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07-17일자 기사 '붐비는 동물구조센터…이 아이들을 어쩌란 말이냐'를 퍼왔습니다.
김영준의 야생동물 구조 24시
삵, 고라니, 너구리 득실…어치, 청호반새, 방울새도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니다, 일반인 사육은 삼가야
벌써 여름의 한 중간으로 들어왔지요. 모든 야생동물구조센터나 치료센터들이 그렇듯, 저희 센터도 참으로 바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매달 100여 마리가 넘는 동물이 신고되고 센터를 찾아오고 있는데, 인력과 시간, 공간은 제한되어 있어 북적거리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달까지는 이 추세가 계속 갈 것 같습니다.
그동안 알려드렸던 꿩이나 삵, 너구리 외에도 새끼 고라니만 25마리가 넘고, 흰뺨검둥오리 새끼들, 황조롱이들, 까치, 어치, 청호반새, 참새, 방울새 등등….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YWE9LQUD1aA
문제는 이 녀석들이 커가면서 점점 넓은 공간과 다양한 먹이들을 요구한다는 것이지요. 야생에서 자란다면야 넘쳐나는 먹이들을 선택하여 먹겠지만 우리가 구할 수 잇는 것이라고는 고작 채소 수준이 전부입니다. 물론 산에서 들에서 칡이며 다른 풀들을 베어다가 주기는 합니다만, 그들이 원하는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는 먹이를 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요.
사실 우리가 공들여 키운 녀석들이라고 하더라도, 야생에서 어미가 키우던 녀석들이 구조되어 들어온 것을 비교해 본다면, 정말, 건강성이나 크기에서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사람 손에 키워진 동물이 오죽 하겠습니까?
간혹 한 두 마리씩 새끼 야생동물들을 키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좋은 일 하시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본인도 만족하기에 하시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야생동물의 정신적 건강이라는 부분도 존재한다는 것이죠.
모습은 야생동물이지만 야성을 잃은 개체는 오히려 일반인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사람이 만들어 놓은 모습을 또 다른 사람이 오인하는 것이죠. 마치 쇠사슬을 목에 묶어 키우는 호랑이처럼 말이죠.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7KjEOLedP1E
나아가 사람이 키운 동물은 비록 초식동물이더라도, 성장한 후에는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매우 클 수 있습니다. 특히 고라니 수컷은 송곳니가 길게 나와 있는데 큰 녀석은 거의 10㎝에 가깝기도 합니다. 이 송곳니가 먹이를 먹는데 큰 도움이 되는 건 아닙니다. 꽃사슴이 번식을 위해 수컷들끼리 투쟁하는 것처럼 고라니도 어러한 송곳니를 자기 방어에 사용합니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일반인이 야생동물 한 마리만을 키우는 것은 삼가야할 것입니다. 잘못된 지식을 바탕으로 동물을 데리고 있으면 결국 동물에게나 사람에게나 비극적인 결과가 초래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되도록 전문가들이 동물을 집단으로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각인이나 사람을 심하게 따르게 된다 하더라도, 이중 각인이나 집단 행동울 배우게 되어 향후 문제의 소인을 없애거나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집단으로 사육하는 경우 개개 동물에게 신경을 덜 쓰는 문제도 존재하겠지만, 집단사육에서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장점도 존재합니다.
또한 사람과의 접촉 기회를 줄여야 합니다.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동물입니다. 반려동물이 아니라는 이야기이죠. 우리가 그동안 돌려보낸 야생동물의 일부에 추적장치를 달아서 살펴보니 돌아간 고라니의 60% 이상은 100일 이내에 차에 치여 죽었습니다. 물론 거의 대부분은 야생성으로 가득 찬 준 성체, 혹은 성체 동물이었죠.
인간에게 가까워진 동물은 인간 거주지 주변에 머무를 수밖에 없고, 인가 주변의 도로망이나 개들에게 물려 희생될 가능성만 더 높아집니다. 나아가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다른 동물에 비해 적기 때문에 다른 과정을 거쳐 희생될 수도 있겠죠.
야생동물을 돌본다는 좋은 취지가 간혹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는 점을 명확히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글·사진 김영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선임수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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