는 가운데 지율스님의 4대강 다큐 ‘모래가 흐르는 강’이 오는 28일 개봉 한다. 천성산을 관통하는 한국고속철도 원효터널 건설을 막기 위해 활동하신 지율스님이 4대강 다큐를 만들었다고 하니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 할 것이다. “전 정권이 시행한 4대강 사업을 강하게 비판할 것”이라고 말이다. 

틀렸다. 이 다큐엔 비판이 없다. 지율 스님은 “자연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던 것이 이런 결과를 불러일으킨 것이 아닌가 생각했기 때문에 내게서 원망이라는 것을 먼저 내려놨습니다. 비감이나 분노에서부터 이 일(다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 많이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다큐는 자연 그 자체다. 영주댐 건설로 변해가는 내성천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냈다. 내성천은 때론 살갗이 뜯겨나간 모습으로, 때론 물그림자로 찬란하게 반짝거리는 모습으로 처참함과 원시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모래가 흐르는 강ⓒ모래가 흐르는 강

4대강, 한 사람의 동의로 이뤄진 것 아니다
 

“씨방을 터져 나온 꽃씨들이 모태의 기억을 잊어버리듯 우리는 강을 잊어버리고 살았다. 4대강 사업은 그런 우리의 망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내성천 보존 운동은 모래 강에 발을 담그고 망각의 세계를 건너면서 시작된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된 지 4년이 흘렀다. 수억 년을 흐르던 물길은 단 4년 만에 생태계 이상을 예고했다. 큰 강물줄기 뿐만 아니라 실핏줄처럼 뻗어 나온 지천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큐는 전 정부의 대책 없고 허술한 4대강 사업으로 강 이곳저곳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을 지적한다. 강의 원시성과 파괴된 모습을 교차시키면서 강의 변화를 예민하게 포착한다. 

하지만 이것이 다는 아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그 본성을 자연 앞에서 드러내는 우를 범했다. 사람들은 강이 변했다고 말하지만 강이 보기엔 사람이 변했다. 송사리가 물살을 가르고 가만히 서있는 사람의 복숭아 뼈에 콩콩 주둥이를 박는 기억, 반들거리는 유리자갈과 금빛 모래가 물길 따라 은하수처럼 쏟아지는 장관을 모두 망각했다. 먹황새와 수달, 원양이 찾아드는 곳이라는 것을 잊었다. 한 그루의 나무와 한 인간이 살아온 인생이 같다는 것을 지나쳐버렸다. 다큐는 4대강 사업이 비단 한 사람 두 사람의 힘으로만 추진하고 계획한 사업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연의 경각심을 망각한 우리 모두의 무관심이 4대강 사업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부분도 있다고 넌지시 이야기 해준다. 그래서 관객은 자꾸 아프다. 

모래가 흐르는 강ⓒ모래가 흐르는 강

진실은 늘 불편, 그러나 다 끝났다고 말하지 말라

지율 스님은 2008년 4대강 착공 뉴스를 보고 산에서 내려와 물길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강의 변화를 작은 렌즈 속에 담았다. 스님의 렌즈 속에 담긴 것은 살갗이 뜯겨나간 내성천이었다. 주변 지류도 타격을 입었다. 댐이라는 명목 아래 주변 시민들의 터전과 역사 모두 수장됐다. 영주댐 건설의 문제점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누구 하나 자연의 상처를 둘러보지 않았다. 상처를 둘러보는 일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은 상처는 작으니까 그냥 두고, 큰 상처는 너무 부담스러운 것이다. 상처가 너무 커서 포기하고 싶어질 수도 있고,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봐 아예 시도조차 안하는 식이다. 진실은 늘 불편한 법이니 말이다.

스님도 마찬가지였다. 4대강 사업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가운데 거대한 자연의 흉터를 직면한 스님은 무서웠고 섬뜩했다. 심지어 그곳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스님은 상처의 중심에 섰다.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아서다. 처음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상처 입은 내성천 위에 무방비의 맨발을 올려놓고 무작정 걸었다. 발가락 사이사이에 황금 모래가 끼는 까끌까끌하면서 부드러움 느낌을 세포로 느끼며 희망을 엿봤다. 그리고 그 느낌을 관객에게 전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다큐는 무너져버린 내성천의 모습을 인정하면서도 희망을 강하게 전달한다. 

생전 영상을 다뤄본 적이 없는 지율 스님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영상 찍기도 편집도 아니다. 강 옆에 머물며 겨울을 보냈던 추위도 아니다. 바로 “사람들이 강이 회복 불가능하다”고 희망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스님은 “제 다큐엔 삼성 로고가 많이 들어갑니다. 공사 업체이기도 하고 삼성이 가진 커다란 힘에 자연이 무너지는 부분도 있었고, 우리가 그것을 같이 바라보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것을 볼 때 사람들이 끝났다고 할 때 가슴이 아픕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성천을 통해 4대강의 결과를 봤다면 이제라도 희망을 가져달라고 말한다. 무분별한 사업을 멈추고 자연을 기다려 주면 다시 회복될 수 있다고 다독인다. 

스님이 내성천에 발을 담그고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자연과 인간이 동화되어 큰 소리로 웃음 짓는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그 기다림은 멀어져 간 사랑처럼 그립고 너무 아프다. 하지만 인간과 자연이 숨 쉬는 한 희망은 있다. 

모래가 흐르는 강ⓒ모래가 흐르는 강

김세운 기자 ksw@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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