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2일 금요일

총리·법무부 장관·차관 이어 ‘검사 전성시대’… 검찰개혁 역행


이글은 경향신문 2013-03-22일자 기사 '총리·법무부 장관·차관 이어 ‘검사 전성시대’… 검찰개혁 역행'을 퍼왔습니다.

ㆍ박한철 헌재소장 지명자 둘러싼 논란ㆍ로펌서 매달 6000만원 급여… 또 전관예우 의혹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지명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첫 검사 출신 헌재소장이 된다. 공안검사가 헌재소장이 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대형 로펌 출신이 헌재소장에 지명된 건 전임 이강국 소장에 이어 두 번째다. 헌법을 최종 해석하는 기관인 헌재는 고도의 중립성과 사회적 신뢰가 생명이다. 다양한 사회적 가치도 담아내야 한다. 그러나 박 지명자의 이력은 헌재 수장이 갖춰야 할 자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박 지명자 개인에 대한 긍정적 인물평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검찰개혁 역행하는 검사 전성시대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는 검찰개혁이다. 검찰에 주어진 과도한 권한을 빼앗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 검찰 출신이 도리어 고위직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검찰개혁이 화두인 시대에 검찰 출신이 전성시대를 맞은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박 지명자는 검찰 출신 첫 헌재소장 지명자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검사 출신이다. 정치인 생활을 오래 한 이한동 전 총리를 제외하면 검사 출신이 총리가 된 것도 처음이다. 검사 출신이 헌법기관의 장과 행정부의 최고위직을 동시에 꿰찬 것이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지명자가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헌재는 헌법에 대한 최종적 해석권한을 토대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임무를 갖고 있다. 대통령이나 정치권, 검찰 등의 권한을 견제하는 게 헌재의 주요 역할이다. 특히 헌재는 최근 10년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행정수도 이전 심판 등 정치·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을 처리해왔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헌재소장을 해선 안된다는생각 은 옳지 않다”면서도 “헌재소장은 권력을 견제하고 때로는 정부의 결정을 막는 일도 해야 하는데 검사 출신이 헌재의 그런 역할을 잘 이해하고 끌고 나갈 수 있을지, 다시 말해 권력자에게 대들 수 있을지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 헌재 보수화 10년 카드

박 지명자는 대검 공안부장을 지낸 이력 때문에 공안통으로 분류된다. 다만, 정통 공안통과는 결이 좀 다르다. 차라리 공안·특수·기획을 두루 거친 케이스에 가깝다. 비교적 합리적이지만 성향은 매우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 지명자는 2005년 서울중앙지검의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3차장 재직 중 법조브로커 윤상림씨 수사를 지휘하면서 무려 59건의 범죄 혐의를 밝혀내 윤씨를 기소했다.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및 ‘떡값’ 수수 검사 명단이 폭로돼 검찰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삼성비자금사건 특별수사·감찰본부장을 맡았다.

박 지명자는 대검 공안부장으로 있던 2008년 촛불집회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박 지명자는 정확한 상황 판단을 위해 거의 매일 촛불집회 현장에 나갔다. 젊은 주부들이 유모차 에 아기를 태우고 집회에 나온 것을 본 박 지명자가 경찰 병력 투입을 늦출 것을 주장해 ‘조기 진압’을 요구한 정권 핵심부의 눈 밖에 났다는 얘기도 돌았다. 박 지명자는 고검장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서울동부지검장을 끝으로 옷을 벗었다. 

정통 공안통인 황교안 법무장관, 김학의 법무차관에 이어 박한철 재판관이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공안’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색깔이 확연히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박 지명자의 경우 종전에 2년가량 해오던 재판관직을 승계해 소장직을 맡기 때문에 임기가 4년이다. 즉 4년 뒤인 2017년, 임기 말에 접어든 박 대통령이 임기 6년의 헌재소장을 또 지명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지역 한 법학전문대 학원 교수는 “박 지명자는 헌재의 보수화를 위해 향후 10년을 보장받는 카드”라고 말했다.
 

■ ‘전관예우’ ‘회전문 인사’ 다시 논란

박 지명자는 2010년 검찰을 떠난 뒤 약 4개월간 김앤장에서 일하며 고문료와 수임료 등 2억4500만원을 받았다. 매달 6000만원씩 보수를 받은 셈이다. 검찰 고위직 출신으로 ‘전관예우’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앞서 정홍원 국무총리, 황교안 법무장관도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였다. 박 지명자의 전관예우 문제는 2011년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이미 제기됐다. 당시 여야는 박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하며 “국민들의 시각에서 전관예우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데 다수의 의원들이 공감했으며, 그 보수의 지급 방식과 시기 등에 대한 적절한 소명도 부족했다”고 적시했다.

박 지명자가 한때 몸담은 김앤장은 헌재 사건에도 법률대리인으로 참여하고 있다.예컨대 2011년 대법원이 옛 파견 법에 근거해 현대차 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선고하자 현대차는 옛 파견법에 대한 헌법소원 을 제기했는데, 이 사건의 현대차 측 법률대리인이 김앤장이다. 이 사건은 아직 헌재에 계류돼 있다. 김앤장은 박 지명자 말고도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을 배출해 ‘김앤장 전성시대’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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