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31일 화요일

[사설]노동탄압 용역폭력, 언제까지 묵인·방조할 텐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2-07-30일자 사설 '[사설]노동탄압 용역폭력, 언제까지 묵인·방조할 텐가''를 퍼왔습니다.

노동자 대투쟁 2년 뒤인 1989년 울산에서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에게 각목과 식칼을 휘두르며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을 기획·주도한 이는 ‘노조파괴 전문가’로 불리던 ‘제임스 리(본명 이윤석)’라는 인물이었다. 말이 좋아 전문가이지 ‘용역깡패 두목’이었던 것이다. 사건 이후 ‘제임스 리’는 노동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으로, 사업주들에게는 ‘든든한 해결사’로 인식됐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는 ‘거사’ 직전 노동부 관리들과 현대중공업 측 간부들을 모아놓고 “노조간부는 모두 빨갱이” “노조를 깨부셔야 회사가 산다”는 내용의 강의까지 했다. 국가권력과 재벌기업이 ‘사설(私設)폭력’에게 한 수 가르침을 받았던 셈이다.

민주화가 이뤄졌다는 지금 ‘제임스 리’는 사라졌는가. 그렇지 않다. 노사갈등과 재개발 현장을 비롯해 각종 시위·농성장에서 더욱 교묘하고 진화된 모습의 ‘제임스 리’가 경찰 등 국가권력의 비호 아래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엊그제 자동차 부품업체인 SJM과 만도의 사업장에 용역업체 직원들이 들이닥쳐 파업 중인 노조원들에게 곤봉과 쇠파이프 등으로 무차별 폭력을 휘두른 사건에서도 2012년판 ‘제임스 리’의 음흉한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특히 SJM의 경우 용역업체는 경찰에 ‘오전 6시에 경비용역을 배치하겠다’고 신고했으나 실제로는 새벽 4시에 현장을 급습함으로써 경찰을 따돌렸다고 한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사업장을 완전 장악한 직후 회사 측은 직장폐쇄에 돌입했다. 걸핏하면 정부는 법치와 준법을 강조하고 있으나 법 이전의 최소한 상식마저 짓밟히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고 서글플 뿐이다. 

정부는 무법천지의 폭력을 행사한 용역업체와 이들에게 폭력을 사주한 사업주들을 철저히 수사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조처해야 한다.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관련당국이 폭력사태를 뻔히 예상하고도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이를 사실상 용인함으로써 직무유기를 저지르지는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져야 마땅하다. 

따지고 보면 용역폭력이 근본적으로 뿌리가 뽑히기는커녕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까닭은 정부가 기업들의 입장에 경도된 나머지 이를 묵인·방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허점투성이인 현행 경비업법 규정도 대폭 손질해 용역폭력을 법적·제도적으로 방지하고, 기업들이 직장폐쇄를 남발할 수 없도록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 ‘용역폭력 원조’인 ‘제임스 리’의 후예들이 법과 상식을 비웃고, 민주주의와 산업평화를 유린하는 행위를 도대체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