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7일 금요일

대법관 선임제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26일자 기사 '대법관 선임제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창비주간논평] 추천위원회 강화와 국민청문제도 도입해야

지난 13일 고영한 법원행정처 차장, 김창석 법원도서관장, 김신 울산지법원장, 김병화 인천지검장 등 네 명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국회 동의절차가 늦어지면서 사법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후보자들의 됨됨이를 보면 오히려 대법관 선임 과정의 정당성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걱정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국회 동의 과정에서 불량한 대법관 후보를 걸러내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법과 법치주의를 우롱하는 결과를 낸다. 국민이 대법관 후보자의 도덕적 자질과 업무능력을 알 수 있는 기회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사실상 처음이다. 물론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도 언론을 통해 어느정도 대법관 후보에 대한 일부 정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게 되면 대통령은 사실상 거부할 수 없어 여론이 반영될 여지는 적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한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견제장치로 외견상 사법부 독립을 확보하는 기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제청행위가 있기 이전에 제청권자인 대법원장과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타협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사법부의 독립은 사실상 어려운 구조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양승태 대법원장을 임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대법관 제청 과정이 투명하지 않으면 그 정당성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렵게 되어 있다.

논란투성이인 대법관 선임과정

대법관 선임과 그 구성과정의 민주성·투명성·다양성은 사법의 독립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또 대법관은 누구보다도 높은 도덕적 자질과 준법의식을 요구받으며 후보자의 검증과 심사는 철저해야 한다. 헌법과 법원조직법 상에 명기된 변호사 경력 등 형식적자격요건 검증을 넘어 대법관 후보자의 법지식, 법률관 그리고 비리와 부패 의혹까지도 철저히 가려야 한다.

이번 대법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으로 국민들은 종교편향적 행태를 보이거나 재벌 감싸기 판결을 한 의혹을 사거나, 심지어는 저축은행 비리사건에 직접 연루된 정황증거가 명백한 인사가 포함되어 있는 사실을 목격했다. 천거 및 추천 그리고 제청 과정에서 도덕적인 자질과 법률관에 대한 검증은 전혀 없었거나 문제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제도상·절차상 문제가 있음이 증명되었다.

▲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의 연루 의혹에 대한 민주통합당 우원식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사회는 민주개혁을 요구받고 있지만 법관, 검사, 변호사 등 법조 중심의 사법체계는 개혁에 미온적이었다. 인권의 최후 보루가 사법부이기를 바라는 국민의 법감정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적극적인 사법개입을 요구하는 국민의 법의식을 반영할 만한 대법관 인사제도의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권자인 국민이 대법관 임명 과정에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 대법관은 여전히 법조와 법조출신 법학자에게만 개방되어 있고 이들을 추천하거나 제청하고 임명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은 전무하다. 이런 제도하에서 신임 대법관은 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정치적인 성향과 무관할 수 없다.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훼손하고 나아가 사법의 독립을 잠식시킬 수 있다.

민주성과 다양성이 확보된 사법운영체계가 절실

그렇다면 정치적인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과 그 선임과정의 민주성ㆍ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개혁은 국민의 참여를 높이는 민주적인 사법운영체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첫째,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을 민주화ㆍ다양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과 국민주권의 원리를 조금이나마 확보할 수 있다. 현행 추천위원 구성을 기준으로, 법무부 장관은 추천위원에서 배제시켜야 한다. 고위직 법관 추천위원 몫으로 과잉대표되어 있는 선임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을 통합하고, 법학계를 대표하는 한국법학교수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도 통합해 한 명으로 축소하되 선출직으로 해야 한다. 비대법관 판사 추천위원을 "평판사"로 대체하고, 법원직원 추천위원을 추가해 법원 내부 선거로 정해야 한다.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비법조인 3인은 여성, 장애, 인권 등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으로 구체화하고, 비법조 출신 위원의 비율을 50% 이상으로 해야 한다.

둘째,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추천할 제청대상 후보자를 현행 3배수에서 2배수 이하로 줄여 대법원장의 자의적인 제청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 추천위원장을 호선해 검증과정의 민주성을 확보해야 한다. 추천위원회가 제청대상 후보자에 대한 자질 검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셋째, 대법관 후보자의 부적격 기준을 국민의 법감정과 법의식에 맞게 구체화해야 한다. 국회법상 검증기준인 후보자의 업무 역량과 도덕적 자질은 너무 추상적이다. 후보자의 표절, 위장전입이나 탈세의 고의성이 입증되면 부적격자로 탈락시키는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 국회 청문절차에 관계 전문가와 시민대표 등 외부 청문위원제도를 도입해 부분적이나마 국민이 직접 사법통제를 하는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개혁은 정치, 행정, 경제구조의 개혁뿐만 아니라 사법개혁으로 완성된다. 사법개혁은 대법관 등 충원구조의 민주적 정당성과 다양성을 확보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대법원도 국가기관이고 대법원장, 대법관, 판사도 모두 국민 전체의 봉사자인 공무원이다. 대법원장은 부실한 대법관 제청을 반성하고 국민 앞에 깊이 사과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의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되도록 대법관 제청절차를 개정해 사법민주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회도 인사청문 기준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해 국회법을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지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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