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시사인 2012-07-10일자 기사 '파업 끝나자 보복 인사, 이걸 몰랐다고?'를 퍼왔습니다.
파업이 끝난 날 동료들은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나는 후련하다는 답장을 보냈다. 회사는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예상된 결과였다.
휴대전화기가 문자 메시지를 받아내느라 연신 몸을 떨어댔다. 국민일보 노동조합이 173일간의 파업을 끝내기로 결정한 날(6월12일) 오후 4시쯤이었다. 한 후배가 먼저 2차 노·사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임시총회 표결 결과를 보내왔다. 뭐라고 하든지 답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어쨌든 끝내는 게 목표였으니 쫑난 게 의미이지. 좋겠다. 시원해서.” 잠시 뒤 “시원해. 곧 봅시다”라고 짤막한 답문자가 왔다. 자정 무렵 다시 그의 문자가 왔다. “국민일보는 이제야 겨우 하나의 파워풀한 이야기를 가지게 됐다. 조상운이 아니라면 시작하지 못했을 이야기, 우리들이 각자 한 문장쯤은 담당했던 이야기.” 나에 대한 그 나름의 인색하지 않은 위로라고 생각했다.

ⓒ국민일보노조 제공 6월12일 국민일보 노조사무실 앞. 파업 173일째를 알리는 종이가 붙어 있다.
“선배, 우리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죄송하네요. 하지만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문자를 보낸 후배에게는 “좋은 결과는 아니나, 시원한 일이다. 나도 내 길을 자유로이 갈 수 있고”라고 답했다. 어떤 후배는 “죄송합니다......”라고만 했다. 점(.)을 여섯 개나 찍은 것을 보고 ‘네 마음이 상당히 복잡한 모양이구나’라고 혼잣말을 했다. “안타깝게도 여기에서 끝이 났네요. 조 선배가 복직할 그날까지 응원합니다. ‘조님’은 우리를 실망시켰지만 ‘주님’은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성경 공부 쉬지 마시길 기도할게요....”라는 문자도 왔다. 그의 바람대로 내 성경 읽기는 계속되고 있다. 오늘(6월27일) 아침 욥기 21장을 읽었다. “선배! 너무 미안했고 고마웠습니다. 이 말 외에는 구질구질하고 변명이 될 거 같아요... 선배는 국민일보의 힘이었고 힘이었습니다”라고 보낸 후배도 있었다.
“원하는 부서장 없다” 6명 대기발령
파업을 접은 동료들의 문자는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선배 안녕하신가요. 종일 맘을 추스르려는데 잘 안되네요.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시간이에요. 연락드리기가… 맘이 무거워 잘 안 됐는데 생각난 김에 안부 드립니다”라는 문자는 수습 시절 놀랄 만큼 당돌했던 후배로부터 왔다. 공식 업무복귀를 한 날(6월14일)엔 선배 조합원 한 분께서 “업무 복귀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끝내 건승하시길”이라고 소회를 밝히셨다.

조상운 (전 국민일보 노조위원장. 2011년 10월 해직)
국민일보 노동조합의 파업은 그렇게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5일 뒤 한 조합원으로부터 다시 문자가 왔다. “결국 이렇게 되고 마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멘붕 상태입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를 ‘멘붕’으로 몬 것은 인사발령 때문이었다. 국민일보 측은 파업에 참여했던 조합원 여러 명에 대해 직무 변경이 수반되는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편집국과 종교국 기자 6명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을 받겠다는 부서장이 없다”라는 이유로 대기발령 조치를 했다. 노조는 이를 보복이라고 규정하고 발끈했지만, 파업을 접은 노조의 투쟁력에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읍소 같은 항의와 애원 같은 규탄이 그들이 할 수 있는 몸부림의 전부처럼 보였다.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 한 후배와의 통화는 그 같은 노조의 현실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파업을 접을 당시 협상파를 포함해 누구나 지금의 상황을 예상했을 것이다. 회사 측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고? 아직까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에게는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양심을 파는 것도 모자라 동료까지 팔지는 마라. 노조위원장이었던 나에 대한 해고는 남아 있는 이들에게 큰 교훈을 남겼을 것이다. 국민일보에서는 경영진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모른 척 입 다물고 지내는 게 상책이라는 교훈. 검찰이 최근 국민일보 회장이라는 미국 시민권자 조 사무엘민제를 사기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예상을 깨고 노동조합이 그 일에 대해 성명을 냈다. 벌써 교훈을 잊어버린 것일까?
조상운 (전 국민일보 노조위원장. 2011년 10월 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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