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30일 월요일

[사설] 용역폭력에 직장폐쇄, 기획된 노동탄압인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7-29일자 사설 '[사설] 용역폭력에 직장폐쇄, 기획된 노동탄압인가'를 퍼왔습니다.

엊그제 자동차부품업체인 에스제이엠(SJM)과 만도(문막·평택·익산 공장)에 대규모 용역 인력이 투입돼 파업중인 조합원들을 몰아내고 공장을 장악했다. 이와 동시에 회사 쪽은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에스제이엠에선 용역들이 무차별 폭력을 휘둘러 조합원 3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온 국민이 지구촌 평화 축제인 올림픽에 환호하고 있을 때 노동현장에선 노동권과 민주주의를 짓밟는 폭력행위가 거리낌없이 저질러진 것이다.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의 법과 민주주의가 얼마나 땅에 떨어져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선 두 회사의 기습적인 직장폐쇄는 불법이나 다를 바 없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사용자가 현저히 불리한 상황일 때 제한적이고 예외적으로 직장폐쇄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의 경우, 시설물 파괴나 심각한 경영상의 위기 등 직장폐쇄를 할 만한 긴박한 사유가 없었다. 특히 에스제이엠은 노조가 단 하루도 전면파업을 하지 않았는데도 새벽 4시30분에 용역이 전격 투입돼 공장을 장악하자 나중에 노조에 직장폐쇄를 알렸다.유례없는 대규모 용역 동원과 이들의 무자비한 폭력 역시 명백한 불법이다. 용역들은 쇠파이프와 곤봉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공장을 급습해 집단폭력을 행사했다. 경비업법에 정해진 일반적인 경비활동에 전혀 해당하지 않는 행위다. 용역들은 회사가 동원한 ‘사병’이나 진배없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에 폭력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조처를 충분히 하지 않았고, 뒤늦게 현장에 도착해서도 사실상 용역 폭력을 수수방관했다.이번 사태는 또 치밀하게 기획된 ‘민주노조 죽이기’ 수순의 혐의가 짙다. 최근 1~2년 동안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속했던 유성기업, 케이이씨(KEC), 상신브레이크 등에선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뒤 직장폐쇄→용역 투입→파업 장기화→어용노조 등장 등의 상황이 예외없이 전개됐다. 에스제이엠과 만도의 회사 쪽도 직장폐쇄 및 용역 투입이 노사갈등을 증폭시킨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만약 두 회사의 조처가 파업 장기화를 유도해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벼랑으로 내몬 뒤 회사에 고분고분한 노조를 등장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노동탄압 행위라 비난받아 마땅하다.정부는 이번 직장폐쇄의 위법성과 경찰의 직무유기 여부, 용역 폭력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회도 진상조사를 벌여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살피는 것이 옳다. 아울러 기업들이 공격적인 직장폐쇄를 남발할 수 없도록 관련 법을 손질하는 작업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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