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8일 토요일

청와대행 8000번 '혈세버스', 4년간 20억 낭비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7-27일자 기사 '청와대행 8000번 '혈세버스',4년간 20억 낭비'를 퍼왔습니다.
하루 승객 133명에 불과... 연말까지 '시한부 운행' 뒤 사라질 운명

 
▲ 8000번 버스 청와대 사랑채 앞 8000번 버스의 모습 ⓒ 박명본

24일 오전 8시 30분 서울 을지로입구역 버스정류장. 출근길 직장인들로 정류장은 붐비고 있었다. 그때 '청와대행'이라는 이색적인 간판이 걸린 버스 한 대가 등장했다. 8000번 버스다. 그런데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했는데도 탑승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승객으로 가득 찬 다른 버스들과 달리 8000번 버스의 안은 한산했다. '을지로입구역' 정류장에서 탑승했을 때 승객은 기자를 포함 단 2명에 불과했다. 다음 정류장인 '서울신문사 앞'에서도 탑승하는 사람은 없었다. 버스는 그 다음 정류장인 'KT광화문지사  앞'에서야 두 명의 승객을 태운 뒤 청와대로 향했다.

청와대길에 들어서자 경찰관이 버스에 올라 승객들의 목적지를 일일이 확인했다. 기자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모두 청와대로 출근하는 공무원이었다. "청와대 구경을 왔다"는 기자의 대답에 경찰관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거수경례를 한 뒤 물러났다.

버스에서 내린 기자는 청와대 앞 정류장에 앉아 1시간 동안 8000번 버스를 관찰했다. 총 5대의 버스가 지나갔지만 승객을 태운 경우는 없었다. 버스를 타고 청와대를 빠져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에서 을지로입구역으로 나오는 동안 탑승한 승객은 기자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텅 빈 버스가 계속해서 서울 도심을 한가롭게 순환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소통' 간 데 없고 청와대 공무원 통근버스 전락

▲ 8000번 버스 내부 출근시간 8000번 버스, 승객이 없어 한산하다. ⓒ 박명본

지난 2008년 5월 청와대는 '국민과의 소통',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관광명소 청와대'를 내세우며 8000번 노선을 신설했다. 청와대에서는 보안상 통제되던 청와대길을 개방한 것은 "건국 이후 최초"라며 이 대통령의 적극적인 국민소통 의지를 강조했다. 개통 전날에는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가 8000번 버스를 탔고, 이 대통령도 지난 2009년 광복절 행사 직후 버스를 타고 귀가하며 노선 홍보를 도왔다.

하지만 이런 청와대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8000번 노선은 이용객 부족으로 '소통'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언론으로부터 "승객 없는 적자노선"이란 비판을 줄기차게 받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차례나 노선을 변경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서울시는 8월 28일부터 연말까지 8000번 노선을 주말에만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노선의 존폐여부는 '시한부 운행' 이후 결정하기로 했다. 

애초 8000번 버스노선의 설계부터 잘못됐다. 8000번 버스는 청와대 춘추관을 기점으로 국립민속박물관~경복궁 동문~조계사~안국동~을지로입구~서울신문사~KT광화문지사~청와대 분수 앞을 순환하는 8km 거리의 짧은 노선이다. 노선 주변엔 관광명소가 많지 않고 노선의 길이도 짧아 관광객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또 배차간격이 11~19분으로 지나치게 길어, 실질적인 교통수단으로서의 역할은 배차간격이 짧은 마을버스가 하고 있다. 결국 8000번 버스는 청와대 앞을 지난다는 것 외에는 어떤 특색도 갖추지 못했다.

8000번 버스를 운행하는 한 기사는 "평일 청와대를 찾는 사람은 대부분 외국인 단체관광객이다"라며 "단체로 차량을 대절해 들어오니 8000번을 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이 아니라면 평일에 누가 청와대 관광을 오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출퇴근하는 공무원을 제외하면 평일승객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버스관리과에 따르면, 서울시내버스 노선의 1일 평균 승객 수는 대당 700명 정도다. 반면 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8000번 노선의 누적 승객 수는 60만8044명(2012년 6월까지)이고, 1일 평균 승객 수는 버스 1대당 133명이다. 다른 노선의 버스 1대당 승객수와 비교했을 때 5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정확한 수요예측 없이 홍보를 목적으로 무리하게 노선을 만든 결과다. 

4년간 25억 원 들어갔지만 수입은 3억여 원에 불과

▲ 8000번의 운명은? 8월 28일부터 평일운행이 중단된다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 박명본

서울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통해 노선의 신설과 수정 권한을 가지고, 운영은 운수업체에 위탁한다. 서울시는 여기서 발생하는 적자를 업체에게 보존해주는 방식으로 공영성 있는 버스노선을 유지한다. 문제는 8000번처럼 청와대 홍보를 목적으로 탄생한 노선까지 세금으로 메워주는 데 있다. 

8000번 버스의 일일 표준 운송원가는 55만4770원(2008년 기준)이다. 4대의 인가차량 중 실제운영 차량은 3대이고(1대 예비), 표준운송원가를 기준으로 4년 1개월간 투입된 비용을 산출해보면 약 25억 원이 들어갔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오마이뉴스)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2012년 6월까지 8000번 노선이 벌어들인 금액은 3억4574만 원이다. 8000번 노선에서만 최소 20억 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청와대의 '소통'을 상징하던 8000번 버스가 이제는 세금 먹는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도 기자의 계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버스관리과의 한 관계자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통해 운수업체에 보전해준 금액이 지금까지 약 20억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말까지 승객 수에 개선이 없다면 존치가 힘들 것이다"라며 노선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8000번 버스노선 축소와 관련, 청와대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버스노선 운영 및 변경은 청와대와 무관한 서울시의 업무"라고 답했다. '수년간 적자가 난 것에 청와대의 책임은 없는가'라는 기자의 물음에 "당시 노선의 신설은 서울시의 주관으로 이뤄진 것이지 청와대와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2008년 4월 30일 청와대 누리집 (청와대뉴스)에 올라온 게시물에는 "청와대 앞길을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정한 청와대는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 이 같은 계획을 이미 확정하고 발표한 바 있다"고 밝혀 노선 신설을 청와대가 주도했음을 분명히 했다.

박명본(luden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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