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9일 일요일

"언론플레이와 기습적 직장폐쇄, 배후 의심스럽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7-28일자 기사 '"언론플레이와 기습적 직장폐쇄, 배후 의심스럽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27일 직장폐쇄와 용역침탈 당한 김창한 금속노조 만도지부장

ⓒ금속노동자 7월27일 15시 부로 만도 사측은 직장을 폐쇄하고 평택, 문막, 익산공장에 용역을 투입해 공장을 봉쇄했다. 평택공장 정문을 용역들이 봉쇄하고 있다.

27일 오후 5시. 평택에 위치한 만도공장의 모든 출입문은 용역들에 의해 원천 봉쇄돼 있었다. 정문 밖에는 용역틀의 침탈 소식을 듣고 달려온 금속노조 만도지부 간부들 20여명이 굳은 표정으로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조합원들이 이미 휴가를 떠났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노조 간부의 도움으로 어렵게 용역들의 감시를 피해 노조 사무실로 들어가 만난 김창한 지부장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말을 인터뷰 내내 되풀이했다. 지난 2일부터 2시간 파업을 하며 쟁의행위를 해왔지만, 사실상 잔업특근을 하지 않는 수준 정도의 약한 파업이었기 때문이다. 

김 지부장은 “직장폐쇄는 그야말로 사측의 최후수단”이라며 “27일 하루 전면 파업을 하고 주말과 휴가를 거쳐 6일부터 정상조업을 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측이 갑작스레 직장폐쇄까지 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다만 금속노조가 그동안 15만 조합원의 총파업을 하지 못하다 최근 두 차례에 걸쳐 파업을 성사시키며 기세를 올리자 불안해진 자본과 권력이 이같은 일을 계획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13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현대차, 기아차 등 기업지부와 지역지부가 함께 하는 산별 총파업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성사시킨 바 있다.

김 지부장은 지난 98년 매각됐다 폐업을 선언한 깁스코리아다이캐스팅의 재인수를 회사에 요구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에 마치 내가 깁스코리아를 재인수하지 않으면 임단협 교섭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처럼 보도됐다”며 “깁스코리아 인수는 임단협 교섭의 전제조건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깁스코리아는 만도의 다이캐스팅사업부였으나 98년 외환위기 당시 깁스다이캐스팅이라는 미국회사에 매각된 바 있다. 그러나 깁스코리아 노동자들은 여전히 금속노조 만도지부 산하 깁스코리아 지회 소속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회사와의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 “조합원들이 휴가를 다녀오면 계획대로 공장에 들어가 정상조업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중의소리 금속노조 김창한 만도지부장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27일 전면파업을 새벽에 철회하셨다 다시 돌입한다고 했다. 이유는?

26일 밤부터 용역들이 서울지역에 모이고 있다는 첩보를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새벽 파업을 풀고 업부 복귀를 선언했다. 그러나 파업을 철회하자 이미 휴가를 떠난 조합원들이 혼란스러워 했다. 또 SJM이 새벽에 침탈당하면서 상황으로 끝난 것 같아 다시 파업을 선언했다. 그러자 오후 2시40분 사측으로부터 ‘오후3시부터 직장을 폐쇄한다’라는 문자통보가 왔고, 곧이어 용역들이 공장을 침탈했다. 

용역 침탈 과정에서 부상자는 없는가?

조합원들 전체가 이미 파업을 떠난 상황이었다. 용역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거나 저항할 수 있는 인원이 아니었다. 

사측이 직장폐쇄에 돌입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사실 잘 모르겠다. 너무 비정상적인 행동이다. 우리가 지난 2일부터 매일 2시간 부분파업을 하긴 했지만, 사실상 잔업특근을 거부한 정도의 매우 약한 수준의 파업이다. 또한 임단협 교섭에서 먼저 문을 박차고 나간 쪽은 바로 회사였다. 회사의 태도가 이처럼 돌변한 이유를 모르겠다. 직장폐쇄는 사실상 노조의 파업에 대한 사측의 최후수단이다.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쓴 것은 결국 노조를 무력화 시키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교묘한 언론플레이, 기습적 직장폐쇄, 조직적인 용역침탈... 배후는?

일부 언론에서는 노조가 무리하게 깁스코리아 인수를 주장했다는 비판도 있다

ⓒ민중의소리 금속노조 김창한 만도지부장
오해다. 언론에서는 마치 내가 ‘깁스코리아 인수 없이 임단협 협상없다’라고 말한 것처럼 보도됐다. 물론 깁스코리아는 우리 지부 소속 조합원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살려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하지만 이것은 하나의 요구사항이지 교섭이나 쟁의의 핵심이 아니었다. 그러나 마치 회사는 우리가 깁스코리아 문제 해결을 임단협의 전제조건처럼 말한 것으로 언론에 흘리며 교묘하게 노조를 고립시키고 흔들려 하고 있다.

이번 용역투입 과정을 보면 매우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무엇보다 서울지역에 집결한 후 SJM과 만도로 흩어진 것을 보면 사측별로 용역투입을 한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아직 추정 뿐이지만 이미 노동계에서는 뒤에 현대기아차 그리고 경총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속노조가 올해 총파업을 성사시키며 기세를 올리자 이를 탄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경총과 현대차나 기아차 등 자본들을 보면 금속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기 전부터 불법파업이니 귀족파업이니 하며 여론몰이를 했기 때문에, 정황상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사측과 관계는 현재 어떤 상황인가?

올해 첫 임단협 교섭을 할 때까지만 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사측과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지난 2008년부터 해드가공라인 등 사측이 노조와 합의 없는 아웃소싱을 추진해온 것이 밝혀지고 노조가 이를 문제 삼자, 사측도 어느 정도 잘못을 인정하는 등 합의점에 도달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12일 사측이 깁스코리아 관련 사항을 들고 나와 문제를 삼기 시작했다. 심지어 지난달 26일 우리가 일주일에 한번 하는 교섭의 횟수를 늘려 휴가 전에 교섭을 마무리 하자고 제안했지만 사측은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의 대책은?

일단 지부회의를 한 후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 일단은 지금 조합원들이 휴가를 떠난 상황이라 당장은 어떤 시도를 하기도 힘들 것 같다. 다만 내달 6일 예정대로 정상조업에 들어갈 것이다. 또한 사측과의 정상적인 관계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

김대현 기자 kd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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