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25일 월요일

Ⅱ ④ 제멋대로 동물의약품 가격


이글은 파이낸셜뉴스 201-03-24일자 기사 'Ⅱ ④ 제멋대로 동물의약품 가격'을 퍼왔습니다.
[커지는 반려동물시장..제도는 ‘걸음마’]

(이 기사는 2013년 03월 25일자 신문 5면에 게재되었습니다.)

동물병원, 약 판매 독점.. 1000원짜리 10만원에 팔아 폭리진료비 기준 없고 처방전 발급 의무도 없어.. 수의사 리베이트 우려 높지만 정부는 ‘뒷짐’


#. 8년 된 애완견 시추 '해피'를 키우는 강모씨는 얼마 전 근처 대형동물병원을 찾았다. 허리가 아파 움직임이 불편한 해피의 진찰을 위해서다. 병원 진단 결과 해피는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강씨는 해피를 디스크 수술시키고 이틀 후에 퇴원하면서 받은 병원비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진찰료, 입원비, 약품비로 200만원이나 청구됐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이 아파 동물병원을 찾는 소비자들은 진료비와 약품비 영수증을 받으면 기겁한다. 생각보다 많이 청구된 진료비와 약품비 때문이다.

제멋대로인 동물진료비와 동물약품비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동물병원의 진료비는 표준가격 기준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다. 동물약품비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동물약은 동물병원이나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지만 동물약을 취급하는 약국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주사용 항생제나 주사용 생물학제제는 수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매할 수 있다. 사실상 동물병원에서 동물약을 독점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할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담합 가능성을 이유로 동물약에 대한 표준가격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도 않다. 심지어 동물약에 대한 독점 판매와 리베이트 가능성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 약 시장, 연평균 10% 성장

24일 한국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2010년 405억105만원이었던 반려동물용 의약품 시장은 2011년 456억8769만원으로 성장했다. 유기동물이 급증한 2009년 이후 성장세가 약간 주춤하기도 했지만 이 시장은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반려동물 약 시장이 호황을 구가하고 있지만 병원마다 약품비가 천차만별이어서 소비자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동물약은 사람이 먹는 일반의약품처럼 제조사에서 가격을 책정해 동물병원과 약국에 공급된다. 동물병원·약국은 일정한 마진을 더해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하지만 표준가격 기준이 없기 때문에 동물병원·약국마다 약품비는 천차만별이다.

소비자들은 동물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의 종류와 가격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 현행법상 동물병원은 처방전을 발급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 동물약에 대한 처방전 발급이 의무화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지난 1월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용 의약품 등 취급규칙'(8월 2일 시행 예정)을 개정해 약국의 경우 주사제 항생제와 주사제 생물학제제에 대해 처방전이 있을 때만 판매토록 했다. 축산 농가에서의 항생제 과다 사용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방전 발급이 의무화된 품목은 전체 동물약 중 20%에 불과하다. 이 중 반려동물 관련 동물약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여전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는 처방받는 동물약의 종류와 가격을 확인할 수 없는 셈이다.

■독점판매로 동물 약값 제멋대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는 동물약을 동물병원과 동물약품 취급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동물약을 취급하는 약국을 찾기는 쉽지 않다. 동물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구매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동물병원에서 동물약을 독점 판매하는 구조다.

동물병원에서 제멋대로 약값을 책정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구조 때문이다. 또한 독과점 구조이다 보니 불공정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서울의 한 동물병원은 원가가 1000원에 불과한 동물약을 10만원에 팔아 폭리를 취해 소비자로부터 고발된 사례가 있었다.

동물약과 동물용 의약외품을 취급하는 A사는 동물병원이 아닌데도 동물약을 유통했다는 이유로 일부 동물병원들로부터 불매 운동을 당하기도 했다. 동물병원이 관련 약을 독점하다 보니 수의사들의 리베이트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동물병원의 동물약 불공정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불공정거래에 대한 판단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게다가 동물약 관련 법은 약사법 특례조항으로 돼있어 제도 정비도 쉽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 방역관리과 전관용 주무관은 "일부에서 동물약 제조사들이 동물병원에만 약을 공급하는 것을 지적하고 있지만 이는 공정거래법에서는 불공정 거래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 동물약 관련 제도는 약사법 특례조항으로 개정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는 8월 시행되는 '동물용 의약품 등 취급 규칙' 개정안이 제도 정비의 첫걸음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대한수의사회 박성오 기획실장은 "동물약 시장은 박카스보다도 시장이 작고, 품목 수는 많기 때문에 리베이트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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