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3-03-15일자 사설 '[사설]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 철회하라'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에 예상 밖의 인물인 한만수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내정했다.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장은 재벌개혁을 비롯해 경제민주화 실천의 핵심 역할을 하는 중요한 자리다. 한 교수의 경력이나 과거 행적을 보면 그가 공정거래위원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한 내정자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007년 대학으로 옮길 때까지 23년 동안 대형로펌인 김앤장과 율촌에서 대기업 조세소송을 주로 맡은 세법 전문가였다. 실제로 그는 김앤장 변호사로 있으면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자녀들에게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으로 발행한 데 대해 국세청이 2003년 증여세를 부과한 사건과 관련해 삼성을 변호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한 내정자는 공정거래분야 전문가라고 보기도 어렵다. 전문성 논란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김광두 원장은 “한만수 내정자가 미래연구원 내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에서 일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그가 쓴 논문은 대부분 세법과 관련된 것으로 공정거래법 관련 논문은 단 1건에 불과했다.
오히려 한 내정자가 2010년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대선캠프 행복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은 박 대통령이 전문성이나 업무 수행능력보다는 개인적인 친분을 더 중요하게 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박 대통령은 여러차례 공공기관장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지 않았는가. 그러고는 정작 중요한 권력기관장 자리에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자신과 인연이 있는 인사를 내정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그의 대형로펌 근무 전력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공정위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비롯해 재벌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파헤쳐 제재를 가하는 곳이다. 이른바 ‘창’ 노릇을 해야 한다. 반면 로펌은 고객인 대기업을 위해 공정위 공격을 막는 ‘방패’ 기능을 하게 마련이다. 20년 이상 재벌 대기업의 방패를 맡았던 인사가 어느날 느닷없이 방패를 찌르는 창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한만수 내정자는 삼성그룹 계열사 및 이건희 회장 일가의 세금경감소송에서 맹활약했던 사람”이라며 “삼성의 변호인에게 공정거래위원장을 맡기면서 경제민주화를 얘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리있는 말이다. 재벌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온 인사를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는 공정위원장에 내정한 것 자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사라고 본다.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꺾인 것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재벌의 불법을 바로잡아야 할 공정거래위원회를 재벌 변호 전력이 있는 인사에게 맡길 수 없다는 비판 여론을 외면해선 안된다.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을 철회하는 게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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