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30일 월요일

경찰도 아닌데 ‘무력’ 진압… 현대판 ‘사병’ 판친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7-29일자 기사 '경찰도 아닌데 '무력' 진압... 현대판 '사병' 판친다'를 퍼왔습니다.
만도·SJM, 용역 동원 직장폐쇄...'노사관계에 용역개입 금지' 법개정 추진 움직임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YNzKY5fwCm4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와 SJM이 용역업체를 동원한 '공격적 직장폐쇄'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관련기사: 문학경기장 집결한 용역들, 어디로 갔을까)

29일 오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민주노총 등은 국회에서 '기업 용역폭력 진상조사 촉구 및 처벌, 직장폐쇄 관련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두 업체가 저지른 만행은 노동기본권을 파괴하고 민주사회의 근간을 뒤흔든 중대 사건"이라며 "민주주의 위에 군림하려는 기업들이 공모하여 공격적 직장폐쇄를 감행하고, 노동자의 생명까지 위협한 조직적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이 두 업체는 지난 27일 전국에서 1500여 명의 용역을 모아 SJM 안산공장과 만도의 평택· 문산·익산 공장에 있던 노조 조합원들을 몰아내고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용역들이 자동차 부품을 던지고 곤봉을 휘둘러 조합원 34명이 머리가 찢어지고 골절상을 입는 등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두 업체 조합원들은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공장에 맞춰 대부분 휴가를 떠나 있었다.

단 하루 파업, 정상업무 예고까지 했는데 직장폐쇄

직장폐쇄는 노조법 상 파업 등 노조가 쟁의행의를 개시한 이후에만 가능하도록 돼 있다. 법원도 이러한 노조의 행위에 사측이 현저하게 불리해지거나 압력이 가해지는 상황에서만 직장폐쇄를 인정하고 있다. 결국 회사가 실적이나 협상에 큰 손해를 입게 되는 상황에서 '방어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번 SJM과 만도의 직장폐쇄는 여기서 벗어나 있다.

SJM은 전면 파업은 하지 않은 채 부분 파업 등을 진행해 왔고 당일에는 일부 조합원이 일을 하고 있었다. 만도노조 역시 전면파업을 하지 않다가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공장들이 전부 여름휴가에 들어가는 데 맞춰 27일 하루 전면 파업을 했다. 더욱이 휴가가 끝나는 8월 6일 업무재개를 공고했다. 두 회사 모두 노조 파업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아니었으며, 노조는 파업을 해도 회사 사정에 맞춰 하겠다는 상황이었다.

자동차 엔진의 소음을 줄여주는 벨로우즈를 생산하는 SJM은 2007년 80억 원에서 2011년 27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추진했고, 노조가 이에 반대해 협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국내 자동차 회사 최대 부품 업체인 만도는 단체교섭에서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등 근로조건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쟁의 찬반투표와 조정절차를 거쳐 파업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전면파업을 하지 않은 사업장(SJM)과 전면 파업에 들어간 지 단 하루밖에 되지 않은, 게다가 휴가가 끝나면 정상업무를 하기로 한 사업장(만도)에 이렇게 전격적으로 '직장폐쇄' 조치를 내리는 일은 흔하지 않다. 또 같은 날, 같은 용역이 움직였지만 두 회사는 자동차 부품 업체라는 것 외에 관련이 없는 기업이란 점에서 양 사측이 치밀한 기획 아래 노조를 탄압하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용역, 경비 업무 벗어나 진압까지... 경찰, 사실상 방조 

▲ 에스제이엠 공장 앞 27일 경기 안산 에스제이엠 공장 앞에서 조합원들이 용역과 대치하고 있다. 용역은 헬멧, 방패, 진압봉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 금속노조

공격적 직장폐쇄와 더불어 당일 벌어진 용역들의 폭력 행동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1500여 명의 용역들은 서울 월드컵경기장, 인천 문학경기장 등에 집결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헬멧에 보호구를 착용하고 방패와 곤봉을 든 이들은 시위진압에 나선 전투경찰과 다름없었다. 직장폐쇄 시 이들 용역업체들은 공장을 지키는 경비업무를 하지만 그 범위를 넘어서는 진압 역할까지 한 것이다.

