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스 2013-03-20일자 기사 '정부조직개편, '문화 융성의 시대' 쓰러뜨린 정치적 협상'을 퍼왔습니다.
문방위 공중 분해…'창조경제'에 희생된 '삶의 가치'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사를 통해 ‘경제부흥’, ‘국민행복’과 더불어 ‘문화융성’을 주요한 국정 목표로 제시하며 문화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대통령의 취임사가 임기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비중 있는 메시지이며 정부의 국정 철학과 핵심 정책 방향을 밝힌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문화 융성’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여야가 장기 대치 끝에 정부조직 개편안을 합의한 이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공중 분해되는 상황이 발생, 취임사의 취지는 물론 박근혜 정부의 ‘문화 융성’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문방위 공중 분해, 불가피한 선택?
기 대치 끝에 합의를 이룬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라 여야는 국회는 상임위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가 가장 큰 폭의 변화를 맞이하는 상임위가 됐다. 다른 상임위들이 경합적 쟁점 없이 상임위 이름을 바꾸거나 일부 역할을 조정하는 것과는 달리 문방위는 문화, 체육, 관광은 교육부와 합쳐져 교육문화위원회로 통합되고, 방송통신 정책은 ICT정책과 함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정부조직법 협상 실무를 담당했던 한 민주당의 관계자는 “시대의 흐름과 지난 대선에서 공약 사항을 보면, 문화를 비중 있게 다루는 것이 마땅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미래창조과학부라고 하는 거대 부처가 생기는 마당에 문화를 비중 있게 협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업무의 연관성 차원에서 문화, 예술 정책을 교육과 묶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문화 융성을 말했던 박 대통령의 언급도 있고 해서, 문화 정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새누리당은 이 부분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신설 상임위 위원장은 민주당 몫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문방위 공중분해를 초래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애초, 정부조직법 협상 초기 민주당은 문방위의 독립 위원회 신설을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이 “국회 운영법상 위원회를 신설하면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게 되어 있어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협상 실무진이었던 민주당 관계자는 “협상 초기 문방위 존치와 관련해 이러저러한 요구를 했던 것은 맞지만, (협상에서)크게 이슈가 되지는 않았다”며 “문방위를 남길 경우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게 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주장하기 부담스런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SO 방통위 존치와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등 현안 쟁점을 관철시키는 것이 중요했던 상황에서 문방위 독립을 요구하는 것은 자리를 때문이라고 오인될 수 있어 문방위 존치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못했단 얘기다. 새누리당 역시 문방위 존치의 현실적 필요성이나 당위성보다는 문방위가 존치될 경우 해당 상임위 위원장이 민주당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문방위 존치 또는 독립을 협상 대상에서 제외한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방위를 살리기 위해서는 문방위 외에 또 하나의 위원회를 만들어 위원장을 나눴어야 했는데, 마땅치 않았다”며 “협상에서 어느 한쪽만 위원장을 맡게 되는 요구를 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입만 열면 '문화' 말하던 정치권이
결국, 문방위 존속 여부에 대해 여야는 모두 가치적인 판단이 아닌 정치적 협상의 유불리 차원에서 접근했던 셈이다. 문화연대 이원재 사무처장은 “한 마디로 문화정책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철학이 여야 모두 없었다는 얘기”라며 “정치권이 입만 열면 ‘문화의 세기’, ‘문화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실제 문화 정책을 어떻게 운용해갈 것이냐에 대해선 아무런 비전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사무처장은 “정책적 토론이 필요한 사안이 정치적 협상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문화와 예술은 교육에 붙이고, 방송통신은 미래창조과학에 붙인다는 발상은 문화 행정을 편의적으로 분산한 것에 불과하며 문화를 도구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 역시 마찬가지 얘기를 했다. “문방위가 사실상 없어진 상황에서 할 말이 없다”면서도 “교육과 문화가 융합적 관점에서 한 상임위에 배치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황은 그런 융합적 방향성이나 과정적 결합에 대한 고민 없이 양당의 이해관계 속에 편의적으로 배치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창조경제’를 위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과정에서 ‘삶의 가치가 되는 문화’는 희생과 소외를 겪었다고 밖에 말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문화를 강조했던 대통령은 국회를 무시하며 원안만을 고수했던 것을 넘어 입법부의 문화행정 진흥, 감시 기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야 역시 문화를 정치적 협상의 우선순위에서 배제하며 문화, 예술을 교육의 하부적 영역으로 격하시키는 선택을 했다.
한 지역 예술단체 정책실장은 “문화와 예술은 한 마디로 낙동강 오리알이 된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 예술 정책은 사수를 목표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자조했다. 문화 융성의 시대는 첫 발을 떼기도 전에 정치에 의해 쓰러지는 모양새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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