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8일 토요일

[사설] 권재진 사퇴하고, 대법원 원점에서 재구성하라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27일자 사설 '[사설] 권재진 사퇴하고, 대법원 원점에서 재구성하라'를 퍼왔습니다.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그제 결국 자진사퇴했다. 새누리당이 다른 3명의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먼저 처리할 뜻을 법무부에 알린 뒤에야 사퇴한 걸 보면 막판까지 버티다 밀려서 쫓겨난 걸로 보인다. 대법관 후보자 중도사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 앞에서 우선 그 책임을 따져묻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다. ‘최악의 후보’를 추천한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검찰 조직 전체를 망신시킨 참사를 초래해놓고도 더 버티겠다고 한다면 염치없는 짓이다. 이미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에 벌어진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연루 의혹을 비롯해 개인적으로 책임졌어야 할 일이 수두룩하다. 최근에는 불법사찰 사건 연루자인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의 검사장 승진, 피디수첩 사건을 수사한 전현준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의 서울중앙지검 3차장 발탁 등 막가는 정권 보은인사로 검찰이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임을 국민에게 공개선언 하다시피 했다. 검찰 조직 전체가 이 정권과 함께 망해도 좋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옳다.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제청한 양승태 대법원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는 논평으로 끝낼 일은 아니다. 검증을 소홀히 한 대법원장과 대법원 관계자들에 대해 내부적으로 엄중한 자책과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이번 사태로 법원과 검찰 등 법조계와 정치권에도 중대한 과제가 주어졌다. 우선 법조계는 이번 기회에 대법원 구성 ‘다양화’라는 과제를 다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대법원이 서울법대 동기 모임도 아니고 김병화 후보자를 빼더라도 서울법대 74학번 4명, 76학번 3명이라니 해도 너무했다. 학교·성별뿐 아니라 성향과 전문분야에서도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 군사정권 시절에나 어울리는 검찰 몫 등 자리 안배 관행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대법원 재구성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국회 역시 김 후보자가 탈락했다고 해서 다른 3명의 임명동의안을 졸속으로 처리해선 안 된다. 청문회 등 검증과정에서 김신 후보자는 종교편향, 김창석·고영한 후보자는 재벌편향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야당은 이번 기회에 균형잡힌 사법부를 만든다는 자세로 동의안 처리에 임해야 할 것이다.대법원은 새 후보자 추천 과정은 밀실에서 비공개로 추진할 게 아니라 법조계 안팎의 의견도 수렴할 수 있도록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실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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