경비업법에 따르면 이들은 "타인에게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또 이 법은 "누구든지 경비원으로 하여금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용역업체와 이를 고용한 두 기업은 법을 위반했다. 법에 따르면 용역 요원에게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사측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매길 수 있다.

경찰의 태도도 문제다. 같은 법에 따르면 노사분규 사업장에 용역을 투입할 때 최소 24시간 전에 배치 시간, 용역들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경비원 신임교육 이수증 번호 등을 해당 관청과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하게 돼 있다. 절차에 맞게 제출하면 노조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지만 이번에는 노조가 어떠한 통보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법을 어기고 기습적 폭력 진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경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27일 새벽 SJM에 먼저 들어간 용역들이 조합원들을 폭행하고 유혈사태가 벌어졌지만 경찰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직장폐쇄로 경비원(용역)이 들어갈 수는 있지만 폭력에 대한 책임은 따로 있는 것이다. 경찰은 사실상 이를 방조했다.

"이명박 정권에서 늘어난 일자리는 깡패뿐"

▲ 2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조합원이 지난 27일 SJM과 만도 공장 직장폐쇄 당시 용역들이 던진 자동차 부품과 이 부품에 맞아 다진 조합원들의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 최지용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번 SJM과 만도 공장에서 자행된 폭력사태는 청와대가 조장하고, 고용노동부가 방치한 것"이라며 "금속노조의 파업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고소득 노조가 파업하는 건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말한 건 노동3권을 보장하는 헌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으며, 이런 발언을 통해 결과적으로 이날 사태를 유발했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SJM과 만도에 용역이 들어간 27일 오후에도 같은 발언을 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김황식 총리를 비롯한 국무의원과 국정현안점검회의를 주제하며 이 대통령은 "귀족노조"를 언급하며 "만도기계라는 회사는 연봉이 9500만 원인데 (노조가 파업해) 직장폐쇄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만도가 직장폐쇄를 공고한 시각은 오후 3시로, 한 사기업의 상황이 대통령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또는 사전에 보고됐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은 의원은 이어 "당시 용역들은 굉장히 뾰족한 자동차 부품을 집어 던지며 돌격 앞으로 했고 놀란 조합원들은 창문에서 뛰어 내리다가 부상을 입었다"며 "언제부터 한국 기업에서 대규모 사병을 양육해 왔나. 언제부터 경찰이 아닌 기업이 그런 사병을 육성할 수 있는 사회가 됐나"고 개탄했다. 그는 "고용노동부는 행정명령을 내려 해당 용역업체를 조사하고 사태의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석 통합진보당 의원 역시 "파업이 전면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적인 직장폐쇄를 한 것은 기획된 폭력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앞두고 이를 무력화 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해석했다. 그는 "고용노동부에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태도로 미뤄봤을 때 정부 차원의 조사가 어려울 것"이라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야당들을 중심으로 진상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조에 대한 전면적인 테러행위"라며 "이명박 정권 아래서  양질의 일자리가 비정규직으로 바뀌는 동안 늘어난 일자리는 용역 깡패들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찰은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칼날 같이 날카로운 부품이 노동자들을 향해 날아가는 순간에도 그것을 비호하고 있었다"라며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이 국가권력의 직접 테러라면 이번 사태는 자본이 국가와 결탁한 테러"라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직장폐쇄 이후 대체인력 등을 통해 공장을 가동하는 방식의 '부분적 직장폐쇄'와 사업장 내 단체행동 및 쟁의행위 방해를 금지하고, 노사관계에 용역이 개입할 수 없게 하는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 조정법' 개정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러한 용역들의 노사관계 개입 문제는 지난해 한진중공업 구조조정 사태와 유성기업 직장폐쇄 과정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최지용(endofwinte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