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8일 월요일

하청 노동자 잡는 위험 작업 외주화


이글은 경향신문 201-03-17일자 기사 '하청 노동자 잡는 위험 작업 외주화'를 퍼왔습니다.

ㆍ화학·조선 등 산재 많은 일터, 대부분 비정규직에 떠넘기기ㆍ기업들 안전 교육·관리 소홀… 사고 나면 처벌도 ‘솜방망이’

대기업의 산업재해 피해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유해하고 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넘기면서 일어나는 ‘위험의 외주화(하도급화)’이다. 인건비를 덜고 사용자 책임을 피하려는 하청업체로의 외주화가 고용 불안을 넘어 ‘목숨과 안전의 불안’을 낳고 있다.

지난 1월 삼성전자 불산누출 사고로 숨진 노동자 1명, 지난 14일 여수국가산업단지 폭발사고 때 목숨을 잃은 노동자 6명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산재로 숨진 대우조선해양 노동자 3명 중 2명도 입사 2주~1개월밖에 안된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1990년대 성수대교·삼풍백화점이 무너지면서 ‘빨리빨리 시방서’가 바닥을 드러낸 데 이어 여수·울산·구미 등에 집적된 중화학단지의 안전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기업의 외주화는 안전관리에 구멍을 내고 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은 “동일 사업장에서 원청 정규직은 안전교육을 받지만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대부분 안전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어떤 유해물질을 쓰는지에 대한 정보도 자세히 제공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신범 원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실장은 “안전작업의 외주화가 심각해 기계·전기 등 설비 보수를 지원하는 부서들은 최소한의 인력만 남겨놓고아웃소싱되고 있다”며 “사업장과 공정 내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들어와 일하고 교육이나 안전관리도 소홀해 사고가 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청의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요구, 하청노동자의 불안한 고용구조도 산재사고를 키우고 있다. 폭발사고가 일어난 여수의 대림산업은 공기단축을 위해 무리한 밤샘작업을 시키다 참사를 빚었다. 사고 발생 후 하청업체 노동자는 “동료니까 당신들이 구하라는 말을 듣고 기가 막혔다”고 밝혀 산업재해를 보는 대기업의 안이한 인식을 드러냈다. 

김신범 실장은 “원청은 공기를 단축해 가동중단 손실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저임금의 하청 노동자들은 계약을 빨리 끝내고 다른 사업장에 가서 일하기 위해 무리한 작업을 감수하게 된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비소·염화비닐·디클로로벤지딘 등 13종의 유해물질이 포함된 유해·위험 작업에 대해 도급(외주화)을 금지하고 고용노동부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2003년 13종이 지정된 후 유해물질은 한 차례도 추가되지 않았고 문제가 된 불산 등도 빠져있다. 하청 노동자에 대한 화학물질 정보 제공 및 안전교육, 보호구 지급 등에 대한 원청 책임도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솜방망이 처벌’도 안전불감증을 낳고 있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사고로 40명의 건설노동자가 사망했지만 사업주는 벌금 2000만원을 무는 데 그쳤다. 2011년 이마트 냉동창고 사고로 하청업체 노동자 4명이 죽었지만 벌금 100만원이 전부였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 사망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2010년부터 2012년 7월까지 발생한 2290건의 중대재해에서 57.2%가 벌금형이었고, 징역형은 2.7%인 62건에 불과했다.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집행위원은 “일터의 하청화가 진행되면서 비정규직 수가 급증하고, 어렵고 위험한 일들이 비정규직에 집중되고 있다”며 “위험의 외주화가 확산되고 진짜 책임을 져야 할 사용자의 책임은 은폐되면서 문제가 재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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