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3-03-21일자 기사 '박한철, 기본권 보장보다 제한 역할하던 인물… 헌재 설립취지와 안 맞아'를 퍼왔습니다.
ㆍ헌재소장 지명자… 공안검사로 공권력 집행 익숙
ㆍ민변 “적절한 인물인지 의심”… 다양성과도 거리 먼 인선
박한철 헌법재판관의 헌법재판소장 내정은 헌재 설립 취지에 부합하지 못한 인사라는 평가 가 나온다.
공안 검사로 공권력 집행에 익숙한 인물을 국민 기본권 보장을 최고 가치로 삼아야 하는 헌재 수장으로 앉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현직 법원장 2명이 곧바로 헌재 재판관에 지명된 것도 헌재 구성의 다양성 확보 원칙과 어긋난다는 말이 나온다.
헌재의 설립 취지는 권력으로부터 국민 기본권 침해를 방지하겠다는 데 있다. 헌재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종전의 경험에 비추어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미흡하다는 판단 아래 헌재를 설치하고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헌법소원 심판을 맡기도록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헌재는 “특히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불행사로 기본권이 침해되는 경우에 국민이 직접 이를 구제하여 달라는 청구 를 할 수 있는 제도로서 역사상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헌재가 1987년 민주화 운동에 따라 개정된 헌법에 의해 이듬해인 1988년 출범한 것도 이를 보여준다. 제2공화국 헌법에서도 헌재 설치가 구상됐지만 5·16 군사 쿠데타로 무산됐다.

긴급조치 1·2·9호 ‘위헌’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지명자(왼쪽에서 네번째) 등 헌법재판관들이 21일 대통령긴급조치 1·2·9호에 대한 위헌 결정을 선고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 정지윤 기자
하지만 청와대가 박 재판관을 헌재 소장으로 내정한 근거에서 이 같은 취지는 찾기 어렵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박 내정자는 재판관 중에서 재직 기간이 가장 길고 2년여 경험을 갖췄기 때문에 전문성과 능력면에서 자연스러운 인사”라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장 본연의 역할에 적합한지보다는 전문성과 재직 기간이란 기능 적 평가 결과를 제시한 것이다.
게다가 박 지명자는 기본권 보장보다는 제한을 주로 해온 인물이다. 그는 대검 공안부장 시절인 2008년 촛불집회 수사를 지휘했다. 하지만 촛불집회 참여자들을 기소한 근거가 됐던 ‘야간 옥외집회 금지조항’은 2010년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다.그는 헌법재판관이던 2011년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위헌심판에서 합헌 의견을 냈다. 국민의 기본권 확대보다는 제한하는 쪽으로 인식이 기울어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혜정 사무차장은 경향신문 과 통화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다양한 상황에서 박 지명자가 기본권 보장 특히 소수자와 약자 보호를 위해 적절한 인물인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국가의 기본권 침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헌재 소장에 국민의 기본권보다 질서를 강조하는 공안검사를 내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 는 “박 지명자가 공안질서 확립을 위해 인권을 제한하는 일을 해 부적합하다는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결정성향을 봐야 한다. 상징적 의미가 있는 헌재 소장에는 기본권 보장에 앞장서 온 인물이 임명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직 헌법재판관을 소장에 지명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헌법에서 헌법재판관 임기를 6년으로 규정한 만큼 임기 2년을 마친 박 지명자는 소장이 되면 나머지 4년 임기를 채우고 사퇴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장을 두 번 임명하는 첫 대통령이 된다. 임 교수는 “헌법이 대통령 임기를 5년, 헌법재판관 임기를 6년으로 규정한 것은 대통령이 헌재 구성을 좌지우지 못하게 하고 재판관의 소신 재판을 보장하는 의미가 있다”면서 “현직 헌법재판관을 소장으로 4년간 임명하는 것은 헌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날 인선은 헌재 다양성 확보와도 거리가 있다. 현직 법원장 2명이 재판관 내정자로 지명되면서 헌재가 무슨 ‘재동 법원’이냐는 말이 나온다. 9명 재판관 중 판사 출신은 7명, 검사 출신은 2명이며 변호사 출신은 한 명도 없다. 여성 재판관이 추가로 임명되지 않아 남녀 성비도 8 대 1로 한쪽으로 치우쳤다.
박영환·유정인 기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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